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미닛의 핫이슈가 한창 뜨고 있을 때... 부르던 응원가 아닌 응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기주!’
불면의 밤.. 한기주와 윤석민을 놓고 고민했는데 아침에 한기주를 선택했다.
시즌 중에는 있으나마나한 휴일이지만 금토일이 나의 공식 휴일. 상황봐서 신문제작하는 일요일에 잠실 올라가기로 하고 쉬엄쉬엄 KIA와 삼성의 퓨처스리그를 보러 무등경기장으로 향했다.
(잠실에서는 조범현 감독의 500승과 KIA의 1위 동시 달성)
기자실 문을 딱 열었는데 삼성 모 선수님 옷을 벗으려는 건지 입으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애매한 상태로 있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고 신경쓰지 말고 마저 하라며 자리에 앉았다. ㅎ 하의 실종 상태로 앉아계시던 모 선수님도 계속 여기서 야구보시냐면서 ... 주섬주섬 옷을 챙기고.
2군 경기 가면 투구표 기록하는 상대팀 투수들과 같이 앉아서 야구 보는데. 한기주 보러오셨냐면서 삼성 투수님들이 재기 발랄하다. 인사들도 시원시원하게 잘하고.
막내급 선수들이 앉아있는 날에는 기자실이 조용하다. 그러다가 툭 한번 말 걸면 애들 재잘재잘 말문이 터진다. 두산 이현호랑 최현정이 제비떼처럼 쫑쫑거렸고.
오늘은 고참급 곽동훈으로 해서 문현정까지 등장해서 기자실이 북적북적. 광주출신 막내 신희섭은 틈틈이 옆방에 앉아있던 정성철 괴롭히느라 정신없고.ㅎ
기자실에서 공 움직임이 잘 보인다. 바로바로 스피드도 체크하고 있어서 투수들이 경기 중에 자주 왔다갔다 한다. 등판 끝나면 와서 자신의 스피드도 체크도 하고.
기자실 옆 창문 열면 홈팀 기록담당들 앉아있어서 .. 서로 스피드건에 찍히는 속도 비교도 하고. 구질도 체크하고.
오늘도 덕분에 바로바로 한기주 스피드랑 확인하면서 경기 볼 수 있었다.
한기주 피칭은 상대팀 투수들에게도 관심거리.
경기 시작 전 마운드에 올라와서 공 몇 개 던지는데 바로 147이 나온다. 쓱쓱 몇 개 던지고 경기 시작.
부드럽게 던지는데 스피드는 금방 올라간다. 한기주 2군 첫 등판 때 보고 .. 처음 보는 건데 한결 자연스럽다. 어제 90개 정도까지 던질 예정이었는데 우천취소되면서 하루 밀려서 등판했다. 그래서 5회 68개 소화하는 것으로 마지막 테스트를 마쳤다.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 볼넷 2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제구가 나쁘지는 않았다.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나온 등판이었기에 여기저기 던져보면서 점검을 해보는 모습이었다. 실전에 대비해 주무기인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피칭을 했고 직구는 151㎞, 슬라이더는 140㎞까지 나왔다.
첫 등판때는 공이 날리는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팔 스윙도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고 마지막에 공을 꾹 누르면서 던진다. 공도 빠르게 쏙쏙 들어오고.
삼성 선발 임진우의 공도 묵직하니 초반부터 140㎞ 중반대 스피드가 나왔는데도.. 한기주의 공이 빠르고 매서운 만큼 상대적으로 공이 느려보인다며.. 같이 경기 보던 투수님들도 한기주 투구 폼 부드럽고 예쁘다면서 한마디씩 한다.
한기주 피칭끝나고 아이싱하는 동안 미니 인터뷰.
<샤방샤방하지 않다면서 .. 얼굴을 가려버렸다>
얼굴부터 살펴봤는데 표정이 괜찮다. 이제 마지막 산을 넘었다는 감격스러움 때문인지 살짝 상기된 것도 같고.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던 한기주.
오늘 피칭 패턴을 빨리빨리 가져갔던 이유를 물어보니까 야수들 고생 하니까 빠르게 자기 공을 던졌단다. 그만큼 자신도 있었다는 의미기도 하고.
아무튼 1군 무대와는 전혀 다른 눈물의 2군, 그곳에서의 기다림이 한기주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줬을 것 같다.
KIA에는 ‘기주 궁뎅이’라는 고유명사가 있다. KIA 팬이라면 특별한 설명을 안해도 어떤 엉덩이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ㅎ 그런데 한기주 조금 부실(?)해졌다.
군사훈련 다녀왔을 때 한기주는 .. 낯선 사람이었다.
짧은 머리에 얼굴도 까맣고 .. 볼이 쏙 들어가서.. 사람들이 못 알아보길래 며칠 열심히 먹어서 몸을 좀 불렸다. 막 나왔을 때가 91㎏였는데 지금은 95㎏를 유지하고 있다고. ‘기주 궁뎅이’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100㎏가 넘었었고.
엉덩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했더니 .. 치홍이보고 제 엉덩이라고 그런다고 한다면서요? 라며 껄껄 웃던 한기주.
다이어트 비법들을 깨달았다면서.. 살 좀 빼실래요? 가르쳐 드릴게요!..란다.
얘기를 하다가.. 어 귀걸이 했네? 라고 했더니.. 예전부터 했는데 에이 관심이 없으시네.
머리는 언제 잘랐어? 라고 했더니.. 자른지 좀 됐는데.. 에이 관심이 없으시네.. 라면서 웃는다.
잘 보여주지는 않지만..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쁜 한기주다.
공을 던지는 사람보다 공을 상태를 더 잘 알기도 하는 사람이 있다. 공을 받는 포수.
오늘 이성우가 한기주의 공을 받았다. 지난 한화전부터 예전의 공이 보이기 시작했단다. 100점은 아니지만 80점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는 컨디션이라고 평가.
길었던 재활의 시간을 끝내고 또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된 한기주. 꿈에도 그리던 무대에 막상 나설 것을 생각하면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될 것이다. 자리를 비웠던 시간 동안 다른 투수들은 물론 타자들도 한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기도 했고.
1군에 올라가서 그리고 새로운 자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는 한기주 본인도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씩씩하게 슬기롭게 잘 이겨내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길.
추가 사진. 반가운 두 사람.
오늘은 패전투수가 되버렸지만.. 김희걸과 그의 과격한 환영을 받은 파란 유니폼의 문현정.
기자실에 들린 김희걸.. 유니폼에서부터 부티가 난다면서 첫 인사를 한 뒤. 문현정의 머리를 붙잡고 심하게 반가워 한다. 이런 건 안 찍나면서 낑낑대던 문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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