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4일간의 휴식. 노트북 방치하고 야구도 좀 잊고 평범하면서도 귀중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막바지 스퍼트를 준비해야하는 시간.

욕심만큼은 아니지만 야구기자를 하면서 그래도 열심히 했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장은 많이 다닌 것 같다.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현장에서 많은 경기를 지켜봤지만 무척 아쉬웠고, 또 아쉬움으로 남을 경기가 하나 있다.

이대진의 100승 경기.

100승 경기는 꼭 현장에서 지켜보겠노라고.. 100승 소감은 직접 듣겠노라고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욕심부렸으면 현장에 있을 수 있었는데 지금도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경기다.

인간적인 인연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그냥 형이라고 부르는 이 선수. 새로운 시작을 하려한다. 38.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나이에 도전을 하겠다면 울타리를 박차고 나왔다.


갑작스런 소식일 수도 있겠지만 고민이 시작된 것은 5월이었다.

처음 그 얘기를 접했을 때. 한숨 먼저 쉬었던 것 같다.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그래서 딱히 뭐라고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솔직히 걱정이 가장 앞섰다.

이대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다음 인생을 설계할 수도 있는 곳인데 이곳을 떠나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상처는 받지 않을까.

그렇게 5월이 가고 6월이 가고.. 7월이 왔다.

누구 하나 속시원하게 잘 결정했다고 응원을 보내주지도 못했을 건데.. 부상으로 무너지고 무너지면서도 다시 마운드에 섰던 이대진의 마음은 변함없었다.

김상진의 기일, 군산에서 경기를 보는데 이대진이 생각났다. 모른 척 지켜보는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처음 응원 메시지를 날렸다.

형이 행복하면 좋겠노라고.

행복은 찾아가는 거라면서 .. 찾아가야지.. 라는 답이 왔다.

지난 화요일 경기장에서 만났을 때도 별 얘기는 안 했다. 이대진을 보기 위해서 굳이 경기장을 찾아간 거였지만 잠깐 대화를 하고 헤어졌다.

특별히 아픈 곳 없이 몸 만들고 있다고 해서 ‘마음 재활군’이라고 놀렸는데... 그동안 마음 고생도 많았을 테지만 표정은 ‘소년 대진’이었다.




<지난 전지훈련 사진이다. 몸 개그하다가 엉덩이에 근육통. ㅎ 껄껄 웃으면서 셔터를 눌렀다. >

걱정은 된다.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나를 포함한 .. 도전하지 않는 자들의 얘기일 뿐이다.

도전을 두려워만 하고 머리로만 미래를 그리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 오히려 그 열정과 용기가 부럽다.

빈자리가 아쉽기는 할 것이다.

후배들에게 이대진은 인생 교과서이자 아버지이자 따뜻한 형 같은 존재다. 재활의 아픔을 겪어본 후배들이든 아니든 이대진은 선배 이상의 큰 존재다. 배우고 싶은 선배. 존경하고 싶은 선배.

이대진은 ... 두 아이의 아버지이도 하고. ㅎ 아버지라는 이름이 그렇게 좋은지.

내가 콜록콜록 기침이라도 하면.. 멀리서 피해가면서 ‘나 감기 걸리면 안돼. 난 애가 둘이야.’ 엊그제도 사복 잘 어울린다면서 총각이라고 하고 놀러가도 되겠다고 했더니. ‘무슨 소리야. 난 애가 둘인데’란다. 트위터 자기소개도 무영,승빈아빠라고 써놨다. ^^  

자랑스런 아버지가 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떠나는 이대진. 그의 앞날에 행운을 빕니다.

The Beginning Is The End Is The Beginning. 

편안해 보여서 좋아하는 사진.

전지훈련 뒤 첫 훈련이었던가. 한참 못 보다가 만나게 되면 가장 반가워 해주는 이들은.. 역시 고참 선수들.

훈련을 하면서도 입으로는 왔느냐. 어찌 살았느냐. 밥은 먹었느냐 등등.

기흉때문에 입원했을 때 가장 걱정을 많이 했던 후배 중 하나가 김상훈.

대진이형 때문에 속상해서 혼났다고 얼굴에 수심 가득했다.

이건 인증 사진. ㅎ

기흉으로 재활을 할 때 팬들이 선물을 마련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내가 대신 선물을 전달하고 인증사진. ^^




<이 사진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사진. 지금 생각해도 고맙고 미안하다.>

사진 뒷 얘기는 옛날 블로그에 담겨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adore13?Redirect=Log&logNo=140097932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