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다’라고 했던가.
위기가 위기로 끝날 수도 있지만 의도치 않은 그래서 생각지 못했던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야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니까. 한 사람 개인의 능력보다 더 선수들의 조직력, 열정, 패기가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운명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되는 KIA와 LG, 두 팀의 가을이 어떤 모습일지를 가늠해 볼 수 있고 양팀 벤치의 역량을 확인해 볼 수 있는 한판 승부가 될 전망이다.
지난주 라인업 짜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간신히 3승3패를 맞추기는 했지만 이범호를 잃었으니 손해가 막심한 한 주가 되고 말았다.
이런 야구 처음이다라면서도 꿋꿋히 훈련 다 소화하고. 여기저기 불편해도 팀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만큼 힘들다고 티도 안내고 참으면서 경기를 뛰었다. 손목 아픈 것은 처음이다고 하길래 손목 걱정을 했는데 다리가 고장이 났다.
이범호 걸어나가는 것보고 이용규 허벅지 부분 파열됐을 때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다.
부분파열 같은 경우에는 뛸 수는 있는데 무리하다가 완전 파열이 될까봐 조심조심 쉬면서 재활을 하는 건데.. 두 군데가 파열됐다고 하니. 시간이 약인데 선샤인 타이거즈의 시간은 초고속으로 가버리니 문제다.
<KIA의 이범호를 처음 만났던 날. in 미야자키>
오늘 중계로 퓨처스리그 경기를 보다 퇴근길에 무등경기장을 들렸다.
권희석 전 타석에서도 공 잘 골라내더니 적시타를 때린다. 오늘은 이기려나(워낙 2군 홈경기 관람 승률이 안좋아서)했는데 또 뒤집히고 말았다. 그래도 없는 살림에 2군 선수들 경기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 선발투수 정성철.
재활군에도 있었고 몇 번 등판 보러 갔을 때 피칭 내용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사사구없이 6이닝 6피안타 3탈삼진 1실점.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정성철에게 아쉬운 건 역시 구속. 140㎞ 초반. 그래도 안정감있는 피칭을 했다는 것에 일단 좋은 점수.
잠깐 기자실에 들린 정성철. 피칭내용이 나쁘지 않았던터라 표정도 밝다.
그런데 코맹맹이 소리에 기침까지 하고. 이 더위에 감기 들었다. 룸메 박성호가 시원하게 에어컨 틀어놓고 자서 감기에 걸렸다는 정성철, 그 감기 박성호에게도 넘겨줬단다. 박성호도 요즘 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다.
콜록이던 정성철은 이내 선배들의 구박과 함께 기자실에서 방출됐다.
골절환자 최훈락은 또 경기장에 진을 치고 있다. 다리도 다리고.. 와이프도 친정 나들이를 가면서 할 일이 없다고 하소연 하는 최훈락, 야구장에 오히려 돈을 내고 다녀야겠다는 구박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
시즌도 이제 막바지.. 시간 나는 틈틈이 2군 경기도 찾아보기는 했는데 욕심 만큼은 못했다.
그래도 직접 눈으로 지켜보니 선수들 자라나 있는 모습들도 보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 더 눈에 띈다. 부족함이 많은 만큼 배울 것도 많고 자랄 수 있는 부분도 많으니까.
어린 선수들 파워가 붙는 것 같다. 이제 막 입단한 정상교도 그렇고 2년차 이인행도 그렇고. (둘이 입단연도는 다르지만 정상교가 1년 학교를 더 다녀서 나이는 같다. 오늘 알았다^^) 아직은 깡마른게 고등학생 같은데 요 며칠 플레이 하는 것보니 시즌 초반보다는 힘이 붙었다.
이인행의 스리런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홈런도 쳤고.. 수비는 더 가다듬어야 하지만.
자기가 친 공에 눈을 맞아서 재활군에 갔었던 이인행, 꿰맨 자국이 남아있다. 신기한 부상이다. ㅡㅡ
깔끔한 수비로 괜찮은 재목으로 평가받았던 정상교의 가장 큰 단점은 파워였다.
막 고등학교 졸업한 선수라 힘과 힘의 대결에서는 밀리더니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막내티가 나기는 한다.
오늘 파울타구에 억울해 하는 표정을 보고 크게 웃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도 어린 선수라는게 한눈에 보이나보다. 체육부 앞을 지나가던 선배, 잠시 멈춰서서 경기 관람. 그러더니 정상교를 보고 아.. 아직 애기네 라면서 웃으셨다.
파워하면 권희석. 하드웨어도 딱 봐도 거포다.
그러고 보니 KIA는 85 우타자들이 거포라인이다. 김주형-나지완-권희석.
김주형과 나지완이 1군에서 축구장으로 향하는 무시무시한 장외포를 쏘아올렸었고, 권희석도 악 소리나는 커다란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세 선수의 파워포 직관했다. ㅎ 85트리오가 나란히 설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스피드하면 신종길과 윤정우. 신종길이야 소문난 스피드고. 윤정우도 스피드로 1군에 몇 차례 오갔었다.
주말 한화와의 경기 때도 ‘미친 질주’를 선보인 윤정우.
좌익수 파울 플라이였는데 거의 3루수 파울 플라이라고 할 정도로 짧은 거리. 그런데 3루주자 윤정우가 넉넉하게 홈에 들어와서 덕아웃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오늘 출전 예정이었던 최희섭은 .. 발톱이 빠졌단다. 내일 등록이 어려울 전망이다.
두 명의 선수가 말소가 됐고, 두 명의 선수가 1군에 등록된다.
코칭스태프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어떤 조합을 선택해야할지.
안정적인 선택이 이뤄질 수도 있고, 파격적인 선택이 이뤄질 수도 있다.
위기의 상황 ‘깜짝 카드’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 시킬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목표를 위해 달리고 있는2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고 말 그대로 ‘깜짝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경기에서는 ‘미친선수’의 탄생이 필요한데.. 과연 누가 미쳐줄 것인가. 그리고 ... 선샤인 타이거즈의 위력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불완전한 승리보다 열정을 다한 패배가 더 아름다울 때도 있다.
공을 둥글고,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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