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위험한 스포츠라.. 1년에도 몇 번씩 선수들 실려나가는 것 보곤 한다.
통뼈 집안 안치홍 코로 공 받은 것도 눈앞에서 봤고.. 윤석민 공 자국 얼굴에 새긴 날도 현장에 있었고. 이용규·나지완 발 부러진 것도 현장 목격. 이종욱도 바로 앞에서 피에 흥건히 젖은 채 실려가기도 했었다.
아무리 작은 부상이라고 해도 선수들 끙끙 누어있는 것 보면 심장이 조마조마.
경기전에는 채태인이 훈련하다말고 허리통증으로 들것에 실려나와서 놀랐는데.
김선빈 공 맞는 것보고 많이 다쳤겠네라는 생각은 했지만. 잠시 뒤 장면을 보고 정말 놀라기도 하고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에 참...
그냥 타박상이었으면.. 다쳤더라도 코뼈만 어떻께 살짝.. 했는데. CT촬영 결과 확인하고 한숨 먼저 나왔다.
안 그래도 요즘 시무룩해서 마음이 쓰였는데.
엊그제 12-4로 한화전 승리를 거뒀던 날.. 그때 혼자 안타도 못 치고 해서 덕아웃에 홀로 앉아서 시무룩하던 김선빈.
숙소까지 걸어다니는 김선빈, 퇴근길에 어깨 축 늘어져있길래 태워 준다고 했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괜찮다고 터벅터벅 걸어갔었다.
요즘 찬스에서 부진했던 김선빈. 오늘도 첫 타석이자 마지막 타석이 됐던 1회에도 주자를 2루에 보내는데 실패하고 .. 풀이 죽어서 덕아웃으로 걸어들어갔는데. 그게 신경쓰였던 것인지.. 공이 마지막에 떨어지기도 했고.
학창시절에도 골절상을 당한적이 있다. 공에 맞아서 오른쪽 머리 뒤쪽이 골절됐었다. 병원 안가고 지나갔는데 저절로 아문 흉터 아닌 흉터라고 할까.. 움푹 들어간 곳이 있다.
5월달에 현기증 나고 해서 김선빈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머리아프다고 손가락을 가져다가 자기 머리 꼭꼭 눌러보게 했는데. 슬픈 아가 눈을 한 채.
이번에는 지켜보는 사람들이 슬픈 아가 눈이 됐다.
그라운드에서는 야무지게 야구 잘하는 프로선수지만.
밖에서는 프로야구 선수로서는 유난히 작은 키. 작은 키만큼 손도 작고 발도 작고. 칭얼칭얼 투덜투덜 심술쟁이 막내 동생 같은 아이다.
김선빈 막 입단하고 나 막 야구 기자 시작했던 2008년. 작은 키에 눈 웃음이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이 선빈이 누나라고들 불렀다. 둘이 불러 세워서 키도 재보기도 하고.
김선빈은 정작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지만. ㅎ
화순의 명물로 유명했던 김선빈이지만 맘 편히 야구를 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천진난만 캐릭터 같지만 알고보면 진짜 독종이다. 선배들도 인정하는.. 독종.
컨디션 안 좋을때면 괜히 투정도 하고 심술도 부리고. 인터뷰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카메라 앞에 서는 거 어려워하고. 힘들때 위로의 문자라도 보내면 툭 지나가는 말로 고맙다고 하는 게 전부인.. 쑥스러움 많은 선수기도 하고.
지난해 시즌 시작 전이었던가 김선빈이 쑥 수첩을 하나 내밀었다. 열어보니 상대 투수에 대한 분석을 정리한 수첩. 나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를 자랑하고 싶었던 김선빈. 어찌나 해맑게 웃던지 나도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힘들게 야구를 했던 욕심쟁이인 것 같아도 지난번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힘들게 야구 하는 학생을 보고.. 어떻게 그 아이 도와줄 수 없냐고 슬쩍 홍보팀에 물어보기도 했단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철부지 동생 상대하는 것 같아서 ‘뭥미?’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하고.. 슬픈 눈을 하고 있을 때면 쓰담쓰담 해주고 싶은. 강하면서 약한 .. 또 약하면서 강한 김선빈이다.
사진 파일들 쭉 열어보니.. 김선빈과 안치홍이 세트다. 이 사진에서도 .. 저 사진에서도.
엊그제 안치홍 생일때도 선물 박스 같이 들고오면서 길 좀 비켜주라고 큰소리 치던 게 김선빈이니.
예전에 번을 좀 사서 경기장에를 갔었다. 번을 먹겠다고 기자실에 온 두 꼬꼬마. 나란히 앉아서 오물오물 번을 뜯던 모습이 문뜩 생각난다. 오늘은 김선빈 예쁜짓(?) 했던 게 아른아른하다.
당분간 김선빈의 짐가방 전용 자리가 텅비어서 허전할 것 같다.
선빈아 빨리 일어나서 다시 싱글싱글 덕아웃 콩콩 뛰어다녀라. 심하게 장난치고 그래도 한 두번은 그냥 눈감아 줄게. 빨리 와라.
▲군산전적
넥 센 000 010 000 - 1
K I A 000 010 20X - 3
△승리투수= 로페즈(9승3패1세이브) △세이브투수= 김진우(1패1세이브)
△패전투수= 마정길(1승3패)
▲잠실전적
롯 데 200 011 020 - 6
두 산 020 000 000 - 2
△승리투수= 송승준(6승6패)
△패전투수= 이용찬(3승4패)
▲문학전적
삼 성 001 010 030 01 - 6
S K 111 002 000 00 - 5 <연장 11회>
△승리투수= 안지만(8승3패) △세이브투수= 오승환(1승23세이브)
△패전투수= 전병두(3승3패3세이브)
△홈런= 이호준 4호(6회2점·SK)
▲대전전적
L G 010 000 000 000 - 1
한 화 000 000 001 001A - 2 <연장 12회>
△승리투수= 신주영(3승2패2세이브)
△패전투수= 최성민(2승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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