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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희망둥이들.

by 2021S 2011. 3. 15.

스포츠에서 ‘경쟁’은 어떤 성과를 내는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

특히 이 경쟁이 아래쪽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그 효과가 더 크다.

올 시즌 KIA 마운드가 지난해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이 경쟁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단순히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라 마운드 전체를 움직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좌·우 꼬꼬마 심동섭과 홍건희가 있다.

두 선수 모두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이고 시범경기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라서 엔트리에 합류할 수 있을지 조차 장담할 수는 없지만 KIA 마운드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 두 어린 선수는 충분히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선배들 꽤 긴장들 하고 있다. ㅎ

모 선수님은 후배님들이 자꾸 올라온다면서 못 올라오게 길목 막고 있어야겠다면서 너스레.

군복무중인 선수들도 긴장하면서 후배들 지켜보고 있을 터. 마침 제주도 시범경기가 있는 동안 경찰청이 제주도에서 전지훈련 중이었다.

10월 제대를 앞두고 있는 오준형과 잠시 재회를 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한 얘기가 홍건희 잘 던지더라는 것이었다. 중계를 통해 홍건희의 피칭을 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장이라도 KIA 숙소로 달려가서 홍건희 팔이라도 묶어버릴 기세였다. ㅎ

올 시즌 끝나면 바로 오준형, 임준혁, 진해수, 이범석 돌아오는데 ... 중계 보면서 긴장들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군얘 얘기하니까 예전에 신용운 경찰청 복무중에 했던 인터뷰 생각이 난다.

매일 중계를 보고 있다던 신용운.. 아무래도 손영민과 유동훈의 피칭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고. 그런데 어느날. 옆에서 자기보다 더 흥분하면서 경기 보는 사람이 있었다고. 누군가 하고 봤더니 그 사람이 바로 차정민이었다는 것! 아.. 이 형도 옆구리 투수구나 하면서 조용히 경쟁자 리스트에 차정민의 이름을 썼더라는.

같이 얼굴보면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나 군대에서 제대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이나 ... 경쟁자들을 보는 마음은 비슷하다. 동료이지만 넘어서야 하는 적!

선배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두 선수 아직 제구가 부족하다.



하지만 심동섭은 포크라는 확실한 자기볼을 가지고 있고, 홍건희는 부드러움과 심장을 가지고 있다.

코칭스태프들이 두 선수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구와 노련함은 커가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니까.

제주도에서는 단연 홍건희가 히어로가 됐다.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공 두 개가 제구가 안됐다. 슬라이더 안 먹히길래 어떻게 하나 봤더니 .. 몸쪽으로 그냥 꽂아버린다. 제구가 안돼서 오히려 상태 타자들 헛방망이질도 나오기도 했고. ㅎ

알드리지 안타는 체크스윙하다가 얼떨결에 나온 것.. 거기에 중계 플레이까지 좋지 못했는데도 .. 별다른 표정 없이 묵묵히 공을 던진다. 마지막에 안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고 했을지라도 참 잘 던졌어요 라고 칭찬할만한 경기였다. 



승리투수가 된 채 인터뷰를 하게 된 홍건희. 상기된 표정을 한 채 그라운드에 서있다. 캠프에서도 늘 웃는 모습이어서 예쁘던 막내가 또박또박 얘기를 하고 있는데.. 기특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긴장은 됐지만 공을 던진다는 것은 긴장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어.. 이 녀석봐라~ 했던 부분이 제구에 대한 언급이었다.

결정구로 무엇을 사용했느냐고 했더니 슬라이더라고 했다. 하지만 막 올라와서 슬라이더 제구가 되지 않았던 터. 초반에 고전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제구가 안돼서 바로 공을 놓는 포인트를 앞으로 끌어내서 던졌단다.

평소 잘 던지는 공이 마음대로 안 들어가면 신인투수라 당황도 하고 그랬을 것인데 .. 침착하게 위기에서 탈출했다.
 

자신있게 던지라면서 조규제 코치가 했다는 말.. 마운드에서 죽던가 내려와서 나한테 죽던가. 농담성 얘기라고 기사에는 나갔지만 농담이 아니었을 것 같다. ㅎ

조규제 코치 투수들 대하는 것 보면 살벌하다. 덕아웃에서 만나면 툭툭 장난도 치고 농담도 던지는 조규제 코치지만 투수들한테 큰 소리칠 때보면 그런 호랑이가 없다. 옆에 기자가 있으나 마나. 나도 같이 혼나고 있을 때도 있다. ^^;;

저번 SK와의 연습경기때는 심동섭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막고도 조규제 코치한테 혼이 났다. 스트라이크 많이 안 던졌다고!



선배님들 다 빠져나간 줄도 모르고 .. 기자들에게 둘러 쌓여서 정신이 없던 홍건희.

급기야 매니저가 허겁지겁 홍건희를 찾으러 왔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홍건희 .. 한쪽에 놓아둔 가방을 급히 챙기고 신발을 갈아신는다. 가방을 이는 것도 매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 운동화 신은듯만듯 복도를 달려나온다. 그러다 다치기라고 할까 싶어 기자들이 천천히 가라고 말려야할 정도로 바빴던 홍건희.

이날 전반적인 경기내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끝난 후 조범현 감독의 감독은 꽤 기분 좋은 목소리와 표정이었다. 진한 고글 뒤에 어떤 눈빛을 하고 계시는지 보일정도로 ㅎ






얘기 나온 김에 찾아본 추억의 사진.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찰청 사나이들.



 

신용운은 잠수함이라고 하기에 이제.. 쓰리쿼터로 팔이 많이 올라왔고. 컨디션도 많이 올라왔다.

차정민도 구위가 좋다.

누가 엔트리 경쟁에서 탈락해도 아쉬울 만큼 .. KIA 마운드 구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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