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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SNS

공은 둥글다. 인생도 둥글다.

by 2021S 2011. 10. 19.


좋을 때야 한없이 즐겁고 버라이어티한 직업이지만 늘 좋은 것만 보고 듣고 얘기할 수는 없다.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고 기사를 쓰고 쓴소리도 하고. 단순하게 취재원이라고 놓고 보면 상대가 누구든, 일련의 변화와 상황은 나와 별 상관없는 ‘남의 집안 일’이다.

하지만 일과 일의 관계를 떠나면 사람과 사람이라는 관계가 남는다. 오늘은 그래서 마음이 복잡했던 하루다.

어찌됐든 2008년 초보기자로 시작해서 지난해에는 16연패 팀 출입기자도 됐고. 엊그제는 무기력했던 준플레이오프 책임을 물어 출입기자 유배 보내야 한다는 농담도 들었고. ㅎ.. 2009년에는 우승팀 출입기자의 영예(?)도 누렸다.

웅성웅성 뒤숭숭했던 무등경기장.

검진차 서울에 가 있던 휴식조 선수들도 전화 돌리면서 상황 파악하느라 정신없고.

나도 정신없이 타자질해서 국장님한테 바보 소리 듣고.

그냥 정신이 없었다. 복잡한 미묘한 기분. 정말 복잡 미묘다.

떠나는 사람. 오는 사람.

사람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지금의 인연이 어떤 인연이 될지. 불확실한 미래. 그래서 현실에 충실하고 신중하게 현명하게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오늘은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

인형 대신 공을 쥐여주시고 마운드에서부터 타석의 거리가 얼마인지, 안타와 삼진을 어떻게 기록지에 적는지를 가르쳐주시던 아부지. 

 

대충 야구가 뭔지는 알기는 했지만 ..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 공놀이를 하는 곳. 공놀이를 하는 삼촌들.. 이런 개념만 가지고 있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생각나서.

꾸벅꾸벅 인사를 하던 꼬마가 기자가 돼서 그라운드에 등장할 것이라는 걸 그분들도 몰랐을 것이다. 나도 터덜터덜 배트 가방 메고 동네를 지나가면서 안부를 묻던 야구하는 삼촌과 야구를 얘기하게 될 줄은 몰랐다. 도루하겠다고 뛰어다니던 꼬마를 취재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 하지 못했고.

야구와의 끈질긴 인연의 고리. 기분이 묘하네. 야구의 인연 어디까지 계속될까.



야구장에 방목되서 살다가 한참 야구를 잊고 살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다시 야구에 미쳐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야구때문에 미치겠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에 묻혀 살았던 터라 이런 팬 저런 팬.. 이런 사연 저런 사연 많이 접하고 살았다.

나에게도 야구가 인생의 큰 기쁨이기도 했고,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산다.

그런데 야구라는 게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되면 그건 더 이상 기쁨이 아닌 것 같다. 가족과 생업보다는 야구가 먼저가 되다 보면 또 야구가 일이 되어버리면.. 불행할 때가 있다.

나도 일로 야구를 하게 되면서 즐거운 취미하나가 사라졌다. 좋아하는 야구 마음껏 보고 다닌다고 부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은 일이다. 그냥 팬이었으면 숨이 넘어가게 황홀했을 한국시리즈 7차전 무대도 내겐 일터였고.

어제도 지인분에게 병나신다고 제발 야구에 목숨 걸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리기는 했지만...

식음전폐하고 여기저기 병나시고 가족들 원망 들으면서 속 끓이던 아재들.. 야구를 조금만 더 야구로 보시고 즐기면서 사세요. 아부지 야구장 가셔서 제. .생일날 늦게 오시면 그렇게 속이 상해서.. 훌쩍훌쩍 하고 그랬습니다.

그깟 공놀이!

그런데 그깟 공놀이 때문에 별의 별 생각을 했던 하루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참..  LG 유니폼을 입게 되신 최태원 코치. 그리고 익숙했던 유니폼을 벗는 박종섭. 좋은 일 가득하고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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