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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미스테리 한.

by 2021S 2012. 2. 1.


기자.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그 전에 사람을 상대하는 사람이다.

글보다 사람이 우선이기도 하다. 얼마나 취재를 잘 했느냐에 따라서 기사 질도 달라지니까.

야구 자체를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야구 하는 사람들을 잘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KIA와 4번의 시즌. 시즌에는 가족들 보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누는 이들.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선수는 어떤 선수입니다.. 라고 정의 내리는 것.. 역시 어렵다.

내가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해도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다 알 필요도 없고.

몇 년을 한 시즌에 함축적으로 담아 사는 이들이라 환경의 변화도 심하고. 그들의 상황과 입장이 변하는 만큼 나도 보는 눈이 변하기도 하고.

한정된 공간, 틀에서 볼 수 밖에 없는 단편적인 모습들.

너는 누구냐!

 

아무리 친하게 지내는 선수라고 해도. 이런 모습이 있었네라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놀라는 경우가 많다.

수십 명의 사람이 움직이고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얽힌 곳이다 보니 미지를 탐험하며 사는 기분이다. ㅎ

각자 성격이 있어서 처음부터 확 다가오는 선수도 있고 은근하게 알아가는 선수도 있고.


나지완은 ‘헉.. 이거 뭐지’라고 당황할 만큼 원래 있던 사람처럼 능청스러웠던 선수고.

한기주는 ‘헉.. 이거 뭐지’라고 당황할 만큼 오래봐도 헷갈리는 어려운 선수였다.


편한 자리에서는 농담도 잘하고 웃기도 잘 웃는데. 그냥 보면 안경 뽀글이스럽다.ㅎ

작은 입을 뾰족거리면서 무표정으로 있으면 접근이 쉽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꼭 저 표정이다. 마운드에 있을 때 표정 그대로 돌아다닌다.

친언론적인 선수도 아니다. 인터뷰라고 하면 고개를 도리도리. 막상 말 시키면 말은 잘한다.


재활군할 때 뒤에서 보면 후배들 특히 한승혁 잡느라 살벌(?)하다! 

한번은 2인 1조로 복근 운동을 하는데. 한승혁과 짝. 하늘 보고 누운 상태에서 서있는 상대 발목을 잡고 다리를 올렸다내렸다 해야하는데.. 한기주가 발 잡지 말라고 심통을 부렸다. 그 말에 한승혁은 정말 손을 떼고 낑낑낑.

그걸 본 곽현희 트레이너 코치가 한기주는 악동이라면서 웃으셨다. 나중에 한기주가 고참급 되면 후배들 꼼짝도 못하게 할 것이라면서.

 

그런데 한기주는 자기와 닮은 한승혁이 걱정도 되고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다.

아마리그를 호령한 강속구. 그리고 팔꿈치.

봉황기라고 했던가.. 아무튼 꼬꼬마 한기주가 경기를 하는데 갑자기 팔꿈치에서 뚝하는 소리가 났단다. 팔을 들 수도 없을 만큼 아팠는데 공을 놓지 못했다.

원래 팔꿈치 수술하고 그러면 한 번씩 통증도 생기고 재활하면서 위기도 온다고 한다.

그런데 아프지 않고 너무 순탄하게 재활이 이뤄져서 속도를 냈었다. 그러다가 통증이 와서 많이 힘들어 했던 한기주. 이것저것 한승혁에게 잔소리도 하고 챙겨주고 싶단다.

한번은 어차피 재활도 해야하고 시간 아까우니까 그냥 군대나 가버리라고 했다는 한기주.

그런데 신검도 안 받았다며 한기주가 신나게 웃었다. 한승혁 1993년생... 올해 드디어 신검 받는가? ㅎ

 

캠프 가기 전에 길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야구 잘 해야 하는데. 야구 잘 해야 하는데’가 입에 붙었다.

연봉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았던 상황. 원래는 미계약자는 캠프에 참가할 수 없다는 구단의 방침이 있었다. 연봉협상때문에 속상하다면서도 .. “야구는 해야지”라면서 코가 빠져있던 한기주.

선동열 감독이 직접 중재에 나서 미계약자들도 캠프에 합류했는데 .. 결국 마지막날 도장을 찍었다.

구단이야 나름의 운영방침과 룰이 있고, 연봉이 자신의 명함인 프로 선수도 나름의 입장이 있고.. 어려운 문제다.

한기주는 예정된 재활이었고, 예정대로 복귀했고. 나름대로 그동안 팀을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다시 또 삭감이 돼서 속상하다는 입장이었다. 


찍어야 되느냐 마느냐 .. 찍어야 되느냐 마느냐. 며칠을 끙끙 앓던 한기주 결국 1000만원 삭감안에 도장을 찍었다.


속상해도 어쩔 수 없다. 프로니까 실력으로 얘기하면 된다.

또 사람들의 시선을 먹고 사는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마운드 위에서 사람들 앞에서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 할 필요도 있고.


표현을 안 하고 말을 안 하면 사람들이 어찌 알겠나.

엊그제도 무슨 얘기를 하다가.. 그동안 답답해서 어떻게 살았냐고 타박을 줬을 정도로 신비주의 모드였던 한기주.

웃는 게 예쁘니까 자주 웃고.. 야구 선수는 무조건 야구를 잘해야 이~뻐. ^^


 



야구 잘 해야하는데... 웅 야구 잘 할거야..라는 한기주에게 “야구 잘해서 뭐하게”라고 물었다.

한기주가  “해외 진출하게”라면서 막 웃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해~외! 어디..? 베이징? ㅋㅋㅋ”..

한기주가 “엌”하면서 더 크게 웃었다.


한국에서의 훈련할 때까지는 마구였단다. 어메이징한 공을 던졌다는 한기주.

그때 올림픽 상비군으로 한기주를 상대한 동성고 선배 김주형의 증언도 ‘어메이징’.
 
나름 상비군에서 홈런도 뻥뻥치고 그랬던 김주형.. 타석에 섰는데 방망이 그대로 들고 그대로 들어왔다. 뭐하고 왔냐는 사람들의 구박에.. “저걸 어떻게 쳐?”라고 대답했다는 김주형. 공이 무슨 미사일처럼 날아들었다면서.

그 좋던 공.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밸런스를 잃어버렸다. 낑낑대면서 밸런스를 찾으려고 했는데 실패. 변화구는 변화구대로 제구가 안 되고 밸런스 흐트러지면서 직구는 힘이 떨어지고.

결국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한기주는 국민 스타가 되고 말았다.


놀리는 김에 .. 청소년대표 얘기까지 끄집어냈다. 예전에 청소년 대표팀 경기 보면 ... 꼭 한기주 터지고 있더라면서.. ㅎ

“한기주가 불지르면 나승현이 나와서 불끄더라.”

잘 던졌을 때는 못 봤느냐면서 항의를 하던 한기주, 승현이 공이 정말 좋았었다면서 청대 시절을 회상. 나승현은 군복무 잘하고 있나??

 

“한기주 보면 안쓰럽다. 아프면서 참고 했던 것도 있는데 그게 꼭 전부는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자기 몸 챙기면서 해야 하잖아. 나중에 누가 인정해주고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해야 팀도 좋은 거니까 어떻게 보면 자기 몸 우선 생각하는 게 맞지.”

지난 가을 다른 투수와의 대화 도중 한기주 얘기가 나왔었다. 그때 .. 그 선수가 했던 말이다.

내가 보는 선수보다는 선수가 보는 선수가 더 정확한 모습일 것이다.

개인의 성적과 팀성적. 이게 같이 가면 좋은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팀이 있어야 선수가 있는 것. 팀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무대에서 자신의 몸이 유일한 생존 무기인 선수들이다 보니까. 어느 선이 적정선인지, 얼마만큼 자신의 몸을 희생해야 하는지 꼭 집어서 말할 수가 없다.

그걸 현명하게 잘 조절하는 것.. 그게 프로 선수의 능력이기도 하고.

 

선수들 성적 안 나오고, 경기 못했을 때 들이미는 핑계가 ‘어디어디가 아파서’

 

한기주 팔꿈치 재활도 끝났고. 손가락 염증 수술도 받았다.

손가락과 손바닥사이 염증부위 때문에 혈액순환이 안돼서 공을 던지고 나면 손가락이 퉁퉁 붓곤 했다. 지난해 나름 커브와 포크볼 장착을 시도했는데 손가락이 안 좋아서 제대로 시험을 못해봤다. 


아픈 곳 수리했으니까.. 이젠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다.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28018400459255011


한기주 연봉 계약 끝나면 기사 쓰려고 기다렸는데 이런. 어제 기상 상황때문에 마감 시간이 급 앞당겨져서 너무 정신없게 썼다. 사실.. 낮술도 한잔 했었고 ㅡㅡ;; 나중에 다시 찬찬히 한기주의 야구 얘기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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