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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준PO 2차전

by 2021S 2011. 10. 10.


출장가면 놀러간다고 부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집에 오자마자 거울 들여다보고 화들짝 놀랐다. 내 얼굴..ㅠ.ㅠ

문학구장 지정석 .. 노트북 펴놓고 일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구조인데다 .. 좋은 자리 맞춰보겠다며 비몽사몽 경기장 달려나가.

1루 지붕 뒤로 해 넘어가기 전까지 햇볕은 쨍쨍. 덕분에 기자들 상자 뒤집어 쓰고 일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

끊임없이 선크림을 펴 바르고 선글라스에 모자에.. 종이모자까지 얹어놓고.

기자실에서 여유롭게 경기를 보는 것도 좋지만 ..  밖에서 팬들 응원하고 있는 것 보면 나름 재밌다. 시끌시끌하니 긴장감도 생기고.

나도 앉아서 오른쪽 왼쪽~ 하면서 고개 돌리고 있고. 빰빠빰빠밤 최! 하면서 발 굴리고 있고. 어... 나름 좋아하는 응원가 두 곡인데.. 어째 그 응원가 쓰는 두 선수양반.. 포스트 시즌 성적이..

기자임을 떠나서 야구팬이기도 하니까. 

야구보는 재미는 그냥 팬일 때가 더 있었던 것 같다. 저게 야구냐. 저런 건 나도 치겠다라고 마구마구 악도 지르면서.  풉.

아무튼 기자라서 또 오늘은 해도해도 너무할 정도로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느라. 오히려 평온하게 야구를 봤다. 어떻게 끝이 날지 예측할 수 없는... 기껏 미리 기사 써 둬봤자 똥이 되는 기사가 되는 경기.

대충 윤곽 잡아놓고 기사 틀 준비해뒀다가 그냥 두 손 들고 있었다.

누가누가 못하나 .. 누구 팬들이 더 인내심이 많냐를 겨루는 것 같은 경기. 뭔가 시원시원함이 없다. 확실히 2009년의 KIA와 SK의 모습은 아니다.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 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한 야구는 전개되지 않았지만 .. 어제 경직되어 있던 양팀 선수님들 멋진 수비를 보이면서 즐거움을 줬다. 

특히 김선빈. 어제는 로봇이 되어서 삐걱삐걱 홈으로 뛰어들어오다가 철퍼덕 쓰러지더니.

보자마자.. 오지마요 목 안돌아가니까. 라면서 옆걸음으로 총총총.

어제 다친 것 때문에 그러느냐고 했더니 .. 그런다면서 교수님한테 전화까지 왔었단다. 김선빈의 코를 담당하고 계시는 교수님 ㅎ. 김선빈 수술하고 한참 죽만 겨우 먹던 시절이 있었다.

일반식 해도 된다는 얘기에 가장 먼저 시킨 게 짜장면. 그런데 짜장면 먹다가 얼굴 꿰맨 곳이 터져버렸단다. 두 번이나 다시 손을 봐야 했던 김선빈.

아무튼 교수님이 어차피 다시 수술해야하니까 걱정말라고 하셨단다 ^^

오늘은 다리가 돌아왔느냐는 말에 싱글싱글이더니 사뿐사뿐 그라운드를 날아 다닌다.




<KIA 타이거즈>

나지완도 오늘에서야 나지완답다.

어제는 따로 질문을 하는데 나지완스럽지 않게 공손공손. 원래 공식적으로 기자들하고 얘기하는 자리면 공손공손 나지완이지만 ..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나지완 같은 나지완인데.

엌 .. 이게 뭐지. 왜 이러지. 나지완이 긴장을 했네... 라면서 웃었다.

오늘은 어벙벙한 웃음의 나지완이 나지완스럽게 있다. 이제야 나지완 선수님이 돌아오셨군요라는 얘기에 긴장은 무슨 긴장이냐면서 큰 소리 치더니. 에헤헤 웃으면서 사실 1회에는 좀 떨렸다고 고백을 한다.

원래 김광현 볼을 어려워하는 나지완. 올 시즌 김광현이 부상으로 고전을 했다고는 하지만.. 어제도 공이 좋더라면서 입이 벌어진다.



어제 제대로 얼어버린 안치홍은 오늘도 새초롬하다.

아니 얼어버렸다기 보다는 들떴다. 들떴노라며 괜히 붕 떠있는 느낌이란다. 상

체가 떠있는 느낌이라서 연습할 때 신경을 쓰긴 썼는데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어제 안치홍스럽지 않은 수비. 공이 가는데 안치홍 다리가 어색했었다. 어어 스텝이 .. 불안하네 싶더니 실책. 또 실책.

잠 한숨도 못 잤다고 고백을 하는데 옆에서 큰 경기에서 긴장안하고 잘하는 선수인데 왜 잠을 못자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안치홍이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다면서 설명. 결론은 트리플 A형.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고 장난도 많고.

2009년 겁없이 .. 잃을 것도 없이 달려들었던 한국시리즈.

그리고 훌쩍 자라버린 지켜야 하고 보여줘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 2011년. 그 부담감이 거칠 것 없던 안치홍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풀이 죽은 안치홍에게 잘하라고 응원을 해줬는데... 응원을 바꿔야 겠다. 자신을 믿고 그냥 뛰라고.

오늘 덕아웃 스타는 역시 윤석민.

저기 온다 온다... 윤석민이 외야에서 스트레칭 끝내고 돌아오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몰리기 시작한다.

어색한 미소로 분위기를 살피던 윤석민. 어.. 도망가야지라며 두 팔을 로봇처럼 움직이면서 복도로 나간다.

그리고는 바로 옆문으로 다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기자회견 시작. 적절하게 유머도 구사하면서 .. 얘기 잘하고 있다가 한번 쓱 둘러보고 “무서워요”  .. 기자들이 온통 둘러싸고 있어서. ㅎ

오늘은 파워피칭을 해야지 하고 공을 던진 순간 정근우에게 강타를 당한 윤석민. 어.. 바로 컨트롤 피칭으로 전환. 어제 열심히 슬라이더를 던지느라 엄지 검지 중지에 물집이 잡혔다. 영광의 상처라면서 .. 그래도 좋단다.




<KIA 타이거즈> 홍재호 사진을 올려보려고 했는데 없다. 사진 보는데.. 섬섬옥수 내 손이.. 등장해있다. 윤석민 물집 이야기를 하는 중.

홍재호는 자청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ㅋ 여기저기서 선수들 인터뷰하고 있고.. 본인은 배팅 하느라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유쾌하고 파이팅 넘치는 홍재호.

어제 경기에는 아니 나갔는데 TV에는 많이 나왔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TV에 많이 나오더라면서 열심히 응원도 하고 그러라고 하셨단다. 어머니도 엔트리 합류 소식을 전해듣고는 프로 지명받을 때보다 더 좋아하시고.

사실 어제 홍재호 그라운드에 오르기는 했었다.

윤석민이 다음 이닝을 위해 몸을 풀고 있는데 .. 키퍼가 홍재호였다. 흔히 전날 선발이라던가 대기조 아닌 투수가 앞에 서주는데 홍재호가 있길래 웬일이고 했는데. 나름 그라운드를 밟아보기 위해서 자처하고 올라갔다.

덕아웃에서도 감독님 가까이 앉아서 시끌시끌하게 응원하고 있다는 홍재호!

유쾌한 홍재호지만 첫 날에는 잠을 못 자서 얼굴이 하얗게 떠다녔다. 고연전 이후 이런 설레는 기분 처음이었다면서. ㅎ 그래도 오늘은 좀 낫다면서도.. 투수들 걱정이다.

플레이오프를 갈 경우 엔트리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투수진 소모가 심하다면 야수진 중에서 한 명 빠질 수가 있는데 이범호 선배도 좋아지고 있다며 .. 걱정. 그래서 투수를 최소한으로 쓰고 3연승으로 쫙 이기기를 바랬던 홍재호.

마침 그 얘기를 하는데 한기주가 지나간다. 몸은 괜찮나 좀 쉬어라면서 홍재호가 한기주 걱정을 하고 있다. 투수님들 컨디션 관리해주느라 홍재호가 바쁘다.



폭풍 같은 출장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선배님을 기사로 앉히고 뒹굴뒹굴 귀가. 돌아오는 길에 생각난 선수가 있었으니.

A : 준플레이오프 보다보니 생각나더라.

B : 왜 내 빈자리가 느껴져? ㅋ

A : 응. 애들이 번트를 못대. ㅋ

B: 번트하면 나지. ㅋ

A :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에라이 개똥!

B : 시끄럽소!

.....
.....


이 선수와의 대화는 “김주형 도루하는 소리하고 있네. 잠이나 자시오”로 마무리. 번트요정 김주형은 집에서 열심히 팔을 펴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모처럼 포근한 이불을 덮고 허리 좀 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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