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SNS

혼잣말 그리고 변명

by 2021S 2010. 10. 2.


사람들은 다 자기만의 소신과 원칙이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과 다른 소신과 원칙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난을 받을 때가 많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잘못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딸 부잣집의 둘째에 워낙 엄격한 분위기에서 자라서 그런지 나는 ..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자립심이 무척 강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도 거의 강요 당하시피 배워서 어디에서나 늘 조심조심이다. 이런 탓에 다 커서도 사람들에게 뭔가를 부탁하거나 약한 척을 잘 못한다.

학창시절 친구들은 많았지만 진짜 마음을 열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적었던 것도 이런 성격 때문인 것 같다.. 뭔가를 요구하지 않은 늘 조심스럽고 지나치게 강한 친구라 .. 한발 더 다가오기 못하고 왠지 모를 벽에 막혀버린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절친들도 그런 얘기를 종종 했다. 강하고 분주하고 ..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외로움 없이 잘 지내는 줄 알았다고. 굳이 정성스럽게 챙겨주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고. 몇십 년을 그렇게 살아온 나인데 성격을 바꾸는 건 쉽지가 않다.


내 성격은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자.

그래서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고 끙끙대면서 자료 찾고 뛰어다닌 뒤에 최소한의 부탁만 하려는 편이다.

가끔 기자의 권력(?)을 행사해주길 바라는 민원성 부탁도 들어오는데 살아온 성격과 습관이 있어서 솔직히 이럴 때 .. 정신이 없어지곤 한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내어주지 못했다고 해도 모른 척 넘긴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9번 잘한다고 해도 1번의 예외에 .. 99번의 노력은 허사가 된다. 99개의 성공과 노력이 아니라 1번의 실패와 예외로 내가 대변되고 있는 기분이다.

정말 잘해줘야 하는 식구들이나 친한 지인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내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친구와 가족은 오히려 기자 친구, 가족 둔 특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천까지 쫓아온 친동생 줄 세워서 표 끊게 했던 언니다. 아니 동생이 알아서 그렇게 해줘서 늘 고맙다.

원래가 친분 있다고 해도 이것 해주라 저것 해주라 이것 주라 저것 주라 하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혹시 부담이라도 줄까 고민고민하고. 이런 성격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담될까 봐 고쳐보려고 해도 잘 안 된다.

...

역사를 기록하고, 언론인으로서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알리고 때로는 잘못된 것을 바꾸고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은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주어지 권력은 많은 사람들을 위한 권력이지 나를 위한 또는 특정 집단을 위해 권력은 아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요하면서도 치열하게 살고 싶다. 그게 내 원칙이다.

화려했던 전성기가 끝나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언론 환경에서.. 그 격변기의 중심에서 선 내 세대가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 나의 이런 원칙을 지키고 사는 것 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자존심을 지키고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여건, 그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은 것 이게 내 간절한 바람이다.

.....

나는 야구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팬이기 전에 기자다.

그런데 팬이 아니라 기자라서.. 더 조심스레 글을 쓴다. 어떤 결과 뒤에는 기자로서만 볼 수 있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원색적인 비난을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 기자가 아닌 KIA 편이라는 얘기도 들을 때가 있다.

나와 다른 원칙과 소신을 가진 이들에게 나는 그냥 고집불통에 융통성 없고.. 기자답지 못한 인물일 수도 있다. 

정신없던 수습생활을 끝내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뒤 시작된 고민은 여전히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일을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도 그 고민들이 나를 놓아주지 않아서였다.

잠 못 자고 일을 한다고 해서, 여기저기 내 시간이 없이 뛰어다닌다고 해서 .. 그게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말이 늘 아프게 했고, 내 의욕을 무참히 꺾어버리곤 했다.

나의 생활을, 나의 이야기를 한 번도 진지하게 살펴보지도 또 들어보지도 않은 이들의 말에 처참하게 무너지곤 했다. 그냥 나에게 직접 얘기라도 해준다면 설명이라도 하고 변명이라도 해보겠지만 그런 기회는 없었다. 그게 늘 가슴 아팠고, 여전히 가슴 아프다.

어느 순간 그 말들은 .. 내가 되어버려서 이제는 그 벽을 넘어서기도 힘들다. 아주 쉽게 .. 했는지도 모르고 넘어 가버리는 말이 누군가에는 지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벗어날 수 없는 틀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어제, 오늘 .. 계속해서 나는 나에게 질문을 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 너 잘 살고 있느냐고.

나를 잘 아는 이가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 라고 물었다.

내 대답은 이거다.


난 결코 힘들게 사는 게 아니야. 내 일에, 내 삶에 충실한 거고.. 그래서 행복해. 하지만 그걸 인정해주지 않는 이들에겐 나는 힘들고 멋대로인 삶을 살고 있는 거겠지.

나.. 충분히 행복한데.. 이대로 그냥 행복하면 안 될까?

728x90
반응형

'일상다반사·S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구홀릭  (12) 2011.01.12
전국체전 출장 완료.  (11) 2010.10.11
연휴시작  (7) 2010.09.19
그렇게 또 1년이 지났다.  (10) 2010.09.18
횡설수설  (14) 201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