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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소풍 같았던, 그라운드의 봄.

by 2021S 2014. 5. 5.

 

 

필이에요!

 

본격적인 캠프가 시작되고 얼마 안 돼, 현지에서 필이 끙끙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어찌 이런 스프링캠프를 치러봤겠는가.


캠프에서 직접 만난 필. 늘 방긋방긋. 살아있었다.


외국인 선수들 실력 발휘여부를 가늠하게 하는 것은 적응력.


팀에 잘 적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선수들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하지 말라고 해도 국내 선수들이 하는 훈련을 다 따라한다면서.


유동훈은 “나오지 말라고 해도 아침 산책도 따라나와. 자기가 제일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잖아”라며 껄껄 웃었다.

 

선동열 감독도 “보였으면 하는 애들은 안 보이고 매일 웨이트장에서 필을 만나다”고 성실함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시범경기를 하면서는 이런저런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물론 나도 ..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필은 필이었다.


경기를 하면서 상대 선수들에 대한 것도 파악하면서 조금씩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다.


어제 경기가 끝나고 "상대 마무리 투수와의 승부였는데 타석에 들어가기 전 어떤 주문이나 얘기는 없었냐"고 질문을 했다.


필의 입에서는 박기남의 이름이 나왔다.


전날 손승락의 공을 컨택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승부를 하면 되느냐고 질문을 했다면서.


성실함과 인성에 실력까지 갖춘 참한 외국인 선수다.

 

어제 그라운드를 환한 표정으로 뛰어다니던 필.

 

새 동료들과 물론 잘 지내고 있다.


새로운 팀에서의 생활을 물어보니

 

형님들이 잘해주고 있다며 이범호 이름을 우선 말했다. 이대형과 (동생)나지완도 정확한 발음으로.. ㅎ

 

이것저것 조언들도 해주고 잘 챙겨주고 있다는 필.

 

한국 생활이 만족스럽다는 필이지만 깜짝깜짝 놀랄 일들도 있었다.

 

취객 난입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필. 

 

순식간에 벌어진 일,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무슨 소리가 나서 봤더니 .. 일이 벌어지고 있었단다.

 

놀란 표정으로 당시를 말하던 필은 이런 일이 또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번에는 내가 놀란 표정으로 퍼스트 타임이라고 안심을 시켰다.

 

그러다가 외야에 관중이 누워있는 동영상을 하나 봤단다. 

 

나지완이 멀뚱멀뚱 내려다 보고 있더라면서 신나게 웃던 필.

 

여기가 그 곳이냐면서 외야를 가리켰다.

 

필이 말하는 동영상이라고 하면.

 

지난 여름이었을 것이다..  경기 도중 외야 관람석에서 관중이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경기는 중단됐고. 깜짝 놀란 당시 우익수 나지완이 쓰러진 사람을 향해 달려갔는데....  술냄새가 진동을 했더란다.

 

민망한 취객은 기절한 척 꼼짝을 하지 못했고 나지완은 멀뚱멀뚱 자리를 지켰다.

 

결국 경기 도중 관중이 그라운드에서 앰뷸런스를 타고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앰뷸런스에 실려간 그 분은 ... 정말 창피하다. 죄송하다. 제발 신분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사정사정을 했다는.

 

이번 난입 사건과 비교하면 이건 애교 수준이다.  ㅡㅡ;;

 

아무튼.. 이곳이 거기냐는 필의 질문에. 난 소심하게.. 올드 스타디... 움...을 말했다.

 

 

필을 알뜰살뜰 챙겨준다는 이대형.


보면 둘이 잘 붙어있다.


이대형은 필과 얘기도 잘 한다며 큰소리다.


막상 해보라고 하면.. 아는 주요 단어가 나오면 그걸 가지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거라며 앞만 본다.


 

 

 

5월1일의 사진.


KIA의 하복(?) 개시날이었다. 


반바지 차림으로 연습을 하게 된 이날.


긴바지 차림으로 나온 필을 가리키며 고개를 젓던 이대형.


모자를 뒤집어쓰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소풍가는 기분이다”며 사뿐사뿐 외야로 몸을 풀러갔다.


“김밥 싸가야겠다”는 말과 함께.

 

 

오늘 김선신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하고 있던 이대형.

 

지나가는 나를 향해  “아. 패밀리 랜드 몰라요? 패밀리 랜드!”라고 눈을 크게 뜨고 묻는다.


뒤에서 김 아나운서는 '그게 뭐라고요'라는 표정으로 서있고.


이대형은 “서울에는 롯데월드. 대전에는 오월드. 광주에는 패밀리랜드라고요”라고 말했다. 우리 때는 만날 거기로 소풍 갔다면서.


어린이날 혹은 소풍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던 모양. 꿈과 희망의 패밀리랜드를 .. 타지 사람이 어찌 알겠냐만은...

 

 

 

 

소풍 나온 기분이었을 고영우.

 

어제 중요한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오늘은 프로데뷔 후 첫 스타팅 멤버로 나섰지만 공·수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는 내지 못했다.

 

조용조용 성실한 선수.

눈이 안 보이게 웃는.. 눈웃음이 매력적인 선수이기도 하다. ㅎ

 

늘 웃는 얼굴인데.. 사실 어제 오늘 아픔이 있었다.

 

 

 

어제 수비 도중 넥센 문우람의 발에 정강이가 찍힌 고영우.

 

잠시 깡충깡충 거리며 아파하다가 다시 수비를 했는데. 살이 패여서 피범벅이 돼서 덕아웃에 들어왔단다.

 

오늘도 저렇게 밴드를 붙이고 연습을 하고 경기를 했다.

 

그런데 .. 아픔을 안겨준 이가 고등학교 후배님이다.

 

고영우과 문우람은 광주 동성고 출신.

 

고영우가 3학년 때 문우람은 1학년. 후배님이 하늘 같은 선배님의 옥체에 흠을 낸 것이다. ㅎ

 

어쩔 줄 몰라 하던 문우람. 두 선수 어제 경기 끝나고 다정히 저녁 식사를 했다. ^^

 


 

 

 

어린이날 고향을 찾은 넥센의 어린이.

 

막내 하영민이다. 

 

소풍 온 아이처럼 내내 싱글벙글 웃고 다녔다. 집에도 다녀오고.

 

2학년 때 진흥고를 대통령배 우승팀으로 만든 에이스.

 

어렵게 진흥고 살림을 꾸려간 든든한 에이스였다.

 

효천고 차명진, 동성고 박규민 그리고 진흥고 하영민은 일찍부터 프로 스카우트들이 눈독을 들였던 투수 3인방.

 

세 선수 각기 특징과 개성이 달랐는데.

 

차명진과 박규민은 종종 들여다봤는데 유독 하영민만 경기하는 모습을 많이 못 봤다.

 

그런데 인터뷰만으로도 “야구 잘하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던 선수다.

 

매일 하는 야구가 지겨워 야구 말고 축구, 농구를 더 많이 보다던. 롤모델은 특별히 없는데 윤석민 유형의 선수라는 얘기를 듣는다던 선수.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심장이 있는 선수다. 손가락 장난도 잘 치고.

 

머리 길러보고 싶다던 어린이가 프로야구 선수가 되어 당당히 고향을 다녀갔다. 길어진 머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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