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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초심 (初心)

by 2021S 2012. 6. 15.

세상에 변치 않은 것이 있을까??라는 주제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사람도 사랑도 삶도 변하기 마련이고 사실 또 변하니까.

 

그때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가 내 결론이었던 같다.

 

 

초심.

 

사람들은 사랑을 시작하고 또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다짐을 하고 자신을 한다.

 

지금 이 마음 변치 않으리라. 영원하리라. 열정을 다 하리라.

 

초심을 잃지 않기란.

 

 

처음 그라운드에 발을 내딛고. 처음 공을 던지고. 처음 안타를 치고.

 

지금 프로야구 무대에서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는 그런 심장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 있었다.

 

절대 잊지 않고 싶고, 잊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그 마음.

 

 

매년 누군가가 들어오고 떠나는 매일이 전쟁터인 곳. 

 

5시즌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작별을 했다.

 

누군가는 웃었고 또 누군가는 울었다. 울던 누군가가 웃기도 했고, 웃던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 곳이다.

 

이글이글 거리는 눈빛으로 “절대 변치 않겠다”고 말하던 이들도 조금씩 변한다.

 

밟기 어려운 만큼 화려한 무대라서 그 마음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 자리에 서서 쉴새없이 변하는 그라운드와 덕아웃을 지켜보는 일 가끔은 씁쓸하기도 하다.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절하게 바랬던 그 순간.

 

진짜 성공은 .. 화려한 무대를 벗어난 뒤에야 성취할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의 마음으로 다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이종범이라는 이름이 그라운드에 더 찡하게 남아있을 수 있던 것은 어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둠이 있었기 때문에 더 밝게 빛날 수 있지 않았을까?

 

가슴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선수들 

 

지금의 간절함 .. 열정 잃지 말고 힘껏 달리기를.

 

 

 

 

6월 1,2일 함평에 다녀왔었다. 그리고 14일. 그때와 마찬가지로 NC와의 대결. 2주간의 시간 그새 KIA는 많이 변했다.

 

 

 

 

안치홍이 얘기를 했던 선배라 눈여겨 보려고 했는데..

 

지난해는 한성구의 플레이를 거의 못 봤다. 많이 나오질 않았으니까. ㅎ

 

 

한성구가 1군에 오던 날 .. 이준호가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아니 뿌듯해 했다.

 

자기가 2군의 희망이 되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93번에 대한 얘기를 했다.

 

한성구가 달고 있는 93번. 이준호가 물려준 번호다 .

 

신고선수로 93번을 달았던 이준호 방출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었단다.

 

정식선수가 된 이준호. 한성구도 그 번호를 달고 정식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종환도 그 번호로 생존했다면서 .. 특별한 번호라고 웃던 두 사람.

 

 

 

 

두 선수와의 대화에 끼어든 김경진 매니저.

 

두 선수 입단할 때 스카우트를 했던 매니저.

 

슬쩍 고백을 하는 게 이준호는 후보 명단에 있어서 이준호를 뽑자고 했었는데 한성구는 명단에 조차 없었단다.

 

한성구에게 이래서 더 강하게 컸다면서 큰소리 치는 매니저. 그러더니 한성구는 정말 바닥부터 시작했다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린다.

 

한성구의 첫 출발은 신고 선수도 아니고 배팅볼 투수였다. 그리고 겨우 어렵게 들어온 첫날 러닝을 뛰다가 쓰러졌다.

 

지명을 받지 못하자 야구를 접고 사회에 뛰어들었던 한성구.

 

외식업체인가 그런 쪽에서 일을 하느라 새벽시장 나가고 늦게 까지 일하느라 잠도 못 자고 그렇게 몇 달을 지냈단다.

 

그사이 살도 많이 찌고 체력도 떨어지고.

 

야구 어렵게 다시 시작하자마자 접을 뻔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한다는 한성구 아찔했던 순간을 뒤로하고 짜릿한 야구를 하고 있다.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다.  전날 생애 첫 완봉승을 했던 박경태의 작품인가??

 

카메라가 신기한 선수님들.

 

얼핏 닮은 박기철과 홍건희 (닮았다고 하면 누가 더 낫냐고 묻는다. ㅎ)

 

그리고 가운데 김종훈.

 

김종훈은 오늘을 상상했을까?

 

마무리캠프 당시 추가 멤버들 이름을 확인하느라 프런트와 통화를 했다.

 

다른 신인선수들 이름은 쓱쓱 받아적었는데 누구요?라고 멈칫했던 이름이 김종훈이었다.

 

김종훈이 누구야?.. 그리고 배팅볼 투수로 잠깐 1군에 다녀갔었던 김종훈. 

 

6월1일부터 신고선수 정식 등록이 가능한 날짜. 이날 함평에 갔을 때 등록 선수있느냐고 물었을 때까지만 해도 없었다.

 

평가는 좋았다.

 

그리고 1군 엔트리 등록 전날. 정식 등록과 함께 1군에 오라는 낭보를 접한 김종훈.

 

첫 등판 궁금했는데 곰같은 얼굴로 곰같이 던진다. 재미있는 놀이하러 나온 아이같은 표정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데뷔전.

 

 

 

이렇게 해맑은 표정의 선수님도 1군 데뷔전을 치렀다.

 

2010 신인시절 1군에 올라온 적은 있다. 10일정도 있다 갔다. 그냥 있다만 갔다.

 

임기준이 2군에서 무사사구 완투승을 했고, 박경태는 생애 첫 완봉승을 했었다.

 

어느 선수가 올라오느냐가 문제였는데 임기준이 쓱 1군에 왔다.

 

올라왔다고 싱글벙글 얼굴을 들이밀던 임기준 올라가서 볼만 던지지 말라고 했더니 자신있게 끄덕끄덕.

 

4차원과인 임기준. 한번 불만 붙으면 대박날 것이라면서 기대들 많이 했다 .

 

그런데. 화려한 볼의 퍼레이드.

 

막상 올라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긴장도 되고 힘이 잔뜩 들어갔단다.

 

아주 잠깐 다녀온 1군이지만 많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경험은 됐지만 .. 컨트롤은 안 됐다. ㅎ

 

오늘 2군 경기 선발로 등판한 임기준.  볼볼볼.  1사에서 세타자 연속 볼넷도 내줬다. 그런데 실점없이 막기는 했다.

 

임기준의 피칭을 보면서 1군 다녀오더니 던지는 게 까졌다고 웃던 선배들. 볼넷은 불합격이었지만 뭔가 더 노련해졌다고 할까?

 

그래도 볼질은 금물.

 

선두타자 볼넷 벌금이 있는데. 스트레이트 볼넷, 연속 볼넷까지해서 5만원 청구됐다.

 

볼넷 적립금 얘기하던 선수들 박경태가 상한가 7만원 때리고 ... 1군에 갔단다.   ㅡ.ㅡ

 

 

 

 

임기준에 이어 등판한 홍건희.

 

이상하게 중계 있는 날 선발로 나와 ... 화려한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홍건희.

 

그런데 오늘은 공이 좋았다.

 

등판하자마자 삼자범퇴로 이닝 종료.

 

직구도 바로 145㎞ 찍었고.

 

결과는 패전투수. 낮게 들어간 공을 나성범이 기가 막히게 퍼올려서 투런포를 만들었다.

 

피칭 끝내고 온 홍건희가 투구 동작 찍어둔 사진 없냐면서 카메라를 찾는데.

 

연속 동작으로 돌려보면서 좋지 않았던 점과 좋았던 점을 분석하던 홍건희. 밸런스가 괜찮다가도 갑자기 무너져버려서 고민이다.

 

중계가 없던 오늘 피칭은 상당히 좋았다. 그래봤자 패전투수지만.

 

옆에서 임기준도 자기 피칭 사진 없냐면서 카메라를 살펴보더니 입이 나온다.

 

왜 자기 사진은 적냐면서. 딱딱딱딱  이렇게 연속 동작은 안 찍었냐면서. 투덜투덜. 홍건희 툭툭 괴롭히는 임기준. 임기준이 선배다.

 

 

 

 

노력.. 가끔 배신하기도 한다.

 

그래도 쉽게 배신하지는 않는다. 열심히 달려야 하는 이유.

 

 

초심..

 

내가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됐던 계기가 됐던 게.. 리마의 첫 라이브 피칭.

 

 일본 미야자키 캠프... 출장비가 한 두푼도 아니고  ..

 

호세 리마라는  이름값만으로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가 첫 라이브 피칭을 했는데 그 기사를 썼는데 .. 별 반응이 없었다.

 

그때도 그렇고 아직까지는 지역지들이 온라인보다는 지면을 더 중요시 하고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터라. 독자들이야 지면으로 봤겠지만 인터넷 상으로는 어떻게 기사를 어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정된 지면.

 

신문이라는 것은 일정한 틀이 있고 공간이 있다.

 

거기에 맞춰 제작을 하다보니 지면에 빠지는 소소한 기사들도 있고, 언급하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스타 선수 위주로 기사가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뒤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는지를 알기에 이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그냥 야구팬이었을 때 궁금했던 것도 담고 싶었고 ^^

 

기사로는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래서 가끔 선수 부모님들이 다녀가시기도 한다.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사실 기사보다 블로그 업데이트 하는 게 더 어렵다.

 

데이터와 팩트.. 기사는 있는 그대로 쭉쭉 풀어내면 된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달린 사안이 아니라면 조심조심 쓰지 않아도 된다.  잘못하면 잘못했다. 잘하면 잘한다. 그렇게 써가면 되는 것인데.

 

 

블로그는 조사 하나하나 조심스럽다. 글이라는 게 .. 아무리 완벽하게 쓴다고 해도 부족한 것이라서.

 

괜한 오해를 낳기도 하고. 괜히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라는 노파심도 있고.

 

기사는 30분이면 뚝딱 작성하고 손을 털기도 하지만 이곳에 글을 쓸 때면 한. 두 시간이 금방 간다.

 

내 삶의 기록이기도 하고, 이야기이기도 한 .. 이곳의 글.

 

몸도 많이 힘들고 내 스승이자 안식처였던 ..부장 떠나보내고 마음도 많이 힘들어서 글을 쉬었다.

 

그저 기계처럼 기사만 쓰면서. 하루하루 그냥 지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까지 일기를 쓰고 글을 남겼던 우리 부장처럼 나도 어쩔 수 없는 글쟁이. 글이 고팠나보다.

 

다시 또 토닥토닥. 

 

초심.. 나도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

 

 

 

 

KIA 변화의 바람. 그 시작에 있는 이준호.

 

2군 사진들 뒤적뒤적했는데 사진이 없다.. 싶었는데 눈에 들어온 이 사진.

 

있다.. 이준호가 있다.

 

나지완 2군 인터리그에서 LG를 상대로 홈런을 날렸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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