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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내 편 (feat. 한기주)

by 2021S 2015. 3. 18.

 

화제의 등판.

시간이 잘 맞았다. 11시 경기라서 한기주를 보러 갈 수 있었다.

몸을 풀고 있는 한기주를 보니.. 아 던지기는 정말 던지나 보네. 이런 생각?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는데 왜 옆에서 보시는 코치님들이 더 긴장해보이시는지.

 

 

 

 

초구는 슬라이더 같은데 바깥쪽으로 많이 흘렀다. 2구 스트라이크 이후 다시 볼. 그리고 중전안타.

초구에 중견수 플라이 그리고 도루사. 좌익수 이은총이 타구 잘 처리를 해주면서 공 7개로 1회가 끝나버렸다.

일단 스피드 체크를 하고 불펜으로 가보니 한기주와 김진우가 몸을 풀고 있다.

더 던질 것 같아서 다시 또 대기.

 

 

 

 

2회 시작하는데 박윤에게 변화구만 4개를 던진다.

 

127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체인지업 두 개는 볼, 다시 슬라이더로 헛스윙.

 

다섯 번째 공은 직구. 툭하고 맞췄는데 어하는 소리와 함께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홈런 타자 박윤 ^^

 

 

2회가 끝나고 웨이트장에 갔는데 역시 한기주의 피칭이 관심사.

 

박재용 코치에게 스피드는 이리이리 나왔고, 박윤에게 홈런을 맞았다고 설명을 해드렸다.

 

가볍게 쳤는데 넘어가더라는 말에.

 

코치님께서 원래 어렸을 때부터 힘이 좋은 선수였다. 초·중학교 때도 만루 상황에 박윤이 나오면 상대가 고의사구로 내보내곤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옆에서 오묘한 표정을 짓는 선수를 보고 잠시 내 웃음보가 터졌다.

 

“왜 나도 고의사구라고 얘기를 하지 못하냐”고 한마디 했더니.

 

 이 선수가 슬며시 고백한다. “코치님 저도 고등학교 때 고의사구…. 지금은….”

 

볼빨간 얼굴로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이 선수는 옛 동성고 강타자 김주형이다.

 

손목이 아파서 며칠 고생했는데 이미 방망이 들었고, 수비훈련도 하고 있다.

 

다시 옛 동성고 명투수 한기주 이야기로 돌아와서.

 

 

 

 

2회 등판을 기다리면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는 한기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 뒷모습.

 

한기주는 등판이 끝난 뒤 “아 홈런 맞았다. 실점을 했다”면서 특유의 표정을 지었다.

 

계속 홈런 홈런을 말하던 한기주.

 

특별히 잘한 것도 그렇다고 특별히 못한 것도 아니었다고 자평.

 

중요한 것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져보면서 감각을 살리고 느껴본 것이라면서.

 

손가락으로 연도를 세어보던 한기주. 2012년 4월1일이 한기주의 마지막 기록.

 

벌써 3년이나 됐다면서 아프지 않고 던졌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직 1군 마운드는 머릿속에 없다는 한기주,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돌아가는 게 목표라는 설명이다.

 

 

퇴근길에 우연히 한기주를 만났다.

 

경기장 앞에서 신호가 걸려서 대기하는데 바로 옆에 한기주의 차가 섰다.

 

창을 내려 인사를 하는 한기주. 표정이 좋다. 개구쟁이 한기주가 되어 씩 웃고 간다.

 

 

 

 

오늘 표정관리 안 된 선수 한 분 또 계신다.

 

함평 나비로 지내고 있는 나지완.

 

팔꿈치 재활 끝내고 처음 수비를 나갔던 스프링캠프 히로시마전에서 (KIA팬이라면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떠올릴 수 있는) 나지완표 슬라이딩 수비를 하다가 갈비부상을 입은 나지완.

 

재활 끝내고 이날 5번 지명타자로 나왔다. 

 

첫 타석에서 몸에 맞을 뻔하다가 볼넷으로 나가더니.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결국 몸에 맞았다. 어디를 가나 공이 쫓아다닌다.

 

그리고 타자일순해서 다시 들어선 6회 네 번째 타석에서 몸쪽 공을 잡아당겨서 스리런을 만들었다. 의기양양 신났다.

 

2군 라인업이 나름 화려했다.

 

이은총-김민우-이종환-박진두-나지완-백용환-최병연-서용주-강한울이 스타팅으로 나왔다.

 

 이 선수의 등판도 상당히 화제였다. 아.. 당연히 윤석민 이야기다.

 

 

 

 

음.. 얼굴이 너무 크네 보이나. 그래서 다른 각도에서 ㅎ.

 

 

 

 

공을 잘 던져도 못 던져도 뭔가 마음이 그럴 것 같았던 첫 등판이었다.

 

준비를 열심히 했었구나가 느껴진 경기였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는데, 마운드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1만9000여명의 기립박수 속에 마운드에 올랐던 윤석민.

 

팬들에게 모자라도 벗어서 인사라도 하지 그랬냐는 이야기에 슬쩍 당황하는 게.. 아마 잘 던져야하는데.. 이 생각을 하느라 다른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렵게 돌아왔고, 걱정이 더 많은 상황이라. 윤석민 인생에 꼽는 긴장된 경기 중 하나였지 않을까?

 

“과연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을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을까?”

 

스피드 걱정도 했었단다. 지난 시즌 너무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기에 본인도 궁금했다는 직구 스피드. 146㎞, 평속 145㎞.

 

지난 시즌 어렵게 어렵게 공을 던지는 모습을 봤기에 정말 잘 던졌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첫 등판.

 

 

 

조심조심 인터뷰를 하고 일어선 윤석민.

 

잠깐 따로 이야기를 하고 헤어지는데.. 그래도 마지막엔 엄지를 들어올리더니 씩 웃으면서 라커룸으로 향했다.

 

 


뭔가 어색하고 이상한 며칠이었다.

 

윤석민이 챔피언스필드에서 공을 던졌고, 한기주가 챌린저스필드 마운드에 올랐다.

 

취재원으로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두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을 동시에 봐서 기분이 이상하다.

 

 

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것 같은 제목 ‘내 편’을 달아놨는데.

 

내 카톡 멘트도 ‘내 편’이다.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는 단어다.

 

지난달 광주 FC 전지훈련 취재를 갔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내 편이라는 거, 내 편이 있다는 게 그렇게 큰 것인지 몰랐다. 경기장을 뛰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경남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대화의 주제였다. 주장 임선영이 ‘내 편’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이날 광주에는 비가 왔었다. 그럼에도 많은 팬이 찾아서 그들을 응원해줬다.

 

창단 첫 경기에서 3만여 관중 앞에서도 경기를 한 적이 있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온 ‘내 편’이 그들에게는 기적 같은 힘이 됐고, 그들은 기적 같은 승격을 이뤘다.

 

그리고 다시 윤석민의 입에서 ‘내 편‘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복귀 결정에 대해 많이 의아해 하고, 아쉬워했는데...  “1·2군 감독이고 단장이고 내 편이 없더라”는 윤석민의 말에 뭐라고 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에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 하지만 지독하게도 운이 따르지 않기도 했고, 쉽지 않은 결정과 수차례 마주해야했다.

 

야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이제는 정말 이 두 사람이 물 흐르듯 편하게 야구하는 걸 보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야구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 힘내라. 든든한 ‘내 편‘이 있으니까.

 

 


보탬말.

퇴근길에 누군가와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긴 대화의 결론은 ‘내 편’이었다.

나도 주관이 확실한 편이라 나만 열심히 잘하고, 잘나면 되는 줄 알고 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리저리 부딪혀본 사회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아팠다.

혼자 묵묵히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알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쉽게 깨달을 것을 뒤늦게 알았다.

나도 ‘내 편’의 든든함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 편’이 있다는 것.

가끔은 정치적인 의미가 더해지기도 하지만 인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이다. 그걸 알았으면…. 난 네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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