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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010.08

2008.11.07 - 멋진 녀석 나지완

by 2021S 2012. 2. 7.

 




신인왕과 MVP가 결정됐다. 뭐 예상했던 대로의 결과.


 6년 만의 신인왕이라. 솔직히 신인왕의 의미가 6년이라는 세월에 너무 물러지는 게 아닌가 라는 고민을 했지만, 다른 대항마가 없었다. 김선빈이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의외의 재미있는 승부가 나올 수 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이번에도 탄생하지 못한 KIA표 신인왕에 대한 아쉬움을 내년으로 미뤄보면서 나지완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개막전 4번타자를 꿰찬 나지완. 시작은 거창했으나 자리를 잡는데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조금만 더 빨리 감을 잡았더라면 혹은 시즌이 더 길었더라면 나지완도 신인왕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겠지만.


 

나지완은 타석에서 보이는 표정처럼 말투도 조금 심술궂었다.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색한 자신감의 말투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포기’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얘기해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그런...

 

 붙임성도 좋다. 아주 쉽게 누나! 라는 단어를 내뱉었던 선수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외적으로 가장 많이 성장한 선수일 거라고 생각한다.

 

시즌 중반 거침없던 자신감이 프로의 벽에 조금은 수그러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포기’와 ‘좌절’ 이런 것과는 다른 무엇이다. ‘오기와 욕심’이 곁들여진 자아의 재정립이라고나 할까.


 “어제 호수비 좋았어. 타석에서도 안정이 된 것 같아” 이런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도 멀었어요. 수비 못해서 속상해요. 더 잘 잡아야 하는데”(약간 투덜거리며)


 자신의 능력을 믿으면서도 욕심이 차지않는 나지완이다.

 

 





표독스럽게 배트를 휘두르던 모습은 박흥식 전 타격코치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올 시즌 재앙같던 타선 덕에 마음고생 꽤나 하시면서도 야간 훈련장에서 혹은 경기전 그라운드 위에서 나지완을 붙잡고 계신 코치님을 자주 뵜었다.

 

 코치님은 유연하지 못한 선천적 능력과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가능성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곤 하셨다. 그리고 나지완을 내몰았다.

 

 뒤늦게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동갑내기 거포 김주형과는 의도적인 경쟁 체제가 형성됐었다. 전지훈련때부터 같이 묶어서 훈련을 받았던 두 선수.

 

 아쉽게도 초반의 기대와 달리 둘 다 만족스런 결과는 얻지 못했다.  상반된 모습, 상반된 성격. 하지만 그 가능성만은 공통적인 분모다.

 

 투덜투덜.. 영리하면서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선수.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가능성이 영글어가는 나지완. 내년에는 더 멀리 비상하기를.

 

 

에피소드.

 

 시즌 마지막 경기. 두산과의 홈경기가 벌어졌던 지난달 4일.

 

 두산 선수들의 배팅 훈련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나지완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김현수를 부르기 시작했다. 꽤나 크게.

 

 김현수는 훈련중이라 눈치를 보면서 KIA 덕아웃을 돌아봤고, 나지완은 이렇게 얘기했다.

 

 "현수야 현수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방망이를 잘치니? 나 내일 서울 가니까 요구르트 한 잔하면서 얘기 좀 하자."

 

 얘기는 잘 됐나 모르겠다. ㅎ

 

 






 

투표와 관련한 에피소드.

 

MVP 5표는 나와야 한다던 윤석민 3표에 그쳤다. 팀 후광이 미천했고, 윤석민이 워낙에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이라 기자들이 무심했을까?? ㅎ

 

걱정스러운 맘에 이래저래 올 시즌 누구보다 훌륭했노라고 장문의 문자를 보냈더니.. 윤석민이 삐졌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뭘 그리 장문으로 문자를 보냈냐면서 괜찮다고 웃는다. 순간 내가 오버했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오히려 어린이가 된 기분이었다. 

 

의젓한 석민어린이.... 내년에 다시 한번 MVP도전해서 순금 트로피 좀... 구경시켜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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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제가 누구 닮았게요? ........... 가.. 내 메모리에 있는 나지완과의 개인적인 첫 대화.


1루 덕아웃 쪽 그물망 사이에 철퍼덕 앉아있던 나지완.


‘헉.. 누나? 누구 닮았냐고??????’


혼자 그러면서 자폭을 했다. 바나나 우유네. 개그맨 누구를 닮았네.


뭐..뭐지? .. 하면서 당황하고 있는데.. 나지완 “저 누구 닮았는지 비밀이에요”라면서 자리를 떠났다.




나지완은 지금도 참 뜬금없다.


매도 많이 번다.


그래도 철도 많이 들었고, 야구도 많이 익었다. ^^




그리고.. 윤석민.. 반짝반짝 빛나는 트로피 구경시켜줬다. ㅎ


 윤석민이 2008년 MVP 후보였다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지난해 MVP 투표를 앞두고.. 윤석민이 3표 밖에 못 받았었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윤석민의 주장에 따르면 나도 찍어준다고는 했었단다. 7표를 확보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3표.


미안. 기억나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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