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의 기억. 딱 오늘이었다. KIA 타이거즈가 2009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된 날. 

 

#남자의 눈물


투볼 투스트라이크. 딱 공이 맞는 순간 잠실 기자석에 있던 기자 대부분이 일어났다. 뒤도 볼 것 없이 끝내기 홈런.


순간 아.. 내려가서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바쁜 걸음으로 계단을 달려 그라운드로 갔다. 그런데 다 큰 남자들이 울고 있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선수들도 감독님도 프런트도. 눈물 범벅이 돼서 보이는 사람 붙잡고 포옹을 했다.


관중석도 울음바다. 울음 섞인 응원가가 그렇게 잠실에 울려퍼졌었다.


잠실을 흐느끼게 했던 나지완은 거의 인사불성 수준. 30여 분 간 앞에 있는 사람을 분간하지 못한 채 유령처럼 다녔다.

 

 

 

 

끝내줬던 방망이. 나지완이 보물처럼 아끼는 물건. ^^

 

 

 

#로페즈와 윤석민


워낙 극적인 우승이기도 했고 그야말로 정신없던 덕아웃.


그날 분위기는 거의 SK가 우승하는 분위기였다.


우승티와 모자, 샴페인 이런 것을 미리 준비해둘 분위기도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경기가 끝나면서 부랴부랴 티셔츠가 공수되어왔다. 선수들은 기다리고 있고 난리법석 나도 얼떨결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티셔츠 포장을 뜯고 있었다.


그 정신 없던 순간에도 기억나는 두 선수.


로페즈의 표정은 하나하나 다 기억난다.

MVP는 누구죠?라는 시상식 사회자 질문에.. 잠실 관중석에서는 로페즈와 나지완의 이름이 나왔다. 내 기억에는 로페즈의 이름이 더 컸던 것 같다.

단상 위에 있던 로페즈는 반짝반짝 눈을 빛내면서 곧 뛰어나갈 기세로 얼굴이 상기됐었다. 옆에 있던 선수들도 로페즈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누가 받아도 이상할 것 없던 MVP.


나지완의 이름이 불리었고 로페즈는 음.. 그랬다. ㅎ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나서 다음 스프링 캠프에서 다시 만나게 된 로페즈.

많이 친하게 지냈던 선수라 반가움에 로페즈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는데 로페즈는 바람처럼 나를 스쳐 지나갔다.

기자단 투표로 MVP가 선정된다. 일종의 시위? 삐침이었다. 통역 담당 프런트가 중재에 나섰고, 우리는 얼마 후 재회를 기념하며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

 


윤석민은 이상했다. ㅎ 샴페인을 들고다니면서 자기에게 뿌리기도 하고, 단상 위에서는 머리를 이상하게 하고 영혼 이탈한 사람처럼 서있었다. 윤석민 왜 저러냐고 신나게 웃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승리의 두꺼비가 윤석민과 관련이 있다.


초보기자에 야구도 두 번째 시즌. 정신없고 이상한 해였다. 조범현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우주의 기운이 모인 해.


사실 코칭스태프는 내년 시즌까지 고려한 시즌 운영을 생각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망이가 터졌다. 어. 어? 어! 하다가 정규시즌 우승을 했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했다.


8년을 보고 있지만 참 KIA 선수들은 순박한 면이 많다. 야구도 순박하다. 그런데 한국시리즈를 하면서 낯선 사람들을 봤다.

자신감이 넘쳤고, ‘미칠 선수’를 뽑아주라고 하면 스스럼없이 자신을 지목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우주의 기운이 정말 몰려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 일조했던 게 두꺼비다. 조 감독님께서 감독실에 두꺼비가 찾아왔다면서 우주의 기운이 몰려있다고 선수들에게 최면을 거셨다.


그 두꺼비는 윤석민의 작품이기도 하다.

무등경기장이 웨이트장 건너 편이 감독실이 있고, 감독실 입구를 지나서 라커룸으로 가는 구조다.

동선도 짧고. 웨이트장이었던가 아무튼 윤석민과 조태수가 두꺼비를 발견한 것이다.

어떻게 두꺼비를 쫓다 보니 감독실행. 그렇게 해서 행운의 두꺼비가 탄생했다.

 

 

#광주일보


광주일보 입사해서 가장 기사를 많이 썼던 날이 2009년 10월25일.

24일은 토요일이라서 신문 제작을 안 하는 날이었고, 25일 출근해서 한 번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기사를 썼다.

당연히 1면 톱을 KIA가 장식했다. 3면도 조범현 감독님 기사로 한판을 털었고. 7면 사회면에는 광주가 들썩였다는 광주 분위기 스케치, 8면 경제면에는 광주경제의 V10효과라는 기사가 들어갔다. 10면부터 14면까지 오로지 KIA만 다룬 체육기사. 15면은 한국시리즈 화보. 심지어 이날 오피니언판에도 V10에 관한 이야기와 사설이 실렸다.


나중에 들었는데 끝내기 홈런이 나오는 순간 광주가 뒤집어졌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 시내 길거리, 식당, 터미널 할 곳 없이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야구가 틀어져 있었고, 끝나는 순간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단다.


우리 회사에서도 잔치가 벌어졌었다. 옛날 야구 담당했던 선배들은 뭐 올해도 당연히 우승하는 거니까... 이런 분위기로 일을 했다고 하는데.


KIA타이거즈 일보로 제작을 하게 되면서 쉬어가게 된 판이 많아서.... 선배들이 편집국에서 우승을 축하하며 치맥파티를 벌이셨다.

나는 화장실도 못 가고 미친 타자질을 계속하고 있었고. 너도 먹어가면서 해라는 말이.. 아직도 뇌리에... 엉엉. 숨만 겨우 쉬면서 일했던 날.


그리고 이 날 참 파격적인 제작을 했었다.

나지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 길게 쓸 것 없이 사진으로 보여주자. 그래서 나온 판. 신문 한 면이 아니라 두 면을 이어서 나지완의 사진을 세로로 크게 실었다. 많이 화제가 됐던 편집.


황병일 수석코치가 광주일보를 보시고 나지완에게 선물을 하셨고, 나지완은 신이 나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신문을 펼쳐들고 자랑을 했었다. 나중에는 액자로도 만들었다. ㅎ

 

 

 

<신문을 펼치며 이렇게... >

 

가장 극적인 순간을 선물했던 나지완. 올 시즌은 나지완에게 기억도 하기 싫은 시즌.


매일 경기를 하면서 사는 선수들이다 보니 많이 예민하다. 흐름이 안 좋을 때는 기자들도 눈치보고 긴장하고.

그래도 답답해 하며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속내를 털어내는 선수들도 있다. 그런 선수에게는 나도 상황 봐서 솔직하게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게 된다.


나지완은 그런 선수 중 하나. “팬들이 얼마나 욕해?”라고 물어보면 아주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해준다. ㅎ


평소에도 티격태격도 잘하고. 올 시즌이 끝나고  “내년 시즌에는 야구 잘해도, 못해도 욕 많이 먹을 것이다”고 농담 반 진담 반말을 했다.


나지완 샤프하다.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하고 배시시 웃는다. 올해 마음고생 많이 하기는 했다.

“어휴 이럴 거면서 작년에 저렇게 못 했냐? FA라고 펄펄 나네”는 소리를 듣더라도 내년 시즌에는 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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