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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마음은 아프지 말자.

by 2021S 2011. 9. 16.


짱어주장님이 수술을 했단다.

재활군에 있는 김상훈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수술 날짜 잡힌 것은 모르고 있었다. ㅡ.ㅡ

원래는 시즌이 끝나고 수술을 할 예정이었다. 어깨가 좋지 않아서 안치홍이 했던 것처럼 수술을 받는다고는 했는데 상태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쾌유를 빈다고 했더니.. 수술한 것이 아프지는 않은데 주장으로 역할을 못해서 마음이 아프단다.

생각해보면 김상훈 역할이 많다. 2년 연속 주장을 맡았고, 포수라는 포지션이 원래 일이 많다.



전지훈련때도 보면 포수조가 가장 먼저 훈련 시작하고, 미팅도 야수조 투수조 다 들어간다.

투수들 이끌어나가는 역할에 신경 많이 써야하는데 타자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고. 전체적으로 경기를 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경기중에도 가장 몸을 많은 쓰는 포지션이다. 공을 받기 위해 자리지키고 앉아있어야 하고 하루에도 몇 번 무섭게 날아드는 공에 맞기도 하고 홈으로 뛰어드는 주자들과의 몸싸움도 각오해야한다.

 

생각해보면 올 시즌 김상훈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거나 다크 서클로 뒤덮여있거나였다.

잔소리도 가장 많이 듣고 공 똑바로 안 던지는 후배들 달래기도 하고 마운드에 올라가서 ‘아가 뭣허냐!’ 라고 일침도 놔야하고 망아지 같은 후배녀석들 군기도 잡아야하고. 훈련은 전지훈련 모드이고.


아니 얼굴이라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기라도 하면.. “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내려 와븟어!”라면서 껄껄 웃곤 했다.


참 정감 가는 얼굴 목소리 말투. 몇달 전에 덕아웃에서 인사를 했더니 김상훈이 배트백에서 뭔가를 떼어내서 건네줬다. 금색 글러브 열쇠고리.ㅎ

그런데 어제 이 열쇠고리를 잃어버렸다가 기적같이 찾았다.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오전에 노트북 살리러 서비스 센터에 갔다가 주차장에 흘리고 왔었던 모양.

사무실에서 나가기 귀찮아서 퀵으로 노트북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시 서비스 선터에 갔는데.. 주차장 한 곳에 떨어져 있는 열쇠고리를 봤다. 흔한 열쇠고리가 아니라서 얼른 내려서 고이 품에 안고 돌아왔다.

이 얘기를 들었따면 아마 ‘역시 내가 준거라서 특별하구만. 김기자 그거 가보로 물려야것어’라고 덕아웃이 떠나가라 웃었을 것이다.

<KIA 타이거즈>


발목도 안 좋고 어깨도 안 좋고. 부상으로 두 차례 재활군에 내려갔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돌아와서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또 다시 시즌 중에 수술대에 오른 부상병이 발생했다.

원래 부상선수 없이 시즌을 운영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올 시즌 KIA에게 ‘부상’이라는 것은 큰 실패이자 개선해야할 과제가 됐다.

체계적인 타임스케줄과 대처가 부족했던 것도 있고. 사전에 미리 차단을 하거나 또는 팀 전력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부상관리 2011년이 KIA에게 남긴 숙제다.



갑자기.. 문뜩 생각나서 김주형에게 전화를 했다.

기자누님 건강하시고 명절 잘 보내시라는 안부 전화도 없는 것에 대한 나름의 항의의 전화이기도 했다. ㅎ.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말이 술술.. 오히려 커피를 내놓으라고 성화이다.

슬쩍슬쩍 재활 하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요즘 통 상태를 확인 못했었는데.. 마침 오늘부터 2군에 합류를 했단다.

강진에 가서 경기를 하고 온 김주형, 결과를 물어보니 처참하다. 오빵이란다.

아직도 통증이 있는지 걱정이 돼서 물었더니 .. 팔꿈치에 통증이 있는게 아니라 마음에 통증이 있었다.

혹시 또 아프면 어쩌나 하는 마음의 통증. 중요한 시기에 부상이 와서 속상했던 부분도 있고.

부상 하나씩들 가지고 사는 선수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어려운 일이지만 중요한 일이다.

김주형도 이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사실 말이 쉽지 부상관리가 쉬운 것은 아니다. 어느 선까지가 참아낼 수 있고 또 참아야 하는 통증과 부상인지.. 그걸 명확하게 구분할 수가 없다.

팀을 위해 어느 정도의 통증은 감수해야 하는 건지.. 반대로 작은 부상과 통증일 때 재활에 몰두해 큰 부상을 막는 게 팀을 위한 것인지.

팀도 팀이지만 선수라는 것이 하나의 소모품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생각하면 개인이 우선이 되야 하는 부분도 있고. 부상에서 현명할 수 있는 선수.. 흔치 않다.

작은 부상 때문에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맞는 선수들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치 덜 보고 컨디션 조절을 할 입장도, 재활군에서 완벽하게 몸을 만들 수 있는 상황도 아닌.

지금 쉬어가면 다시는 달릴 수 없을까봐 마음 졸여야 하는 이들. 시즌이 바뀔 때마다 심지어는 하루 경기로도 자신의 가치가 달라지는 혹독한 프로세계에 살다보니 차분히 마음 먹는 게 쉽지 않다.

그들의 걱정대로 쉽게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조바심에 다시는 야구를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기를.  

나도 허벅지 통증 방치했다가 허리와 발목까지 무리가 왔다. 알면서도 마음 바쁘고 일 많다는 핑계로 방치하다가 재활군이 됐다. 몸이 안 좋으니 마음 부상까지 겹친다. 엉엉.


정전사태로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오늘. 부상때문에 김상훈은 어깨에 상처가 났고, 김주형은 마음에 상처가 났다.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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