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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그때의 이의리와 정해영

by 2021S 2020. 8. 30.

일하면서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많은 이들을 만난다. 

다른 것은 잘 잊는데 현장 취재가서 보고 느꼈던 것은 어제 일처럼 다 생생하다. 후쿠오카 취재도 그랬다. 

서울팀들에는 일상인 해외 전지훈련. 우리 지역에서는 광주일고가 처음 해외로 나갔었다. 나훈 광주시야구협회장의 인맥으로 해서 광주일고가 후쿠오카에서 전지훈련을 했었다. 김창평이 '캡틴'을 맡고 있던 2018년. 

나도 잠깐 후쿠오카를 다녀왔었다. 취재 덕분에 처음 후쿠오카 방문. 

이때는 당연히 김창평이 가장 이슈의 선수. 

광주일고가 머물렀던 이토시마시 야구장이 요유베이커리 키타무라 회장 소유였는데.. 동네 할아버지 같던 회장님이 도쿄대 2학년 때까지 야구를 했던 야구인 출신이다. 편안한 운동복 차림으로 직접 자신이 먹을 도시락을 챙겨서 오던 어르신. 

실업팀과 유소년팀도 운영하는 등 야구 열정이 대단한 분이었는데 김창평을 꼭 집어서 이야기했었다.  유소년팀 지도자들도 김창평을 먼저 이야기했었고. 

한화 유장혁도 이때 3학년 멤버. 그리고 정해영이 2학년, 이의리가 1학년 신입생이었다. ㅎ

정해영은 초딩 꼬꼬마 시절부터 봤던 조카 같은 선수.  "해영이 왔어?"라면서 귀여워했는데.. 이제는 ... 

KIA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고 있는 정해영을 보면 가끔 어색하고 웃기기도 하다. 동글동글 꼬맹이가 듬직한 선수가 돼서 긴장감 가득한 상황에서 공을 던지고 있으니. 괜히 기특할 때도 있고 그렇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웃는 것도 그렇고 그냥 그 상태로 몸만 점점 커졌다. 

후쿠오카 캠프에서 연습경기도 했었는데 정해영이 투수로 나선 것은 못 보고. 타자로만 경기를 봤었다. 

 

 

이의리 던지는 것은 잠깐 봤었고. 이의리 지명받고 나서 후쿠오카 때 앨범을 뒤적뒤적하는데..  고등학교 선수들은 이 선수가 저 선수 같고 저 선수가 이 선수 같고. 찾아보니 이의리 사진이 있다. 맞나 싶어서 본인한테 직접 확인도 ㅎ 

고등학교와서 첫 캠프라 긴장도 되고 힘든 것도 있었을 것인데 싱글싱글 웃고 있다. 마침 정해영과 같이 웃고 있는 사진도 있고. 

 

 

작년에는 나도 1차 지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었다. 

가장 중요한 3학년 때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정해영. 스피드가 나오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지명을 놓고도 워낙에 의견들이 분분해서. 

광주일고 성영재 감독도 많이 안타까워했었다. 슬쩍 눈물을 보이기도 했었다고 하셨는데... 얼마 전에 "울었어요?"라고 물어봤더니 "네??? 노코멘트"라고 정해영이 웃었다.  "울었네~"라면서 나도 같이 웃기는 했지만 정해영에게는 진짜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만난 정해영은 열심히 잘 성장하는 중이었다. 궁금한 게 많아서 ..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하고 생각도 하고. 

캠프 때 플라이트스코프 이동 장비를 설치해서 투수들 피칭할 때 활용했는데. 담당자한테 가장 부지런히 물어보는 선수 중 한 명이 정해영이었다. 

지난해 부진했던 만큼 체계적으로 훈련 받고 준비하면서 더 많이 성장했다.. 그래도 올 시즌 이 정도까지 예상은 못 했었다. 

운도 따랐다. 프로 첫날부터 생각하지도 못했던 승리투수가 되는 등 세 차례 끝내기 경기의 승리투수가 됐다. 이 중 두 경기는 나지완이 끝내줬다. 

두 번째 끝내기가 나왔을 때 감사한 마음에 나지완의 홈런공을 챙겨다 줬다는 정해영. 어떤 표정으로 공을 건넸을지 상상이 가서 웃음이 터졌다. 나지완의 표정도 상상이 되고. 

어린 선수가 씩씩하게 승부를 해서 좋다고 나지완이 칭찬을 했는데. 이 어린 선수도 나름 선배다. 

 

이의리랑 지명 전 통화를 했었다. 올해는 뭐 당연히 이의리였기 때문에 인터뷰해두려고 미리 전화를 했다.  24일 1차지명 선수 발표인데, 협회장기가 있어서 21일 강원도로 올라간 이의리. 

첫 경기 결과에 따라서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상황, 당연히 유니폼 사진은 찍어뒀을 것인데.. 소문이 나면 안 되니까 모르는척 하고 있던 이의리. 유니폼 사진 찍었냐니까 "어디서요?"라고 답을 했다 ㅋㅋㅋ 어.. 찍은 눈치던데라고 .. 했더니 이번에는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ㅋㅋㅋ 

나름 나도 기자 짬밥 좀 먹었고.. 인맥도 좀 된다 ㅎ "말하지 말라고 했냐"면 돌직구를 던지니 이의리 웃음이 터졌다. 

지명 발표 나고 기사 쓸 거라고 하니 그때서야 입을 연 이의리.

한준수 지명 때도 어린 선수의 귀여움에 많이 웃었다. 지명 발표 나고 전화로 소감을 듣고 소식 언제 들어냤고 물어봤었다. 한준수의 답은 "조금 전에요". 내 답은 "어? 구단에서 유니폼 입은 사진 보냈는데. 언제 찍었어요?". 이때 한준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ㅎ. 

 

다시 정해영으로 돌아와서.  이의리랑 이야기를 하면서 정해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해영이 형을 계속 만나기 때문에 좋은 것 같고 광주일고의 위상을 높여서 기분이 좋아요.  저도 가서 해보고 싶어요. 해영이 형이 안 떨고 잘하는 것도 신기하고 그런 부분이 부러워요.  해영이 형이 항상 말해주는 게 제구가 안 되면 일단 올라오기 어렵다 이렇게 말해줘서. 기회를 받으면 일단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될 것 같아요."이의리에게는 부럽고 든든한 선배인 정해영. 어린 선수 답지 않게 앞을 보면서 차근차근 준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타자가 자신 있었고 재미도 있었는데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현실적으로 생각했다는 이의리. 그래서 좌완투수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밸런스, 회전운동을 많이 했다고. 많은 이들이 지겨워하는 그런 운동인데... 정작 이의리는 재미있었단다.  다리를 들었다 나갈 때 타이밍을 맞추는 걸 신경 쓰다 보니 밸런스, 스피드 모든 게 좋아진 것 같다는 이의리. 

프로에서 궁금한 것은 변화구의 완성도와 어느 정도 구속이 나올 것인가.  빠르게 회전할 수 있는 몸 잘 만들어서 프로에 오겠다는 이의리.  

1학년 때라고 많이 귀엽다 ㅎ 

인터뷰하면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단어는 '인성'이다. 

이의리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 많은 선수들은 야구 자체를 먼저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의리는 예의와 인성을 이야기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성이 좋아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인성을 이야기하는데.. 괜히 내가 고맙고 그랬다.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야구판을 지켜보면서 아쉽고 안타까운 장면들이 많았다. 오로지 야구만 이야기되고 집중 받는 환경.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고 성숙하지 못한 채 바로 프로에 와서 부와 명예를 얻다 보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에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그리고 옆에서 쭉 지켜봐도 야구만 잘하는 선수는 야구만 잘하는 것으로 반짝하고 사라지고 만다. 인성 좋은 이들이 결국 롱런하고 끝까지 존중받는다.  

어린 학생 선수들에게 그래서 환경, 교육이 중요하다. 지도자들과 부모님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야구가 먼저가 아니라 인성이 먼저인 선수들. 그런 선수들이 말뿐인 '꿈과 희망'을 이 아닌 정말 꿈과 희망의 그라운드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정해영과 이의리 '착한' 선후배로 KIA 마운드를 이끌어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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