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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K리그)

굳세어라 이한샘!

by 2021S 2013. 2. 7.

4일 구이저우 렌허와의 연습경기. 선전 유나이티드 스타디움에서 A조 B조로 이날 경기가 진행됐었다.


숙소에서 1시간을 넘게 가야하는 거리.

 

오전에 기사 정리 하고 상대 주축 선수들이 나오는 A조 오후 경기를 보러가기로 하고 점심을 먹는데 이한샘이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선수들 반응이 ‘뭐? 누가? 이한샘이?’


김은선이 말하길 “이한샘은 소같다. 그냥 소다. 공만 보면 그냥 막 달려든다”


소 같은 이한샘이 쓰러졌다고 하니.


‘쇼크로 쓰러져서 병원에 갔는데 괜찮다’ 이 정도로 알고 있었다.


어제.. 인터뷰할 때 경기 때 컨디션이 조금 안 좋다고 하더니.. 날도 덥고 뛰다가 힘들었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선전행.


2011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렸던 경기장. 와 좋다. 좋다.. 를 외치며 들어섰는데. 이한샘이 앉아있다.

 

 

 


괜찮은지 들여다보는데. 이런.


멍하다. 귀에는 밴드가. 목이 부어올랐다고 보여주는데. 보기만 해도 아프다. 귀 안쪽도 스파이크에 찍혀서 깊게 파였다.


지나가는 사람들 한샘이 죽다 살아났다, 오래 살 것이다며 한마디씩 한다. 지금이야 웃고 말한다면서.

 

 


부상 상황을 들으니 아찔하다.


공을 향한 이한샘의 질주본능. 측면에서 돌진하던 상대 선수, 이한샘은 이미 지나쳐가고 발은 한발 늦었고.

 

타이밍이 어쩌다 보니 발이 이한샘 얼굴 쪽으로 향하고 말았다. 오른쪽 귀와 목을 강타당한 이한샘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고.


이후로 이한샘의 기억이 사라졌는데 상황이 심각했다고 한다.


혀가 말려 들어가면 기도가 막혀 위험할 수 있는데. 기절과 함께 그 증상이 나타나서 이용과 임하람이 달려들어서 응급조치를 했다.

 

눈도 돌아가고 숨도 내뱉기만 하고 .심폐 소생술까지 해서 이한샘 살렸단다.


현장에 있었다면 너무 놀라서 아마 나.. 울었을 것 같다.


20여 분 동안 황천길 갔다 돌아온 이한샘이다.

 

사람이 죽기 직전 짧은 시간에 별의별 생각이 나고 일생이 머릿속에 휙휙 지나간다더니. 이한샘도 그랬단다.


그 경험 나도 해봐서 안다.


지난해 상처 하나 없이 .. 안 죽고 살아있는 게 기적인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데. 차가 멋대로 움직여 달리던 그 몇 초가 몇 분 같았다.

 

그 짧은, 그 위급한 상황에서 별의 별생각이 들었다.

 

어 이거 뭐지. 이대로 죽나보네. 블랙박스를 사놓고 왜 설치 안 했을까. 이거 기사 제보해야 하는데. 부딪히며 아플까. 벽이 다가오는구나.


이한샘도 제 2의 생일을 맞은 거라며 축하 아닌 축하를 하면서..

 

죽다 살아나면 오래 산다는 데 우리 둘은 오래 살겠다. 나중에 90정도 되면 반말해도 뭐라 하지 않겠다면서.. 이한샘의 귀환을 기뻐했다.

 


 

 

그러면서 어제 인터뷰가 생애 마지막 인터뷰가 될 뻔했다면서 수다수다.

 


경기 전날 밤에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축구는 한번에 훈련을 시작하고 한번에 훈련이 끝나고. 경기장에서 많은 시간 얘기를 나누기가 힘들다.

 

경기 끝나고 잠깐잠깐 훈련 시간 앞뒤로 잠깐잠깐.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넘었다.

 

 유쾌한 얘기도 있었고, 찡한 얘기도 있었고. 잘 몰랐던 얘기도 있었고.

 


긴 대화를 끝내고 사진을 찍는데 설정이 이상하게 돼서 사진도 잘 안 찍히고. 내일 사진 찍자면서 헤어졌는데.

 

하마터면 정말 가슴 아픈 사진이 될 뻔했다.

 

 


얘기 한대로 사진을 원없이 찍기는 찍었는데. 기분이 묘하게.

 

다음날 멀쩡하게 유쾌하게 밥을 먹는 이한샘을 보고 젊음이 좋긴 좋다는 생각을 했다는.

 


단국대 시절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주장으로 .. 문제의 경기장에서 경기를 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와의 8강전, 그때는 무릎 부상으로 실려나가서 그 경기가 U대회 마지막 경기가 됐었다.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어..이 경기장이네..라면서 기분이 이상했다는 이한샘.

 

액땜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굳세어라 이한샘!

 

 

 

 골키퍼 막내 제종현이 이날 이한샘 보디가드.

 

 

 

이한샘을 이승으로 소환(?)한 박쌤. 박성필 트레이너와 고병혁 트레이너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60162800488817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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