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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이야기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유창식

by 2021S 2010. 9. 12.


고교최강전, 김선섭 감독이 이끄는 광주일고의 승리로 끝났다.

주말리그를 기념해서 열린 대회. 주말리그가 시행되긴 시행되나 보다.. ㅎ

주말리그 도입되면 기존의 대회들 변화가 불가피한데 그 주체들은 어떻게 뭐가 변하는지.. 잘 모른다.

올해로 5번의 무등기를 치렀던 나도 한다고 하니까 하나보다 하고 있다. 내가 무심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능력 밖의 문제고...

야구 발전을 간절하게 바라는 입장에서 탁상행정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8월에 열렸던 소년체전. 5월말 6월 초에 치러져 왔던 봄체전이 여름체전이 됐던 것에는 나름의 거창한 명분과 이유가 있었다.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 

이번 8월 소년체전은 그런면에서는 보완해야 할 것 투성이었다.

학습권 보장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실상 어린 선수들은 대회 시기가 늦춰지면서 방학까지 반납한 채 더 많은 시간을 훈련에 투자해야 했다.

운동하는 학생들에게는 가장 큰 대회라 오로지 여름 체전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지도자들도 여름까지 체전에 묶여 있었다.

날씨 변수 많은 여름 대회라 ... 8월의 땡볕에 어린 선수들이 그동안 준비한 것에 대한 결실을 얻어내려고 필사적으로 뛰어다녔다. 어른들 보고 직접 뛰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던 어린 선수들.

나름 한낮 시간은 피한다고 오후에 경기 시간을 배치했지만 그래서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경기를 진행해야 했던 종목들도 있었다.

여름 비도 피할 수 없었다. 1년을 기다려서 지역을 대표해 출전했지만 그라운드 한 번 못 올라보고 울면서 돌아간 선수들도 있었다.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 야구.. 비 때문에 경기를 할 수가 없어서 제비 뽑기로 승패를 가르기도 했다.

어린이들의 가슴에 멍이 들어버렸던 8월 체전이었다.

엘리트 스포츠가 주가 되는 우리나라에서 선수들의 학습권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렇지만 머리로만 앉아서 생각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또 다양하게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8월의 소년체전의 예를 살펴서 주말리그 방향도 잘 설정해야 할 것이다.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오히려 개인의 여유 시간 없이 주말까지도 야구만 해야 하는.. 더 많은 것을 버려야 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될 것이다.

팀의 에이스만 반복해서 마운드에 오르게 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살펴봐야 한다.

축구와 달리 야구는 시간 공간 제약이 많은 종목. 하늘의 도움도 많이 필요하다.  비가 변수다.
 
야구장 없어서 아마팀, 프로 2군, 사회인 야구단들이 경기장 하나에 뒤섞여 있는 게 현실이다.  주말리그 도입이 인프라 확충의 계기라고 내세웠던 만큼 꼭 그 결실이 나오기를. 

야구가 좋아서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어린 선수들이 행복하게 운동을 하고.. 다양하고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그런 발전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그리고 최강전 광주일고의 우승 주역 유창식.

올 시즌 무등기 때 자료 뒤적뒤적하다가...

 



무등기 하면서 예전 블로그에 써놓은 내용이 있다.

-유창식이 어제 광주일고와 휘문고의 경기 유창식과 임찬규가 중간에 등판해 맞대결을 벌였다. 한 스카우트분에게 질문을 받았다. 누가 더 잘 던지는 것 같냐고.

둘 다 고교 무대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투수.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유창식이 능구렁이 같은 투구를 한다면 임찬규는 씩씩한 투구를 한다.

유창식이 윤석민이라면 임찬규는 이범석 같다고 할까.

유창식 어제 비록 팀 승리를 못 지켜냈지만 역시.. 유창식이다는 모습을 몇 차례 슬쩍슬쩍 보여줬다.

구위 자체는 좋았다. 스피드도 140㎞은 그냥 넘긴다. 146㎞까지 찍었다. 문제는 어제 제구가 멋대로였다는 것.

유창식에 대해 짜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유창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급 선수로 성장할 무한한 가능성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일단 스피드. 프로 가면 150㎞ 문제없이 나올 것이다. 종과 횡으로 떨어지는 두 가지 슬라이더는 지금 당장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위력이 있다. 거기에 완급 조절까지 자동이다. 공 자체에 강약을 조절할 줄 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해서도 알아서 강약을 조절한다.

그동안 알아서 강약을 조절해 온 만큼 큰 부상 없이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리한 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다. 어제 무사 1루였던가.. 아무튼 상대의 번트가 나왔다.

포수 앞쪽에 떨어진 타구를 잡은 유창식은 망설임 없이 바로 2루로 돌아 공을 던졌다. 실책으로 기록이 됐지만 송구만 좋았다면 충분히 주자를 잡아낼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마운드에서 달려 내려온 그 짧은 시간 머릿속에서 모든 계산이 끝난 것이다. 그 상황에서 많은 투수들은 정해진 공식대로 1루 승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리지만 노련한 이 투수는 자신만의 계산으로 2루를 선택했다.

번트 처리하는 것은 한 예고,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야구의 기본 공식에 자신만의 응용과 발전을 더해가고 있는 선수다.
 
물론 프로의 벽은 높다. 천하의 유창식이라지만 자신의 킬러 휘문고 타선 특히 박태원을 상대로 긴장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당황해서 실수를 연발하기도 했고. 그래서 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미래의 모습이 더 기대가 된다.-



선천적으로 좋은 야구선수로 때어 난 이들이 있다. 좋은 체격에 잘 던지고 잘 치고. 이런 선수들은 스타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경기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풀어나갈 수 있는 영리함과 배짱 .. 여기에 오기까지 더해지며 금상첨화.

유창식이 필요 이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난 유창식이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 선수다.

단,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자질 중의 하나가 오히려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까 그게 살짝 걱정된다.

유창식의 투구를 보면 고등학생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여유가 넘친다. 알아서 자기가 힘을 조절하고 경기를 조절한다. 이 장점이 프로라는 무대에서 역풍을 맞을 수가 있다. 혹독한 프로무대를 넘어서야 진정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유창식의 단점이 아주 작은 것 때문에 뜻밖에 크게 무너져 버린다는 것.

올 시즌 중요한 경기에서도 그렇고 잘 던지다가 한 순간에 흔들리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다.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나가다가도 방심일 수도 있고.. 엉뚱한 실수나 난조를 보이며 위기에 봉착하는 경우가 있었다.

자신이 계산한 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차근차근 승부를 하다 보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봤자 남의 자식?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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