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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133의 의미.

by 2021S 2011. 6. 7.

전임 야구담당 선배들의 자부심 중 하나가 전경기 출장.

김종태 회장님 계실 때는 야구가 중요한 아이템중 하나였다. 광주일고는 특히 광주일보와 아주 각별했더 사이.

광주일고 출신 중고참 선수들도 가끔 옛날 얘기하는데.. 우승하면 광주일보 찾아와서 회장님 뵙고.. 티본 스테이크 먹었던 얘기를 하기도 한다. 고등학생이 언제 그런 것 먹어봤겠냐면서. ㅎ

왕회장의 야구 사랑이 각별하셨기에 야구 담당 선배들 고생도 많이 하고 그만큼 많은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을 했었다고.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사주도 바뀌었고 언론 환경도 달라졌고.. 대쇄 때문에 마감시간이 빨라서 경기 상보도 못 넣는다.

그래서 133경기 전경기 출장의 꿈은 꿈이다. ㅠ.ㅠ 중간에 울면서 야구를 원망도 하겠지만 133경기 다 찍어보는 게 나의 소원.. 하하.

스포츠지를 제외하고는 부산일보가 유일하게 홈하고 원정 담당으로 나눠서 133경기를 커버하고 있는데 담당기자 볼 때마다 부럽다고 노래를 하고 있다. 흑.

매일 같이 경기하는 종목.. 전국을 떠돌면서 취재하는 게 쉽지는 않다.

대중교통 이용하면 노트북에 카메라에 .. 또 나름 여자라고 들고 다니는 짐꾸러미가 많아서 고생이고. 차가지고 움직이자면 운전하는 게 만만치 않고.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잘 돌아다니지만 모텔에서 잠자는 것도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다.

그런데 현장에 나가면 힘든 것도 다 잊고 .. 그라운드를 보면 심장이 꽁딱꽁딱하면서 행복해진다.

매일 경기수가 줄어들 때마다 내 .. 메신저.. 카톡 이름앞에 붙는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80.


스토브리그때 뭘로 연명하나 고민 좀 하다보면.. 전지훈련 취재 계획 세우고 있고.. 다녀와서 시범경기하다 보면.. 어 시즌 시작. 그러다 정신차려보면 더운 여름. 죽겠다 죽겠다 다니고 나면 순위싸움도 막바지.

그렇게 내 133일이 지나가곤했다.

올해는 주말리그.. K리그 .. 해서 출장은 많이 못 갔다. 그래도 홈경기 100% , 80경기 꼬박 챙겨봤고 주말리그.. 2군.. 재활군 경기까지 100경기는 넘게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부족한 느낌이다. 일 욕심은 많아서. 덕분에 내 주변 사람들 고생들 좀 하지만.

여기 보내달라 저기 보내달라 보채는 기자 덕분에 회사에서도 출장비 많이 지출한다. 2월 전지훈련 때 항공료에 숙박비 등 해서 일단 통 크게 쓰고 오고...

요즘 생각이 많다. 아니 고민이 많다.

적지않은 나이의 솔로 여기자가 연애 고민 같은 것은 안하고 .. 어떻게 하면 더 욕심껏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으니 요즘 내 모습..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ㅋ

야구씨.. 당신은 내 운명??


이게 다.. 꼬꼬마 여울에게 인형대신 공 쥐어주고. 무등야구장에 방목하고. 기록지 쓰게 하셨던 아버지.. 때문 아니 덕분.

부녀는 여전히 거실에 티비 두 대 놓고 .. 야구 두 경기를 동시에 관람하곤 한다.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은 내 예상이 더 잘 맞다는 것! 현장의 힘~


흠... 야구 얘기를 하려고 노트북 켰는데 내 얘기만 잔뜩 하고 말았다. 요즘 머리가 복잡하다는 증거군.

아쉬움에 잠깐 야구 얘기도.

133경기에서 한 팀이 100%의 전력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는 경기는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포스트 시즌에만 몇 경기?

KIA의 경우에도 부상 로테이션이라는 말이 만들어 질 정도로 주전들이 돌아가면서 끙끙 앓고 있다. 하지만 성적이 나쁘지 않다. 아니 꽤 좋다.

주전 몇 명 빠졌다고 해서 경기가 안 풀렸다면 선수단 전체에도 역시 안돼라는 부정적인 의식도 생기고... 한번 주전은 영원한 주전이라는 안일함도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이 미리 포기했던 경기에서 선수들은 포기 하지 않고 승을 가져왔다. KIA의 여름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승리는 멀리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내부에 그 답이 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2군에서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 빈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경기를 뛰고 있는 현 1군 선수들.

가을 엔트리가 어떻게 구성될지 모르는 치열한 2011시즌이다.

‘미친 선수’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야구는 한 명이 아닌 9명이 하는 경기.   

    
 현재 야수진중에서 가장 절실하게 그라운드에 서는 선수는.. 최훈락이 아닐까?

최훈락도 순박 개그 캐릭터.

2년전 경찰청 3인방 신용운, 차정민, 최훈락 인터뷰하면서 얼마나 웃었던지. 신용운은 입만 열면 터지고.. 최훈락도 눈을 껌뻑껌뻑 하면서 군대체질인지 딱 좋다면서 삽질도 잘한다고 말해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엊그제 다시 1군와서 첫 안타가 나왔을 때는 감격의 악수. 별 대화 없이 고개 끄덕끄덕하면서 한참 손등을 토닥토닥.

지난주 롯데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2루타도 때리고 시즌 첫 타점도 올렸다. 경기가 끝난 뒤 상기된 표정으로 방망이 방망이를 외치며 덕아웃을 헤매던 최훈락. 몇 자루 있지도 않은데 방망이가 사라졌다면서 덕아웃을 뒤적뒤적 했는데.. 찾았으려나??

이날 비가 왔었던가?? 전지훈련 취재가서 실내 연습장에서 애들 웨이트 하는 것 보고 있는데 누가 훈락이형 투수하련가봐 하면서 웃는다.  

   


사람들 빠꼼빠꼼 연습장 내다보고.

무슨 일인고 하고 나가봤더니 이강철 코치가 최훈락을 붙잡고 뭔가를 지도하고 하고 있다. 아니 정확한 표현은 최훈락이 이강철 코치를 붙잡고 있었다. ^^

송구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 뭔가 좀 엉성했는지 이강철 코치가 이것저것 지적해준다. 옆에서 던지는 것 찍어달래서 나는 동영상 촬영을 해줬고..ㅎ 잘 안되는가 싶더니.. 아~ 하면서 얼굴에 꽃이 핀다.

이강철 코치도 훨씬 좋아졌다면서 칭찬을 하고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아직 선수가 훈련이 안 끝났는데 어딜 가시는거냐고 이강철 코치를 붙잡는다. 선수가 훈련을 하겠다는데 어쩌겠나. 이강철 코치 허허 하면서 얼마간 최훈락을 더 지도했다.

최훈락은 지금의 간절한 잊지 말고, 또 다른 선수들은 이 선수의 간절함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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