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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30년, 타이거즈 30년

[프로야구30년 타이거즈30년] ‘꽃돼지’의 볼끝은 살아서 꿈틀꿈틀 거렸다

by 2021S 2011. 5. 24.
<15> 고졸신화 문희수와 V4

1988년은 역사적인 하계올림픽이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던 해로 올림픽이 프로야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또한 태평양 돌핀스가 ‘꼴찌의 대명사’ 삼미 슈퍼스타즈에 이은 청보 핀토스를 계승해서 리그에 참여한 해이기도 했다.

한국프로야구 7년차를 맞이한 1988시즌의 해태 타이거즈는 포스트 시즌 진출방식의 수혜를 입어 단기전에서 행운의 승리로 패권을 차지했다는 일각의 따가운 눈총을 불식시키며 명실상부하게 챔피언이 되었다.

해태는 전·후기 똑같이 34승1무19패의 성적을 거두며 1위를 독점했다. 또한 방어율(2.86), 탈삼진(501), 타율(0.283), 홈런(112) 및 도루(136) 등 투·타에 걸친 대부분의 팀 성적 부문에서 압도적인 차로 1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전은 신생팀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전기 2위를 차지한 빙그레 이글스와 후기 2위를 차지한 전통의 강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신구 대결로 펼쳐졌다. 1차전은 ‘잠수함’ 한희민의 역투와 이정훈·고원부·장종훈의 활약으로 빙그레 이글스가 3-0 완봉승. 2차전은 ‘제구력의 마술사’ 이상군의 호투로 9-3 대승. 3차전서는 ‘후광 선생’과 한자 이름자까지 같은 김대중이 삼성 강타선을 잠재우고 1실점 완투승(7-1)을 거두었다. 빙그레는 3전 전승으로 창단 3년 만에 대망의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게 되었다.

1988시즌 한국 시리즈는 저력의 해태와 패기의 빙그레가 공격야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1차전에서 ‘호랑이 사냥꾼’ 이동석이 선동열과 치열한 투수전을 펼쳤으나 이순철의 홈런 한 방으로 해태가 2-0 완봉승을 거두었다. 2차전은 조기 구원 등판한 김정수가 1실점으로 틀어막고 ‘가을의 전설’을 이어가며, 6-5 한점 차 짜릿한 역전승을 연출했다. 3차전에서는 ‘꽃돼지’ 문희수가 3-0 완투완봉승의 원맨쇼로 승리를 챙겼고, 해태는 한국시리즈 10연승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시리즈였지만 궁지에 몰린 빙그레가 4차전서 이정훈·이강돈·고원부·강정길·유승안·장종훈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폭발하며 14-3의 대승을 거두었다. 5차전서는 이상군의 무실점 호투로 빙그레가 5-1 승리로 연승을 이어가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시리즈의 고별전이 된 6차전서는 저력의 해태가 ‘고졸신화’의 주인공인 문희수를 앞세워 무시무시한 빙그레의 강타선을 단 3피안타로 틀어막고, 김준환·서정환·백인호의 활약에 힘입어 4-1 완투승을 거두며 대미를 장식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문희수의 한국 시리즈를 향한 투구는 ‘볼 끝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인, 예술 투구’ 그 자체였다고 생생히 기억되며, 해태는 한국 시리즈 MVP 문희수의 깜짝쇼로 3연패와 V4를 달성했다.

/김재요 조선이공대학 교수.한국야구기록연구회장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0624560043457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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