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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2차 드래프트.

by 2021S 2011. 11. 23.


야구는 단체운동이다. 그런데 기록이 중요한 개인운동이기도 하다.

팀과 개인이 같이 가면 더 없이 좋은 거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팀과 개인 사이에서 균형 맞추기... 어렵다.

매일 같이 경기를 하고, 매일 같이 스타가 탄생하고. 별이 지고.

경쟁의 무대, 자기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타이밍, 운이라는 게 주요 전력이기도 한 야구판.


이번 스토브리그는 강렬하다. 매일같이 뻥뻥 터진다.

오늘은 2차 드래프트가 터졌다. 생각보다 화끈했다.

기자세계도 그렇지만 야구세계에서도 소문이 빠르다. 정말 빠르다.


FA 보호선수 명단같이 양팀에서 은밀하게 주고받는 명단이 아니라, 9개 팀이 명단 펼쳐놓고 이리저리 계산기를 두드리는 상황이다보니.

관심있는 선수 상태 확인하기 위한 각 팀의 작업들도 분주하게 이뤄졌고.. 명단만 눈앞에서 확인 안했지 드래프트에 대한 소문 파다했었다.

아니 소문이라기 보다는 사실에 대한 얘기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오늘 어쩌다 보니 내가 무등 아이돌(?)이 됐다.

덕아웃에서 훈련 지켜보다가 제작 계획서를 올려야 해서 노트북을 켰는데..  드래프트 명단이 똭.

마침 훈련 스케줄 바뀌는 타임. 코칭스태프에게도 드래프트는 관심사. 웨이트 끝나고 러닝하러 가려던 선수들에 둘러싸여서 명단을 발표했다.

다른 팀 경우 거의 예상했던 선수들이 그대로 선택을 받았는데.. KIA가 가장 많이 빠져나갔고, 의외의 결과도 나와서 잠시 경기장이 술렁였다.


자기 이름이 나온 선수는 허겁지겁 달려와서 확인. 정성철 거의 넋이 나가서 자기 이름과 구단을 확인했다.

신용운은 예비군 훈련 때문에 경기장에 없었고, 윤정우는 마무리 훈련때문에 일본. 박정태는 재활조.

지난 겨울 지명때도 우병결은 화제의 인물이더니 오늘도 화제의 인물이 됐다.

‘무슨 뜬금포’냐는 사람들의 반응 속에 우병걸 자신의 이름을 확인했다.

뒤늦게 명단 발표 소식을 접한 윤효섭은 짐을 챙기려는데 공손하게 와서 인사를 하고 .. 명단을 좀 볼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어봤다.

이두환 .. 억 장충고라면서 탄성.

왜라는 질문에 동성고와 장충고는 좀 그런 게 있다면서 감사합니다라며 훈련 하러 총총총.

동성고와 장충고 그런 게 있기는 하다.ㅎ .. 윤효섭 동성고 시절이던가 아무튼 동성고가 이상하게 장충고만 만나면 정신을 못 차렸다. 잘 나가다가 장충고에 발목 잡혀서 몇 번 눈물을 흘렸던 동성고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90둥이 2009년 입단 동기. 정성철과 안치홍.


오늘 정성철 표정이.. 프로와서 처음 마운드에 올랐던 때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봤던 선수라 괜히 더 마음이 갔던 선수다.



 

잘하고 있느냐. 살은 또 왜 이렇게 쪘느냐. 오늘은 결과가 어땠느냐.

어색하게 웃으면서 눈 껌뻑껌뻑 대답을 하던 정성철.

마무리 훈련 가기 전에 심동섭과 은행에 환전을 하러 간다던 정성철.

사무실에 들어가려는 나를 붙잡고 어디 가느냐면서 둘이 내 차를 얻어타고 은행에 갔었다.

도로주행에서 떨어졌다면서 둘이 면허가 없다고 키득키득 했었다.


애들은 애들이다면서 웃었는데.

광주일고의 정성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때 그 모습이 안 나온다.

싸움닭 정성철의 모습. 다음 무대에서는 기억해내길.




발목이 안 좋아서 재활조.

KIA의 85 멤버 하나가 떠난다.

85멤버 중에서 가장 조용한 편인데.

타자들이 즐비한 85라인에서 .. 투수조 이범석 홀로 남겠다.





모두가 인정하는 빠른 발. 3루 도루가 더 쉽다는 윤정우.

눈에 띄는 장점이 있지만 .. 투수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송구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최태원 코치가 토닥토닥하면서 전담 지도를 하기도 했었는데.

자신의 약점이 뭔지 잘 알고 있으니까. 약점 보완해서 빠른 발 유감없이 발휘하기를.

내일 비행기로 돌아온다. 간다고 인사를 하는 후배가 선배들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우병걸은 KIA 팬들에게도 신비의 인물.

나도 우병걸의 피칭은 제대로 못봤다. ㅡㅡ;;

기록실, 덕아웃, 육상트랙, 웨이트 장에서 주로 봤기 때문에.

빠른 공이 매력인 우병걸.

단독 사진도 없다.  함평 전용구장 첫 훈련 사진... 저기 65번이 우병걸이다. 그리고 우연히 포착된 우병걸의 투구 영상. 금방 지나간다.




아직 가지고 있는 실력 제대로 보지도 못한 어린 선수들도 아쉽기는 하지만...

신용운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이름이다.





원조 19번 그리고 떠나는 19번.


마운드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던.. 눈물의 에이스 신용운.

KIA 팬들에게는 너무나도 아픈 이름이 되고 말았다.

통화를 했는데 눈물이 날 것 같다면서 ..

한참을 넋두리를 했다.

세 번의 수술. 타이거즈맨으로서의 10년.





올해 전지훈련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도 쉽지 않았다.

신용운의 야구 인생은 늘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몸이 부서져라 공을 던지고. 도망치듯 .. 군대를 가야 했고.

마운드에 돌아오는 길도 쉽지 않았다.

트레이너팀의 스페셜 손님이기도 했던 신용운.

미운정 고운정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그게 가까이서 신용운을 지켜본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툴툴툴툴 목소리도 크고 투정도 잘 부리고 넉살도 좋고, 그래서 티격태격 트레이너 속도 많이 태웠는데..

장세홍 트레이너 가장 먼저 전화를 하고 이런저런 걱정을 한다.

퇴근하던 김상훈도 신용운의 얘기를 듣고 한숨이다.

요즘 .. 보기만 하면 이 걱정 저 걱정... 한숨만 쉬던 신용운.

나중에 모른 척 하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신경써줘서 고맙단다. 예비군 훈련 끝나면 밥 산다는데 .. 말로는 밥 .. 열 번은 먹었다. ㅎ

...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기는 하지만 변화라는 것은 일단 두려운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 혹은 기회라는 기쁨보다는 두려움, 걱정, 아쉬움이 더 클 것이다.


돌고 돈 소문. 두 번 운 이들도 있다.

40인 명단에 포함 되지 못했다는 얘기에 울고, 선택받지 못해서 다시 한번 울고.

어떤 결과를 받았던 .. 오늘의 복잡했던 기분들 털어내고 .. 자신의 길을 씩씩하게 걸어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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