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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HERO

by 2021S 2012. 5. 9.

 

김병현이 공을 던졌다고??

 

 

누구에나 가슴 속에 스포츠 영웅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랑 가까이 살아서 그런지. 연예인보다는 스포츠 스타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 가슴에는 스포츠 영웅이 많다. ㅎ

 

경건한 자세로 무릎 꿇고 티비를 보게 만든 이들이 몇 명 있다.

 

농구 이모선수. 야구 이모선수. 축구 박모선수 등등등.

 

 

기자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난 스포츠 팬이다. 환호도 하고 아쉬워도 하고 감동도 하고.

 

직업상 티비를 통해서 환호를 보냈던 스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일도 많다.

 

야구 선수 뿐만 아니라 박태환, 이원희, 기보배, 기성용, 이용대, 정다래, 이동국 등 국가대표 선수들도 종종 만나고..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이들인데 막상 만나면 자동으로 일모드가 된다. 그래놓고 티비로 보면 신기하게 보이고.

 

대학시절 자체 휴강을 이끌었던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첫 만남도 일상처럼 자연스러웠다.

 

지난주에는 BK였다.

 

 

 

대학시절 입에 달고 살던 소원 중에 하나가 ‘메이저리그 구경가서 BK의 공을 직접 보는 것’

 

돈 벌어서 미국 놀러간다고 그렇게 외치고 다녔는데.

 

기자실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불펜에 ... 익숙하면서도 뭔가 어색한 폼의 투수가 눈에 띈다.  저것은..

 

밥을 먹는둥 마는둥 불펜으로 달려갔다.

 

 

 

꿈에 그리던 그 장면의 배경이 .. 무등경기장 불펜이라니.

 

내 스포츠사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던 인물이라서 그런지 .. 사실 다른 경우와 다르게  금요일부터 콩딱콩딱 모드였다.

 

허름한 무등경기장 복도, 김경진 매니저 앞에서 공손하게 사인을 하는 김병현을 보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광주일고 시절에는 매니저의 매니저(?)였고, 성대시절에는 홍세완 코치의 방졸이었다. ^^)

 

3루 덕아웃 좁은 통로에서 권윤민 스카우트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김병현과 담소를 나누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ㅎ

 

 

한편으로는 뭔가 .. 내 추억의 페이지 한 장이 넘어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어른이 돼서 고민할 것은 더 늘었고, 또 지금은 일이 돼서 예전의 열정으로 스포츠를 대하지 못하고 있다.

 

승패에 상관없이 관망하고 .. 금방 아쉬움.. 감동을 잊어버린다.

 

예전에는 내가 경기장 안의 주인공 같은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구경꾼이 된 것 같다.

 

 

내 가슴 속 스포츠 영웅은 더 이상.. 없는 것 같다. 취재원만 있을 뿐.

 

 

내 마음이야 어쨌든 오늘도 누군가의 영웅은 공을 던지고, 차고 또 경기장을 달렸을 것이다.

 

 


영웅이 아니라 역전에 가까웠던 심동섭은 방어율을 10점대에서 5점대로 절반을 접었다.

 

사람이 고민이 많을 때는 말이 없어지거나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심동섭은 후자인 것 같다.

 

캠프때부터 몸이 안 좋아서 고생을 많이 했던 심동섭. 그때도 안부를 좀 물으면 이 고민 저 고민 쫑알쫑알.

 

시즌 들어와서 흔들흔들.

 

지난번에도 한참 목소리 높이면서 이 얘기 저 얘기 쏟아내더니 엊그제도 경기 끝나고 뒤에서  쫑알쫑알.

 

등판은 화요일인데 이미 등판 직전의 긴장된 표정이다.

 

모자 옆으로 돌려쓰고 웨이트장 앞에 쭈그려 앉아서..

 

아.. 올해 참 안 좋다. 아.. 잘 해야 하는데. 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던져야겠다....

 

본인은 심각한데 심동섭의 표정과 자세가 참... 웃으면서 심동섭 시즌 고별전 되는 것 아니냐고 놀렸다.

 

지나가던 김진우도 자신은 류현진 피했노라고 슬쩍 놀리고 간다.

 

끙끙거리던 심동섭.. 아가를 보자 표정이 달라진다.

 

 

 

슬픈 강아지 눈이었는데 ‘와 인형이다. 인형이다’면서 반짝반짝 .. 앤서니 주니어와 기념 촬영.

 

나중에 사진 보내줬더니 고맙다면서 “화요일에 응원하셔야해요!”란다.

 

껄껄 웃었다. 공 안들고 있으면 딱 20대 어린 학생 같다.

 

워낙 최근 페이스가 안 좋아서 어느 정도로 공을 던질까 궁금했는데. 기대 이상의 피칭이었다.

 

어제 덕아웃이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왔지만.

 

우천취소 된 날 공을 던지면서 조규제 코치에게 혼도 많이 났다.

 

공 하나하나에 속상해 하고 답답해 하는 게 눈에 다 보일 정도로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심동섭은 조규제 코치가 반갑다.

 

조규제 코치 1군 합류한 날 정신 반짝 들게 혼도 많이 내주신다면서 .. 벌써 연습하다가 꿀밤 한대 맞았다면서 자랑 아닌 자랑을 하던 심동섭.

 

본인은 강하게 몰아붙이면 더 잘하는 것 같다는데 코치님들 많이 혼내십시오. ^^

 

볼넷을 많이 줘서 아쉽지만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며 신이 난 심동섭이다.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으니 이 흐름 쭉 이어가기를... 단.. 몸이 우선이라는 것.

 

 

사실상 2년차인 심동섭. 사람들의 기대도 있고, 욕심도 생기고 ..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불안은 더 커지고.

 

그래서 실질적인 두 번째 시즌, 부담감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거나 무리해서 부상이 오는 경우들도 많다.

 

겨울 부상으로 고생을 했던 만큼 몸관리 잘해서 건강하게 시즌 끝내기를.

 

 

 

모기자 : 창사기념 관련 축하 멘트 좀..
BK : .. 축하합니다.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 웃었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지나가던 심수창을 붙잡더니.. "수창아  뭐라고 해야하니?"

 

 

고향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했더니 “역시 열정적이고 좋다”면서 감탄사.

 

팬들이 많이 알아보고 응원해줘서 그러는 거냐고 했더니.. “구수한 사투리가 최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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