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이거즈

낯설게 보기

by 2021S 2012. 4. 24.

올 시즌 그라운드 위 모습들이 눈에 더 잘 보이고, 야구도 더 재미있다.

 

사람들도 더 많이 알고, 더 편해지고. 그런데 이 허전함은 뭘까.

 

여전히 고민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기웃기웃도 하고 내 움직임은 비슷한데.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는 것, 좋고 흥미로운 것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망스럽고 재미없는 것도 동시에 보인다는 게 문제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어떤 시스템이든.

 

습관처럼 의무처럼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이 느릿느릿이다.

 

블로그도 그래서 휑하다.

 

일단 올 시즌에는 .. 스토브리그때 너무 에너지 쏟을 일이 많아서 시작과 함께 지쳤다. 돌아와라 힘. 그리고 다름에 대한 여유. 

 

다르게 보기, 낯설게 보기.

 

같은 것을 놓고도 사람들이 보는 것과 평가는 다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같은 선수에 대한 평가, 같은 상황에 대한 얘기는 다르다.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려고 한다.

 

나만의 편견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물론 가끔 나도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어제 두 선수의 대화. 어떤 타석에서의 플레이에 관한 얘기다.

 

슬쩍 라인을 비켜난 파울을 때린 선수와 중계로 그 장면을 본 선수.

 

선수와 관중입장에서 그 타구에 대한 스윙을 얘기하는데. 두 사람의 얘기가 다르다.

 

한 사람은 바깥쪽 낮은 볼을 한 타이밍 빠르게 때렸다는 것이고 한 사람은 그게 아니었다면서 둘이 티격태격.

 

지켜보다가 “치는 사람이 더 잘 알지 않겠냐”면서 타자 편을 드는데. ‘관중’목소리가 더 크다.

 

원래 치는 사람은 잘 모르는 법이란다. 지켜보는 사람이 더 정확히 그 상황과 타자의 상태를 아는 것이란다. 고뤠~???

 

나도 반사적으로 공을 때리고 있는 타자가 아닐까? 관중입장에서 내 경기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간혹 무승부가 나오기도 하지만 야구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다. (가끔 나오는 이기고도 진 것 같은 경기는 무시하고)

 

지난 주말 광주에서는 롯데가 승자가 됐다.

 

양팀 선발 자존심 구기는 한판 승부가 됐다. 앤서니는 3번째 등판에서도 믿음을 주지 못했고, 사도스키는 볼넷 신공을 선보였다.

 

KIA나 KIA를 상대 팀 투수들은 볼넷 근절 운동을 펼치는 선동열 감독 앞에서 볼넷 시연을 잘 한다. ㅎ

 

롯데 양승호 감독 가슴에 인을 새기면서 사도스키의 볼쇼를 지켜보셨다. 쉽지 않은 상황, 그 상황에 대해 물어보니..

 

5-1로 앞서고 있던 상황, 앞으로 등판 할 날이 많고 많은 시즌 초반. 선발을 내리기가 쉽지 않으셨단다.

 

앞으로 시즌 운영을 생각하면 선발 자존심도 지켜줘야 해서 .. 마운드에 올라가 4점까지 봐줄테니까 너 던지고 싶은 대로 마음껏 던지라고 말하고 내려오셨단다. 정말. 마음껏 던져버렸지만.

 

사도스키 마운드를 내려와서는 감독님께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단다. 뭐 물어보나마나 한국말로 그리 말했을 것이다.

 

 

 

롯데는 이틀 동안 광주에서 비구경하고 갔다. 마지막날 훈련은 다 하고 떠났다. 경기도 취소되고 1위팀 롯데 덕아웃은 여유가 넘쳤다.

 

다른 구장 우천 취소 소식에 최소 ‘3일 천하’라면서 부끌부끌 좋아하시던 감독님, 경기도 안 한다면서 본인 의자를 들이밀면서 앉으라고 장난이시다.

 

본인은 다 앉으셨다면서 다음주에 ‘야왕’ 잘 앉으시게 미리 데워놔야 한다나 어쩐다나.

 

무슨 얘기를 하다가 한 기자가 이명우 양복은 해주셨냐고 질문을 했다.

 

통통한 이명우 식스팩 만들면 명품 양복을 해주겠다고 스프링캠프에서 약속을 하신 터.

 

감독님 점검을 해봤는데 아직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NO라고 하신다.

 

올해는 명품 리더십 어떻게 되냐고 했더니.. 가만히 있는데 선수들이 이것저것 자기들이 내걸고 가져가는 거라고 웃으신다.

 

LG 시절에도 누구였지 권용관인가.. 아무튼 대타상황에서 교체 없이 타석에 넣으면서 결승타 치면 금목걸이 주겠노라고 했는데..

 

 딱 치고 들어와서는 바로 손을 내밀더란다. 심수창도 10승 채워서 명품 가져갔다고 껄껄.

 

 

 

 

 

선동열 감독은 자식 기다리는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내다보시고 계셨다.  쉽게 경기 취소 결정을 할 수 없었던 상황..

 

한참을 감독관님 경기장을 헤매시는데 마침 비가 부슬부슬, 결국 취소 결정.

 

기자들은 관심은 화요일 선발로 모아졌다.

 

막 부임하고 오셨을 때도 굳이 에이스들이 맞대결은 피하지 않겠다고 밝힌 선 감독, 당연히 윤석민이 나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 박찬호와의 맞대결 성사!

 

물론 에이스들의 맞대결에서 1패는 2패 이상의 데미지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자신의 말씀을 하신다.

 

김응용 감독님이 경기 전날 부르셔서 “내일 동원이 나오는데 너 던질 수 있겠냐?”고 물으셨단다.

 

당시에는 최동원은 거물이었고 본인은 도전자 입장이라서 부담 없이 “네”라고 대답을 하셨단다. 그런데 그걸 버스 안에서 물어보시더라면서 웃으셨다.

 

 

박찬호 만나게 됐다는 얘기에 윤석민은 '그게 왜?'라는 천진난만한 표정이다. 그냥 공 던지면 되는 거라는데 .. 속마음이야 어떻든 표정은 태연.

 

반팔을 입고 있던 윤석민 춥다면서 두 팔을 쏙 옷 안에 집어넣고 유유히 사라진다. 하늘 올려다 보더니.. “비오네 취소야”라는 말을 남기고.

 

 

한화와의 3연전은 ... 마운드 보는 것만으로도 대박이다.

 

프로야구 좌우에이스 류현진, 윤석민. 빅리거 박찬호, 서재응에 돌아온 김진우까지 줄줄이 대기를 하고 있다.

 

팬들 입장에서는 대박매치지만.

 

양팀은 원투펀치 다 내놓고 싸워야 하는 부담되는 대결이다.

 

승수에 여유있는 상황도 아니고, KIA는 부상때문에 헉헉거리고 있고 한화는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박찬호, 류현진이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있는 상황.

 

나도 무척이나 기대되는 마운드 빅매치이지만.. 의외로 이런 경기 난타전이 될 수도 있다. 또는 내야에서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

 

두 팀 모두 시즌 초반 수비가 불안불안하다. 특히 내야. 실수는 곧 패배가 될 수 있는 화려하면서도 실상은 처절한 3연전이다.

 

 


KIA 손영민, 김상훈이 돌아온다.

 

손영민은 2군에서 점검 다 끝냈다. 중간에서 1이닝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면서 선 감독이 기대를 하고 있다.

 

김상훈은 오늘 특타조와 함께 방망이를 들었다. 그리고 엔트리 등록.

 

김주형도 특타 다녀왔는데 아직 수비를 시작하지 못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 주중 경기가 없어서 주말 넥센과의 경기에서 수비까지 소화할 예정.

 

이범호 무리는 시키지 않고 있다.

 

시범경기때 이범호 덕아웃에 앉아서 죽겠다죽겠다라면서 울상. 경기를 뛰지 못하니까 속이 답답하단다.

 

본인은 수비만 안 나가도 몸이 근질근질 한 스타일이라면서 끙끙.

 

일요일, 이범호가 덕아웃을 지나가다가 수석코치를 만났다.

 

수석코치 .. 이범호를 보자마자 “사진 좀 줄래?”

 

얼굴 보기 힘들다면서 사진이라도 내놓으라는 농담. 이범호 바로 수석코치님을 붙잡고 어깨를 주무르면서 애교(?)다. 금방 가겠노라면서..

 

두 경기 비로 아껴놔서 그런지.. 한기주도 생각보다는 방긋방긋이다.

 

나지완은 감독님 앞에서 애교가 한 꾸러미다.

 

금요일..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나지완을 보고 선 감독님이 청개구리라면서 웃으신다.

 

넥센과의 경기에서 우측선상으로 치라고 타석에 세웠는데 .. 웬걸 3루수 옆 빠지는 타구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청개구리냐는 얘기에 나지완은 .. 몸쪽으로 공이 와서 밀어칠 수가 없었다고 대답을 하면서 씩 웃는다.

 

하긴.. 군문제로 고민하는 나지완을 위해 던진... 우승해서 아시안게임에 데려가주겠다는 기분 좋은 농담에...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라는 일반적인 대답이 아닌 “얼~ 감독님 인증!”하면서 카메라를 들이미는 선수님이시다.

 


 

 

익숙한 풍경, 익숙한 사람들.

 

익숙한 사람이 익숙한 풍경에서 떠난다.

 

늘 방긋방긋 맞아주던 불펜의 소금.. 조현.

 

안에서 뛰는 사람이기도 하고,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이기도 했던.

 

그래서 KIA를 속속 잘 알고, 무엇보다 투수들의 상태를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공을 받고, KIA 어린 투수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다 지켜봤으니.

 

다른 길을 걷기 위해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렇게 따지면 현이도 은퇴네. ㅎ.

 

 

자신의 전부였고, 익숙했던 야구를 떠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조현을 응원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

 

 

보탬글.

 

익숙한 풍경에서 비켜난 또 한 사람.

이종범(전 선수, 오라버니, 씨.. 호칭이 이제 애매하네ㅎ)은 무사히 서울로의 이사 완료.

짐정리 하느라 정신이 없다면서도 목소리는 여유가 넘친다.

통화하니까 사투리가 나오려고 한다면서 과도한 서울말로 근황을 얘기하시는데.

그냥 웃음이 터졌다.

정후는 .. 이제 휘문중 꼬꼬마.

728x90
반응형

'타이거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KIA  (6) 2012.05.05
살아남는 자가 강자.  (13) 2012.04.27
Right Now.  (8) 2012.04.21
3138일의 기다림.  (4) 2012.04.14
1승1패 그리고 비.  (4) 201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