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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2011.08.09 - 아름다웠던 1승.

by 2021S 2011. 8. 10.


오늘 KIA 덕아웃 분위기는 긴박(?)했다.

2군 김대진 총괄코치도 등장하고 재활조 신용운·곽정철도 호출됐고. 최희섭·김상현도 나왔다.

시즌 출정식을 하듯 이례적으로 조범현 감독이 전체미팅을 소집했다. 그라운드도 아니고 선수단 식당에서 진행된 미팅. 그만큼 KIA의 분위기가 얼마나 긴박한지 알 수 있었던 대목이다.

클린업트리오는 없지만 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는 결의의 시간.

미팅 끝나고 나온 조규제 코치, 우리 차포 다 빠졌다고 하지만 차포 가지고만 야구를 하느냐. 우리도 할 수 있다. 차포역할 할 선수들도 있고, 장기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졸이다. 앞으로 돌진해서 무섭게 공격하는 졸이 무섭다. 우리 선수들은 병졸들이다고 큰 소리를 뻥뻥 치셨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마주친 조규제 코치 다시 한번.. 오늘 경기 봤느냐.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해냈다면서 좋아하셨다.

이강철 코치는 왔다갔다 지나가면서 심동섭 보고 웃고. 다시 지나가다가 한마디 하고. 또 웃고.

야구라는 게 예측불허의 스포츠이지만 KIA는 참 신기한 팀이다.

2011시즌은 더더욱. 날씨부터가 보통이 아니다.

새벽에 광주에는 비가 무섭게 쏟아졌다. 천둥번개까지 동반해서.

나도 자다가 시끌시끌한 빗소리에 잠이 깼었다. 정말 비가 많이 오는 구나.. 라면서도 그 잠결에 .. 그래봤자 KIA는 야구 하잖아... 라고 중얼거리고 다시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귀신같이. 점심 먹고 경기장으로 가는데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더니 비가 뚝 그친다. 비가 역류해 지역 기자실 침수피해(?)를 입기도 했는데 선수들 출근과 함께 비가 멈췄다.

선수들도 빗소리에 잠을 깼는데 차에 올라타니 그리 쏟아붓던 비가 잠잠하더란다.

연습이 시작되고 한 두 차례 소나기가 지나가기는 했다. 훈련하다 말고 선수들 급하게 대피하느라 소란했는데 .. 보다시피 아무 일없이 완벽하게 정규이닝 다 소화했다.

두 차례 태풍도 비켜간. 선샤인 타이거즈의 위엄이다.

문학경기 끝나고 KIA 인천에서 내려올 때 ... 무이파는 인천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고.

KIA 경기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은 태풍, 경기장 비싼 현수막 몇 개 찢어가고 스피커 덮개 뜯어가고. 그리고 KIA 사무실 앞에서 살고 있는 강아지 일레븐 집지붕을 날려버렸다. ㅎ

프런트가 출근해서 보니 개집 뚜껑이 없더란다. 여기저기 헤맨 끝에 뚜껑을 찾아서 원상복구.

선수단 원정 버스 들어오면 경기장 코너 도는 순간부터 달려나와 선수들을 맞이하는 일레븐인데. 이날은 마중도 아니 나올 정도로 바람이 공포스럽게 불었다. 혹시 갸냘픈 강아지 바람에도 날아간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서 매니저가 직접 찾아보고 다녔다고 하니..

오늘로 딱 100경기를 치른 KIA.

단 두 명의 투수, 단 두 개의 안타로 천금보다 값진 1승을 얻었다.

김희걸·심동섭은 난세의 영웅으로 등극했고, ‘안치홍 실책 = 승률 100%’ 공식도 그대로 유지됐다.

경기 끝나고 괜히 시비조인 안치홍 선수님 야구는 본인이 못해놓고는 왜 그러십니까라는 반응에. ‘허리허리’하면서 쓱 사라진다.

허리가 아파도 꿋꿋이 경기를 뛰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안치홍, 팀의 승리를 위해 희생정신으로 실책까지 기록한 모양이다.

김희걸의 시즌 2승 그리고 통산 15승.

홈경기에서 승리로 끝나면 홍보팀이 투·타 MVP 간략하게 인터뷰를 하는데. 트레이너실에서 홍보팀과 단 둘이 있던 김희걸. 기자들 앞에서 하는 인터뷰도 아닌데 당황 모드. 답변 하나하고 아 나.. 인터뷰 이런 것.. 아 정말. 하면서 얼굴까지 빨개진다.

지난번 방송 인터뷰처럼, 소감은? 하고 물으면.. 좋습니다. 오늘 던진 공은? 직구, 슬라이더 위주 어쩌다 한번 체인지업. 이런 식이다.

홍보팀이 오늘 위기 상황은?하고 묻는데.. 아이싱을 위해 들어오던 김상훈이 대신 대답을 해준다. “언제긴 언제야 1회지!” 

따로 얘기를 더하긴 했는데, 끝까지 쑥스러워하고 어색해 한다. 인터뷰 못하겠어 못하겠어 라면서. 정말 못하더라며 나중에 인터뷰 강의 한 번 해주겠다고 자리를 떴다. 승리 축하합니다. 김희걸 선수님 ^^

참 백넘버 16번에 대한 질문 마침내 했다. KIA에서는 김종국 코치의 번호였기 때문에 내야수 번호로 인식되는데.

포철공고 시절 달던 번호가 16번 이란다. SK에 들어가서 16번을 찾아 봤는데 하늘 같은 선배 김원형의 번호였고. 그래서 51번. KIA와서 51번을 노렸는데 이번에는 김원섭이 달고 있더란다.

올 시즌 16번이 나오자 주저없이 선택을 했다.



백넘버 36번 심동섭은 태어나서 오늘 가장 야구 잘했다.

<KIA 타이거즈>


4이닝을 퍼펙트로 막으면서 탈삼진 7개를 뽑아냈다.

경기 끝나고 들어와서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켁켁. 지난해 다 합쳐 2와3분의2이닝을 던졌는데 .. 오늘 하루에만 4이닝을 소화했다.

9회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씩씩하게 던진다.

‘신인왕 경쟁 누가 끝났다고 그래?’라는 듯.

3승2세이프7홀드. 39과3분의2이닝을 던지면서 사사구는 24개.. 탈삼진은 50개. 1이닝 평균 1.26개의 삼진을 뽑아내고 있다.

투수들이야 멋지게 삼진 잡아내는 것 좋아하지만 탈삼진 생각하다보면 투구수 많아지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심동섭은 탈삼진 욕심을 부리고 있다. 조인성 마지막 타석때도 욕심을 부리다가 힘이 들어가서 제구가 잘 안됐다.

탈삼진 생각하다보면 투구수 많아지지 않느냐고 질문했더니 그래서 유리한 볼카우트에서 공격적으로 던지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맞춰 잡는 피칭을 하려한다고 대답을 한다. 오늘은 4이닝, 49개의 공으로 7개의 탈삼진을 추가했다.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지만 소홀하기 쉬운 부분 중 하나가 수비인데. 심동섭은 오늘 깔끔하고 침착한 수비로 자신의 세이브를 세이브했다.

이제는 당당히 신인왕에 대한 욕심도 낼 생각이다.

억지로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엊그제 자기 이름 검색하다가 슬쩍 임찬규의 기록도 들여다 보았다면서 웃는다. 덕아웃에서는 아직도 고등학생 꼬꼬꼬마 같은 심동섭. 자기만의 공을 가지고 있기에 언젠가는 좋은 투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생각보다 더 빨리 자라고 있다.

막내 심동섭이지만 더 막내 홍건희가 있어서 벌써부터 물심부름에서 해방됐다. ㅎ 홍건희가 땀 뻘뻘흘리면서 물 나르고, 하늘같은 1년 선배 심동섭 수행하고 다닌다. ^^

김희걸 선발로 2연승, 심동섭도 오늘 이닝 길게 소화하고.

기자들 요즘 우스개 소리로 KIA 투수들은 다 선발체질이라고.. 내년에는 아예 10선발로 가보는 것 어떠냐. 10일에 한 번씩 밥이 되든 죽이되든 무조건 한 경기 다 책임지게 해보자.. 라면서 야구를 보고 있다.

대진형의 얘기는 내일 살짝.


KIA에게 천금 같았던 1승. 1승이 이렇게 어렵고 감격스럽다. 그 1승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넥센 심수창.  일심단결 ‘심수창 구하기’ 프로젝트를 수행한 넥센의 아름다운 승리.

인터뷰를 보는데 괜히 내가 다 울컥할 정도다. 다 큰 성인이 .. 하루이틀 야구한 것도 아닌 나름 고참급 선수의 눈물을 보니.. 심수창 선수의 승리 축하합니다.  

KIA 16연패와 함께 앞으로 절대 깨질 것 같지 않은 18연패의 기록을 남기기는 했지만.. ^^






내가 좋아하는 사진. 좋은 사람들. 지난해 벚꽃이 지던 어느 봄날. OB구장에서의 사진.

신용운이 막 피칭을 시작했고, 허리가 아파서 낑낑거리던 심동섭도 이날 동강대를 상대로 실전피칭을 했었다.

늦게 경기장에 도착해서 심동섭의 피칭은 보질 못했다. 끝나고 장세홍 트레이너에게 심동섭 어땠냐고 하니까. 그게 공을 던지는 거였냐. 그건 나도 던지겠다.. 라면서 많이 구박을 하셨더란다.

그래도 점심은 꿋꿋이 맛있게 먹던 심동섭.

오늘 복도에서 마주친 신용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반가움에 인사를 하는데.. 신용운 목례를 하는가 싶더니 허리를 숙이고.. 아예 바닥에서 큰절까지 해버린다. 심하게 반가웠던 모양이다. ㅡ.ㅡ



▲광주전적
L G 000 000 000 - 0
KIA 101 000 00X - 2
△승리투수= 김희걸(2승3패) △세이브투수= 심동섭(3승2세이브)
△패전투수= 리즈(8승11패)


▲잠실전적
S K 010 000 000 - 1
두 산 000 000 002 - 2
△승리투수= 노경은(4승1패1세이브)
△패전투수= 송은범(7승4패1세이브)
△홈런= 윤석민 3호(9회1점·두산)

▲사직전적
넥 센 300 000 000 - 3
롯 데 100 000 000 - 1
△승리투수= 심수창(1승7패) △세이브투수= 손승락(3승2패10세이브)
△패전투수= 송승준(8승8패)
△홈런= 김주찬 3호(1회1점·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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