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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두서없는 전국체전 축구이야기 - 금호고 vs 광양제철고

by 2021S 2010. 10. 13.

 



광주대표 금호고와 전남대표 광양제철고가 8강에서 만났다.

광주상무와 전남드래곤즈 유소년팀의 대결이기도 했던 경기.
 

이 경기는 승부조작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두 팀의 대결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단순하게 결과론적으로만 따지면 의도적으로 포항제철고를 밀어준 광양제철고가 가해자고.

이로 인해 최강전 진출이 무산됐던 금호고가 피해자다.

그러나 이건 그렇게 나눌 수 없는 문제다. 광양제철고 그리고 금호고라는 모교의 이름을 달고 뛴 선수들 모두 가슴 아픈 피해자 일뿐이다.



어른들의 욕심에 가장 순수해야 했던 스포츠 정신에 큰 상처를 입어버린 축구소년들.

챌린지리그 조별리그 1위를 달리고 있던 광양제철고 선수들은 챌린지 리그와 왕중왕전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금호고 선수들은 우여곡절끝에 경남정고와 왕중왕전 첫 경기를 치르게 됐다. 그렇지만 당당히 승리를 기뻐해야 했던 선수들은 그 기쁨을 맘껏 누리지 못했었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뒤 처음 만난 두 팀.

경기 중간 중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말씨름에 몸싸움까지 이어지면서 심판들까지 나서야 했다.

1-3 금호고의 패색이 짙어지던 후반 막바지.

금호고가 필사적으로 공격을 펼치고 있던 순간 미드필드 진영에서 광양제철고 선수 하나가 주저앉았다.

동점골을 넣었던 고병욱의 다리에 쥐가 났다.

얼굴을 감싼 채 그라운드에 선수가 누워있었지만 경기가 다급하게 진행되면서 선수들은 모두 광양제철고 진영에 몰려있었고, 관중석의 시선도 온통 그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금호고 공격이 계속되면서 골아웃을 할 수도 없는 상황. 그때 누군가 고병욱의 발을 잡고 근육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금호고 주장 남기열이었다.

중앙수비수로 뛰고 있는 남기열은 고병욱과 공격을 하고 있는 동료들을 애타는 눈빛으로 번갈아 보면서 중앙에 서 있었다.

 

사진.. 바깥쪽에서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른들의 싸움에 어수선해져 버린 그라운드.
 
하지만 그곳에는 어린 선수들의 열정과 순수한 스포츠 정신이 살아있었다.


경기는 그대로 3-1 광양제철고의 승리고 끝났다.

이번 체전 고등부 우승은 광양제철고가 차지했다.


 광양제철고 벤치 바로 옆에서 경기를 보게 됐다.

경기 시작과 함께 .. 대기석에 있던 선수들 오로지 진재.. 진재야.. 아~진재!를 외친다.

방호진 감독대행도 진재! 어쩌고 저쩌고..

기자들 도대체 진재가 누구냐 하면서.. 어느 순간 이름과 백넘버를 다 외우게 됐다.

.. 이날 골도 넣었다. 명단을 보니 2학년 학생이다. 이진재.

기자들은 이 선수에게 ‘미친 존재감 진재’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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