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준PO 1차전.
출근하는 선발 보면 대충 그날 견적 나온다고 예전에도 쓴 적이 있는데.
오늘 출근하는 윤석민은 등장부터 호투를 예고했다.
가을잔치라고 덕아웃에 기자 반 선수 반. 아니.. 선수들보다 기자가 더 많을 수도 있겠다. ㅎ
아무튼 덕아웃 . 복도 모두 사람들로 시끌시끌 정신이 없었다.
여기저기 미니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숨 좀 돌리려고 복도 한쪽으로 빠져있었는데 지나가던 김선빈이 피식 웃는다.
무슨일이고 하고 몸을 돌려 봤더니 저기 멀리 원정선수단전용출입로에 윤석민이 등장.
내 뒤쪽에는 사람들이 가득가득 시끌시끌한데 윤석민이 멀리서 ..홀로 가방을 메고 걸어오고 있었다.
공교롭게 가장 먼저 선발 투수님을 맞이하게 됐다. 선수 출입로가 상당히 긴데 .. 빨간 유니폼을 입은 윤석민이 녹색 복도를 홀로 걸어오는 모습, 모델이 런웨이를 걸어오는 듯한 ..ㅎ
윤석민이 씩 웃어보인다.
엄지 손가락을 내밀어 인사를 나눈 뒤에는 어깨를 들썩들썩하며 춤까지 추며 걸어온다. 얼굴에도 웃음이 한가득. 복도가 좁기도 하고 미니 기자회견들 진행되느라 다른 사람들 정신이 없었던터라 .. 선발 투수님의 화려한 출근 모습을 홀로 감상했다.
선발날 조금은 긴장을 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하는데 오늘은 유쾌하게 등장을 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경쾌하게 공을 던졌다.
<KIA 타이거즈>
윤석민을 그리고 KIA 팬들을 들었다놓았다.. 애간장을 녹인 꼬꼬마 키스톤.
출근할 때는 싱글벙글이더니 경기 끝나고는 .. 한 선수는 민망해서 눈웃음이고 또 다른 선수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울상이다.
앉아서 짐을 챙기고 있던 김선빈에게 “얼굴은 괜찮느냐. 긴장했었냐. 몸이 로봇같더라”고 했더니 본인도 민망해 하면서 고개도 못 들고 웃는다. 그래도 결승타 주인공은 됐노라고 하니 이번에는 얼굴을 올려다 보면서 결승타라고 좋아한다. 반달눈까지 돼서. ㅎ
안치홍은 도끼눈이 됐다.
얼굴은 곧 터져버릴 듯 빨갛고.. 분해서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오랜만에 보는 안치홍의 얼굴.
예전에 외야 플라이 하나만 치면 경기를 끝낼 수 있었던 상황에서 그냥 돌아서서 분해하던 얼굴과 비슷한. 그때보다 더 얼굴이 빨갛기는 했다.
오늘 전체적으로 투수들은 느긋느긋.
손영민·한기주 87콤비 그리고 임준혁이 나란히 앉아서 타자들 연습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정 나오면 투수들이 공 수거 담당.
이게 포스트시즌인지 시범경기인지 연습경기인지 손영민과 한기주는 느긋하니 여유가 넘친다.
긴장 안하고 잠은 잘 잤느냐는 질문에는 뭐 별일이라도 있느냐는 심드렁한 반응. ㅎ
셋 다 마실나온 아저씨들 마냥 느긋하게 있더니 경기 시간 다가오니까 임준혁이.. 괜히 떨리기 시작한다며 로페즈보고 청심환 두 개 사다주라고(물론 한국말로)는 했다.
2차전 선발 로페즈는 김주일 단장이 새로 마련한 화려한 응원복까지 걸쳐 입고서.. 신이 났다.
선수들 응원하러 온 김상훈이 먼저 걸쳐봤는데 포스가 상당하다. 로페즈가 김상훈을 보고는 눈이 동그래져서 자기도 입어보겠단다.
로페즈가 걸치니 또 다른 멋이 있다. 김상훈은 도미니카 왕자같아야 라면서 껄껄.
팬들에게는 재미있는 경기이지만.. 기사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경기 참 애매하다.
특히 마감시간 촉박한 경우에는 .. 기자들 두통유발하는 경기. 대충 각이 나오는 경우에는 이길 경우 , 질 경우로 해서 두 개의 기사를 동시에 쓰기도 하는데. 오늘 같은 경기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오늘이야 토요일이라 느긋하게 봤지만 마감 해야하는 내일은 숨도 못 쉬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없이 다른 생각을 하다가 만루홈런을 날렸다는 차일목. 공·수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활약을 했다.
조범현 감독 표현대로 배터리가 알아서 다 정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