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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2011. 끝.

by 2021S 2011. 10. 14.


어제는 사실 .. 술이 늦게까지 깨지 않아서 비몽사몽 일을 했다.

별 감흥없이 나의 2011시즌을 마무리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는데 가슴이 시렸다.

실연한 다음날 느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 어.. 뭐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닐 거야. 아. 서글프다. 이런... 감정.

힘들게 달려왔던 나의 1년이 진짜 끝이 났다는 생각에 드는 허탈감. 출장을 계획하면서 그렸던 그라운드의 열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제 사무실에 강제 감금상태가 된다는 것... 무엇보다 마무리가 너무 아쉬웠다는 것.

이왕이면 같이 고생했던 이들이 좋은 모습으로 한 해를 마무리 했으면 좋았을텐데.

더 잘할 수 있었고, 잘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에 살짝 배신감(?)도 들고 ..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맞는 것 같아서 허탈했다. 

2009년과 2011년.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라고 하는데.. 3차전 끝나고 술 먹다 말고 양승호 감독님께 부산가서 뵙고 싶은데 쉽지가 않겠다고 하소연을 했었다. 출장 겸 나들이 생각에 부풀었던 가슴. ㅠ.ㅠ


올해는 시즌 시작하면서 카톡 이름 앞에 숫자를 적어놨었다.

133부터.. 1까지. 매일 경기가 끝날 때마다 숫자가 줄었다. (가끔 바빠서 한꺼번에 숫자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ㅎ)

언제 133을 끝내느냐 했는데 어느 순간 100이 되어 있었고. 50이 되어 있었고 또 10이 됐다.

이렇게 시간이 가는구나. 그렇게 힘들게 땀을 흘리며 고생을 했던 시간의 끝이 다가오는 구나 라는 생각에 .. 기운도 내고 하루하루를 더 감사히 열정적으로 받아들였더 것 같다.

그리고 포스트 시즌 들어오면서 다시 내 숫자 놀이가 시작됐다.

0부터 시작된 숫자. 얼마까지 채울 수 있을까? 10이라는 숫자는 불가능이다고 생각은 했지만 .. 1에서 멈춰버렸다. 1승으로 끝난 2011년 포스트시즌.

야구가 없어도 오늘 하루 숨도 못 쉬고 역시 일을 만히 하기는 했지만. 틈만 나면 이제 뭐 먹고 사나. 이제 뭐 먹고 사나... 하면서 신세 한탄을 했다. 눈이 부시게 화사했던 창밖을 내다보면서.

2012년 내 모습을 더욱 가늠할 수 없었기에 .. 올해의 끝은 더욱 아쉬움인 것 같다.

..

적어둔 숫자에 대한 반응들도 재미있었는데.

모 선수는 날이라도 잡았냐. 누구는 회사 그만두냐. 또 누구 손보려고 카운트 세느냐는 사람도 있었고. ㅡㅡ;;

저기 그게 당신네들 남은 경기수 입니다하면 ...그제서야  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

가장 빵터지게 했던 인물은 윤석민.

뜬금없이 .. 윤석민이 내가 거지 같아??라고 물어봤다.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그때 남은 경기가 21.

그때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거지같아!라는 다소 과격한 문구를 적어놨었다.

백넘버 21번의 소심한 윤석민 선수가 카톡 이름을 보고 걱정이 돼서 물어본 것이다.

너네 남은 경기수라고 했더니 .. 아 내가 아니구나라면서 좋아하던 윤에이스.

내년에는 백넘버 안 바꾼다고 했다.

어제 복도를 걸어가던 이 남자.



차일목이다.

21번!

석민이 등판이라서 맞춰 입고 나왔다며 화사하게 웃던 차일목. 출근하던 심동섭이 안녕하십니까?라니까 지금 안녕하겠냐면서 버럭 ㅎ

 


애교가 부쩍 늘어난 일레븐이.




내가 말했지.. 넌 어쩔 수 없이 내년에도 일레븐이라고. 우리 일레븐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라~


포스트시즌 표값 무려 3만원. 평소 7천원 하던 내야가격이 도대체 몇 배나 뛴거냐. 야구를 볼 사람은 얼마를 내고라도 온다고.. 라는 얘기를 하기에  너무 이기적인 가격이었다. 2011 가을잔치의 흥을 떨어트린 비싼 표값과 저렴했던 KIA 야구.

2012년 봄. 과연 나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새봄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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