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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비오는 날의 그라운드

by 2021S 2012. 7. 11.

곧 지겨워지겠지만  요 며칠 비가 좋다.

 

공 소리가 울리는 경기장도 좋지만 .. 빗방울이 툭툭 거리는 그라운드도 가끔은 좋다. 오늘은 모처럼 여유롭게 빗소리를 즐기면서 마감을 했다.

 

 

 

KIA 덕아웃은 경기를 해도 좋고 안해도 좋고 이런 분위기??

 

타격훈련을 하는데 슬쩍 비가 내리기 시작. 빗속에서 훈련은 진행.

 

누군가 피칭 머신 앞에서 방망이를 들었는데 뭔가 몸이 무겁다.

 

하체가 상체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스윙. 나지완의 무지개 방망이를 든 이 사람은 이 수석코치.

 

그래도 공을 따라가시기는 하셨다. 내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는 했지만... ㅎ

 

한일 레전드 매치를 위한 워밍업?

 

사람들의 관심 속에 타격을 끝낸 수석님.. 덕아웃으로 걸어오신다. 빅초이와 함께 구경꾼 기자들이 박수를 쳤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기립박수 받을 정도는 아닌데...”

 

이 용감한 녀석(?)은 나지완 선수님.

 

수석님이 앞으로 얼마나 잘 하나 나지완을 지켜보겠다면 엄포를 놓으시는데.. 나지완이 그냥 물러설 리가 없다.

 

황급히 라커룸으로 향하는 수석님을 향해 나지완 왈..“A형이시죠? 인터넷으로 다 검색해봤어요!”

 

역시 나지완이다. ^^

 

수석님 .. 나중에 잠시 나오셔서 코칭스태프를 보고 배팅하는 것 봤냐고 민망한 표정으로 슬쩍 물어보신다. 저는 봤습니다만.

 

선수 이순철 기대된다.

 

심드렁한 표정의 백넘버 14번의 선수.

 

아무렇지 않게 2루를 훔치고. 귀찮다는 듯 공을 글러브에 담고.

 

진짜 수비 잘하는 선수들의 능력은 호수비를 평범한 수비로 만드는 것. 아주 평범하게 공을 낚아채던 선수님.

 

우천취소 퇴근길 표정도 심드렁했던 선수님이시다.

 

수석님 청년시절 옆동네에 살았는데..

 

동네 뛰놀다가 마주치면.. 유니폼을 입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퇴근을 하시던 선수님 우천취소가 됐음을 알려주시고 다시 털레털레 갈길을 가셨다. 배트가방도 한쪽 어깨에 메고 계셨던 것 같다. 아.. 옛날옛적이구나.

 

 

 

 

오늘 타격 사진은 찍지 못한 관계로.. 지난 겨울 사진으로 대체.

 

감독님도 “에잇.. 무슨 선발. 몸은 무슨...”이라고 하셨지만 긴장이 되신가 보다.

 

어제 특타가 있었는데 감독님도 나오셔서 공을 던지셨단다.

 

최희섭은 구위도 좋고, 한번 쳐보고 싶었다면서 감탄. 왜 같은 시대에 함께 하지 못했을까라는 얘기까지 하면서 아쉬워하던 최희섭.

 

감독님은.. 공 110㎞나 겨우 나올 것이다. 그거 몇 개 던졌다고 쑤신다면서 어깨를 툭툭치셨는데. 

 

사실 기대가 된다!.. 오늘 웨이트도 좀 하신 것 같던데.. ㅎ

 

오늘은 내가 여유로워서 그런지 경기장도 여유롭게 보였다.

 

선수들 훈련하는 모습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김원섭의 표정도 좋았다. 좋은 수비였노라고 했더니.. “뭐 기본이지”라면서 당당하게 사라졌다.

 

홈런타자 홍재호는 홍 마담이 됐다.

 

기사를 쓰다 돌아보니 홍재호가 기자실에서 커피를 타고 있다.

 

뭐하느냐고 했더니 스승님 챙겨드리는 거란다. 이 커피는 고려대 은사님인 롯데 양승호 감독님께로 갔다.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변화의 시간을 보냈던 KIA 덕아웃.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새로운 사람과 손발을 맞추는 일.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가지고 있던 편견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탐색전도 하고.. 새로운 모습도 보고.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해 가는 모습인 것 같다.

 

연승행진과 함께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KIA, 그 원동력 중 하나를 ‘대구 결의’로 꼽기도 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풀어놓으면서 오해도 풀고,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공감도 했다고 하니.

 

사람과 사람의 관계.

 

정답도 없고, 모범답안도 없는 것 같다.

 

단점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도 허술하고, 못되고 못난 구석도 많다. 물론 장점도 많다. 하하.

 

사람에 대해서 쉽게 판단하지 않고, 쉽게 말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다.

 

5시즌을 함께 보낸 이들도 있고, 이제 겨우 며칠 얼굴 익힌 이도 있고.

 

여전히 실망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이들을 알아가고 이들의 다름을 인정해가고 있는 중이다.

 

편견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단점이 아닌 장점에 주목하기 위해서.

 

글을 쓰다 보니 결론이 삼천포네?

 

비오는 날은 사람들이 원래 좀 이렇다. 감정의 나사가 풀리면서 이성도 슬쩍 풀리는.

 

내일은 야구 보고 싶은데. 하늘이 허락해줄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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