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이거즈

야구를 누가 알까 (feat 5안타 박찬호 부활포 황대인)

by 2021S 2022. 8. 31.

그라운드의 시간은 늘 빠르다.  내일이면 9월이다.
KIA는 8월 마지막 경기를 소화하게 되면 114경기를 채우게 된다. 30경기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야구는 늘 같은 것 같으면서 다르다. 알 것 같다가도 모른다. 
야구만 몇 년째 출입하고 있지만 그렇다. 
이건 그라운드에서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산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지난 28일 두산과의 경기. 

박찬호가 사이클링히트에 3루타 하나 부족한 5안타를 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사실, 할 뻔도 했다. 
선두타자 홈런으로 경기를 시작해서, 단타 단타 그리고 2루타. 마지막 타석에서 좌중간으로 멀리 공이 날아갈 때 설마? 혹시???

경기가 끝난 후 박찬호는 “빠던도 안 하고 뛰었다”면서 웃었다. 치면서도 안 되겠다는 생각은 했다. 

이날 이상하게 스윙을 하면 그냥 공이 와서 맞았다. 어쩌다 한 번 찾아온 그 날. 두산은 대기록을 막기 위해 수비 시프트를 밀었다. 

평소에는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당겨져 있던 수비가 뒤로 가 있어서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뛰었던 박찬호. 
정수빈이 한 발 더 앞에 있었더라면?? 깔끔했던 수비. 뛸 만했고, 좋은 수비를 했다. 

대기록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기에 박찬호는 울상을 짓기도 했지만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황대인은 웃지를 못했다. 

7회말 무사 1·3루에서 김지용의 초구 126㎞짤리 슬라이더를 좌중간 담장 밖으로 날리면서 그라운드를 돌았다. 요즘 KIA 뒷문이 어수선하기 때문에 승리를 부른 귀한 3점포. 

그리고 7월 24일 롯데전 이후 한 달 여만에 기록된 황대인의 시즌 11호포이기도 했다. 10호 홈런이 나온 날, 황대인은 5안타 6타점으로 펄펄 날았었다. 

8월은 설명 생략.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로 결과가 안 좋았다. 

‘타점’에 욕심을 냈는데, 눈앞에 타점은 있는데. 그래서 더 결과가 안 좋았다. 

24일 키움전에서 4안타를 친 뒤 다시 3경기에서 침묵이 이어졌지만 타구가 맞아 나가는 것을 보면서, 앞선 부진 때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필요했던 홈런도 날렸다. “일단 외야로 보내자”고 때린 타구가 시원하게 넘어갔다. 
부진, 부담감도 동시에 날리는 홈런이었으면 좋겠다. 

늘 장난기 가득한 황대인지만 홈런타자 황대인은 입단 후 가장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했다. 신인 때는 긴장감으로 텐션이 낮은 경우는 있었지만. 

인터뷰 영상을 다시 보니 눈물이 글썽글썽한 것도 같고. 

야구가 어렵다. 힘을 빼는 것도 어렵고. 매일 잘할 수도 없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전반기에는 야구장 나오는 것도,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재미있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 

황대인은 지금도 재미는 있다고 했다. 야구가 재미없으면 그만둬야 하는 것이라면서.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진지하게 야구를 대하면서 배우면서 황대인은 8월을 버티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면, (아주 드문 경우도 있지만)대부분의 선수는 이기고 싶어서, 잘하고 싶어서 경기를 한다. 표정, 행동이야 다르지만 마음은 같다. 이기고 싶지 않은 선수는 없다. 잘하고 싶지 않은 선수도 없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본 댓글이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내용은 대충 “직장 생활하기 전에는 선수들 욕 많이 했는데 일을 하고 보니까 무조건 욕을 못 하겠다”이런.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야구는 로망이지만 직업이기도 하다. 생존을 위한 밥벌이다. 대충 뛰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조금 더 느긋한 눈으로 선수들을 지켜봐 줬으면 하는 바람. 어차피 결과에 대한 책임은 선수들이 진다. 매년 많은 이가 왔다가 사라지는 곳이다. 어느 조직, 사회보다 냉정한 곳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