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무사귀환 기념 업뎃. 쓰다보니 분량이 경이롭다.
허리통증 악화를 부른 업뎃 ㅠ.ㅠ
선수들 인터뷰 특히 이런저런 속내까지 주고받는 선수와의 인터뷰 기사쓰기는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이 얘기도 넣고 싶고 저 얘기도 넣고 싶고.
지난번에 윤석민 인터뷰 기사 어렵게 썼지만 아쉬웠던 기사. 요즘 넉넉하게 기사 작성할 시간도 부족하고 이날은 내가 경황도 없었고.. 6~7매 분량밖에 주어지지 않는 지면의 한계도 있었고..
그래서 오늘 기사 하나를 더 썼다. 그때 못 풀어냈던 이야기들까지 포괄적으로.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16012400446608011
이날 야수들이 2시부터 훈련을 시작하고 투수들 훈련은 3시부터였는데.. 2시 훈련인 줄 알고 일찍 경기장에 나온 윤석민, 기자실에서 뒹굴뒹굴하면서 미리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하게 야구 얘기를 하다가 잡담도 하고... 다시 야구 얘기하고 또 잡담. 간단히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는데 토크쇼 분량이 나왔다.
인터뷰 다음날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윤석민, 결과가 좋지는 못했지만 나름 준비를 열심히 하기는 했다.
1주일만의 등판이라서 어려움이 있겠노라고 묻자. 사실 정신적으로 많이 풀렸다면서 멍을 때렸다. 너무 오래 쉬어서 시즌 같은 분위기도 없고. 그래서 엊그제부터 긴장을 하고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다시 눈에 힘을 줬다.
삼성전에서 너무 많이 던졌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고는 했다. 삼성전 6번째 등판이라 타자들 눈에 자신의 공이 익었을까봐 걱정이 된다면서도 올해 타자들이 잘 쳐주니까 좋은 결과 나오면 좋겠다고는 했는데. 패전투수가 됐다.
한화와의 경기에서 초반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자리를 잡고 16승을.. 천신만고 끝에 챙겼다.
<KIA 타이거즈>
잘 나가는 윤석민, 무엇이 달라졌을까?
올 시즌 포크볼을 새로 장착하기는 했지만 실전에서는 그렇게 많이 던지지 않았다. 카운트 잡을 때 커브를 요긴하게 쓰기는 했지만 올 시즌에도 역시주무기는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 슬라이더 비중을 늘리면 늘렸지 줄이지는 않았다. 특별하게 투구패턴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올해 성적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윤석민은 어떤 망설임도 없이 ‘파워’라고 얘기를 했다.
‘파워? 어떻게 파워를 키웠나요?’라고 되묻자 윤석민의 ‘친절한’ 야구교실이 시작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손가락을 튕겨가면서. (손가락으로 이마에 딱밤을 놓을 때 하는 동작을 생각하면 된다)
윤(부드럽게 손가락을 튕기면서): 예전에는 전지훈련 때 이렇게 이렇게 컨트롤 위주로 훈련을 했었단 말이지(공식자리에서는 존칭을 쓰지만 개별적인 인터뷰 자리라서 편하게 말을 했다^^ )
윤(이번에는 세게 이리저리 손가락을 튕기면서) : 올 겨울에는 이렇게 팡팡 때렸어. 그냥 전력을 다해서. 전지훈련 때 공 던진 것 보면 말도 아니었지. 여기로 가고 저리로 가고. 그런데 이렇게 힘으로 던지고 난 뒤 컨트롤을 더하게 되니까 파워와 컨트롤 다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
윤석민의 표현대로 전지훈련에서의 공은 천방지축이었다. 연습경기에서도 방어율이 7점대. 그런데 나름대로 계산된 준비과정이었다.
이번 전지훈련을 앞두고 윤석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지난해 사진과 잘 던졌을 때 사진을 비교해보면서 문제점을 찾아봤단다. 아이러니하게도 ‘컨트롤’이 문제였다.
사진에 어떤 차이점이 있었냐고 질문을 하니.. 아 또 몸 써야돼 .. 하면서 포즈를 취한다.
최대한 팔을 뒤로 끌고 가서 공을 때리는 모습과 앞으로 상체를 숙이면서 공을 던지는 모습. (공을 던질 때 사진 속에 잡히는 표정까지도 그대로 재현ㅎ)
자신의 사진을 보니까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공을 던지고 있더란다. 정교하게 던지려는 것에만 신경쓰느라 앞으로 쏠려 있는 것 같더라면서. 그래서 정교함 보다 파워를 우선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공에 힘이 붙으니까 윤석민의 주무기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의 위력이 막강해졌다.
윤석민의 파워피칭. 컨트롤이 헬 수준은 아닌 선수라서 가능한 결과.
에이스라는 책임감 그리고 해외진출이라는 목표도 2011년의 원동력.
윤석민 벌써 7년차다.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그만큼 가장 힘든 시즌이다.
생각도 많은 편인데 올 시즌에는 방심했던 경기가 단 한 경기도 없었다.
133경기를 치러야 하는 시즌. 시즌을 보내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이 습관처럼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경기가 있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는 한 경기 한 경기 꼼꼼하게 준비를 하고 최선을 다해서 공을 던졌다고 얘기를 한다.
실제로 그랬다. 올해는 유난히 경기 끝나고 힘들어했다. 정말 이 악물고 던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공을 던지다 보니 쉽게 쉽게 던진다고 얘기를 하는데 본인은 공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나름 억울해(?)한다.
일단은 팀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지난해 팀에 너무 많은 피해를 끼쳤다면서 에이스라는 이름이 창피했단다.
에이스 에이스라고는 하는데 창피하지 않고 당당히 에이스라는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는 윤석민.
이제는 에이스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일반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에이스는 맞기는 하다면서도 여전히 뭔가 부끄럽단다. 꾸준한 활약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
올 시즌을 앞두고 점점 야구가 줄어가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했단다. 자기에게 주어지는 평가에 비해서.. 14승을 한 뒤 9승, 6승을 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벌써 7년차인데 계속 잘할 수 있을까. 올해도 못하면 그냥 그런 선수가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해외진출이라는 목표도 윤석민의 2011시즌 변신의 한 축을 담당했다.
지난해 여러 악재도 있었고 심적으로 힘들어서 새로운 곳에서 야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승부근성이 있는 선수라면 새로운 무대에 대한 도전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최고의 성적을 내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더 큰 무대에서 공을 던지고 싶었던 윤석민의 바람.
해외진출 얘기가 계속되면서 윤석민 요즘 말을 아끼고 있다. 성적을 내고 진짜 해외로 갈 수 있는 시기가 되니까 오히려 더 신중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라서. 우승팀의 에이스가 되고 싶은 윤석민의 또 다른 꿈.
‘사구’는 윤석민의 짐이자 풀어야 할 숙제.
지난 1일 윤석민은 사직 마운드에 올랐다. 사구논란 속에 덩그러니 마운드에 남겨졌던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의 등판.
“괜찮았어. 괜찮았어. 그런데 부담은 됐지. 엄청 부담이 됐지.”
괜찮으면서도 괜찮지 않았던 등판. 조성환의 타석 때는 공을 못 던질 것 같았단다. 피칭이 아니라 그냥 손을 놨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라는 윤석민.
지난해 8월, 손가락 부상으로 4주가량 깁스를 했었던 만큼 스피드도 컨트롤도 정상이 아니었던 상황.
고의는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자신의 실수로 큰 손해를 끼친 만큼 많은 부담이 있었다.
많이들 이해하고 생각해줬는데 간혹 심하게 욕을 하는 사람들이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그 얘기를 하면서 “사실 나 ..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대로 던지는 투수는 아닌데”라며 멋쩍어 했다.
컨트롤이 뛰어나지 않아서 자기는 가운데 꽉찬 스트라이크밖에 못 던지고 안쪽으로 던지라고 하면 바깥쪽으로 던져서 일목이 형이 미트 가져다가 삼진 잡는단다.
아무튼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는 했지만 ‘만약 실수로 또 맞히면 어떻게 될까’ 그런 걱정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롯데전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누군가를 또 맞출까봐 하는 걱정때문에. 하지만 피할 수 만은 없는 상대다.
“이젠 좋아지겠지”라고 담담하게 말하던 윤석민. 몸쪽 승부, 넘어야 하는 산이고, 풀어야할 숙제다.
트리플 크라운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윤석민. MVP에 대한 욕심 당연히 난다.
그동안 어떤 상 받았었나?라는 질문에.
방어율왕. 페어플레이상. 재기상...... 이라고 답하는데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윤석민도 같이 웃는다.
MVP가 너무너무 받고 싶은 윤석민에게 MVP 후보 오승환은 괜히 미운 사람 ㅎ.
“요즘 아무 이유 없이 승환이 형이 미워져. 상대팀 잘하는 선수 미워하는 팬들의 심정이 이렇나봐”라면서 신나게 웃는다.
MVP를 ‘찜’하기 위해 트리플 크라운에 승률왕까지 노리고 있는 윤석민. 그래서 승률 2위 안지만도 윤석민의 적(?)이다.
승률 얘기를 하면서 이번에는 “빨리 지만이 형이 1패를 하면 좋겠어!”란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탈삼진 부문은 거의 자리를 굳혀놓은 것 같은데 문제는 다승과 방어율.
윤석민이 가장 경계하는 상대는 박현준이었다.
남은 시즌 목표를 묻자 20승이라고 큰 소리를 쳐놓고는 ... 사실 18승을 생각하고 있다고 다승왕 계산을 해본다.
시즌 막바지 뭘 중점적으로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는 있는데 경기를 많이 해놨기 때문에 다승부문이 조금 걱정이다고.
인터뷰를 하던 날 윤석민이 15승, 박현준이 13승으로 단독 2위였다.
박현준이 남은 시즌 5~6차례 나올 경우에 5승을 가져간다고 하면 18승이니까 .. 18승을 하면 다승 공동 1위가 가능할 것이다는 계산이었다.
방어율이라는 것도 고민이기는 하다.
삼진 다승은 채워 놓으면 내려가지는 않지만 방어율은 경기를 하면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라. 손가락으로 계산을 해보던 윤석민. 어느 정도 여유는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방어율왕을 했을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단다.
삼성 등판전까지 2.33. 방어율왕 했을 때 수치와 똑 같았다. 그때보다 더 낮춰서 1위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1승1패를 기록한 두 경기, 방어율이 2.46으로 뛰고 말았다.
이제 KIA에게 남은 경기는 8.
KIA의 2011년 그리고 윤석민의 2011년이 어떻게 적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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