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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2011.09.29 -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by 2021S 2011. 9. 30.


몸을 타고난 사람. 파워를 타고난 사람. 운을 타고난 사람.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거라고.

열정 하나만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야구판은 냉정하고 잔인한 곳이다. 그게 이곳의 어쩔 수 없는 룰이고 논리다. 그런 걸 알면서도 괜히 마음이 찡하고 섭섭할 때가 있다.

내일이 그런 날이 될 것 같다.

2012년의 루키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한기주가 승리투수가 됐고, 나지완이 만루홈런을 터트렸고, 임준혁이 갈고 닦은 슬라이더를 선보였고, 김진우가 사기같은 커브를 던졌던 9월29일, 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는 2군의 시즌 최종전이 있었다.

102경기, 오늘 31번째 승을 챙긴 퓨처스리그 선수들.

잠깐 기자실을 나갔다 들어오면 점수가 나있고,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팔려있다가 보면 또 점수가 나있고. 최종전을 11-2로 시원하게 장식했다.

올 시즌 2군 승률이 0.323으로 좋지 못하지만 ... 직관 승률은 이보다 더 암담하다. 그래서 오늘 경기 상황이 적응이 안되기는 했다. ㅡㅡ;;

복귀 준비하고 있는 김원섭은 1번 타자로 나와서 1회, 2회, 3회에도 나왔다. 5회까지 4타수3안타 2득점을 남기고 유유히 떠난 김원섭.

1군에서 열심히 방망이만 돌리고 간 이제우와 잠깐이라도 1군 무대를 다녀갔던 이준호가 안타 3개로 3타점씩 기록했고.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다른 구장 경기들이 우천 취소됐지만.. 2군 마지막 경기는 끝까지 차질없이 진행이 됐다.  선샤인 타이거즈의 위엄이란.

올 시즌 단 31승에 그쳤지만 많은 선수들이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해서 뛰었다.

자존심도 상하고 몸도 상하기도 했지만 간절하게 그라운드를 뛰었던 선수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타고난 몸이.. 운이.. 부족해서 다른 길을 가야하는 이들이 있다.

앞서 KIA와의 인연은 여기까지 입니다~라는 통보를 받았던 이도 있고, 새로 통보를 받게 되는 이도 있고.

박현, 잠깐 경기장을 들렸다. 유니폼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얼굴이 밝아 보여서 좋기는 했다.

야구 안 하니까 얼굴 좋아졌다고 농담을 하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맞는 유니폼과 무대가 있기도 하니까. 몸과 마음 건강하게 꿈들 펼쳐나갈 수 있기를.

남 응원할 때가 아니라 나도 응원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ㅡ.ㅡ  같이 힘냅시다!


김주형도 수술 잘 받았다는 인사를 하러 경기장을 찾았다.

좋아하는 표정 슬퍼하는 표정 분노하는 표정 긴장하는 표정이 ... 똑같은 선수라서 그 얼굴이 그 얼굴이기는 하다.

잘 조절해서 포스트시즌에도 뛰었으면 했는데.. 그렇게는 되지 못했고. 앞으로 재활 잘해서 마음껏 자신의 야구 펼칠 수 있기를.


변수가 많은 종목인 야구, 그중에서도 단기전은 더 변수가 많다. KIA의 가을 야구 예측 못하겠다. 워낙에 극과 극이라서.

특히 방망이는 믿을 수 없는 돌발변수 중에 변수. 마운드가 흔들흔들하지만 그래도 가을잔치에서 맞춰 KIA 타선이 상승 곡선을 탈 것 같아서 재미있는 싸움이 될 것 같다. 미친 선수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나지완의 페이스도 괜찮고. 워낙 튀는 선수라서... 오늘 모처럼 마이크 잡는다 싶었더니 역시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다. 정말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스스로 잘했다면서 좋아하는 나지완 선수님. 참 잘했습니다.

일단 KIA는 오늘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했다. 승리를 챙겼고, 포스트시즌에 대한 윤곽을 더 또렷하게 잡았고.

SK와의 3연전을 남겨 두고 있지만 확률적으로 따져보면 SK와의 6~8연전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력을 슬쩍슬쩍 감춰두기도 해야 하고 나름 분위기도 잡아야 하고 양팀의 복잡한 수싸움이 준비될 것이다.

시즌 마지막까지 정말 재미있는, 헉하는 야구가 KIA 팬들을 기다릴 것 같다.

오늘 마운드 대기조를 제외한 선발급 선수들은 광주에서 훈련을 했다. 트레비스, 로페즈, 윤석민, 서재응.

복도에서 마주친 로페즈.. 나만 보면.. 라스트 나잇 소주?를 외치는 로페즈. 오늘 인사말도 역시 소주다.

어딜가냐고 했더니 스트레칭을 하러 간다고 씩씩하게 나가더니 30초도 안돼서 다른 문으로 트레비스 등과 함께 들어온다. 자기는 훈련을 하러 나가는 길이었는데 끝이 났네 어쩌네.. 머쓱해 하면서.

감기 기운이 있는 윤석민은 병원 간다고 먼저 퇴근길에 올랐다. 열도 있고 목소리도 잠겼는데 ..... 죽이라도 챙겨먹으라고 했더니 삼겹살 먹고 싶다고 하는걸 보니 ..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기자실에 권윤민 스카우트가 들렸다. 저 친구는 어떤 선수고. 저 선수는 뭐가 좋고...

라인업에서 송산의 이름을 보고는 오늘 선발로 뛰었느냐 경기는 어땠느냐면서 궁금해한다.

자신이 번 돈의 절반은 송산에게 썼을 거라며 한탄. 여름에는 에어컨 없다고 자기 집에 와서 빵빵 틀어놓고 살았고, 겨울이면 보일러 안 된다고 찾아왔다나 ㅎ.

권 스카우트 인맥도 넓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많이 가지고 있다. 과장 조금 보태면 누구 얘기를 해도 다 .. 아는 사람. 

진화 선배랑 이양기 파상풍 주사 맞은 이야기를 했더니.

권 스카우트 이양기가 중고등학교 2년 후배였다면서 또 이야기 보따리다. 선배들 샤워하고 그러면 후배들이 깨끗한 수건을 챙겨오곤 하는데 권 스카우트 담당 후배 이양기는 걸레같은 수건을 가져오더라면서.

잠깐 나갔다 왔더니 ... 신나게 얘기를 하던 권 스카우트,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옆에 선배님 계시니 긴장 한 거냐고 놀렸는데... 인하대 서재응이 와 있었던 것.

서재응은 참 호탕, 시원하게 웃는다. 오늘도 농담을 하고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웃었다.

서재응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오늘 KIA 경기도 경기였지만 상대팀 SK 김용희 감독님을 뵙기 위해 경기장에 나갔다.  

감독님 취임하신 후 SK 6연승을 달리기도 했고. 분위기가 좋단다. 상황에 따라서는 악역도 해야하고 강한 모습도 보이셔야겠지만. 

해설위원으로 활동하시면서 선수들을 애정가지고 지켜보시고 단점보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대화도 많이 하시곤 했는데... 현장에서도 덕장으로 성공하시기를 ^^





마운드에 서 있는 한기주를 보면 타고난 투수라는 생각이 든다. 얼굴 표정도 그렇고. 선수들은 덕아웃과 그라운드에서의 모습이 다른데 특히 투수들은 더 다른 사람 같다.

삐죽삐죽 웃으면서 얄밉게 한마디 툭툭 던지는 한기주와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뿌리고 있는 한기주. ㅎ

734일만의 승리. 축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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