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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설레는 가을.

by 2021S 2011. 10. 11.


며칠 고생하고 다녔더니 얼굴에 뭐가 잔뜩 났다.

수면부족으로 눈도 무겁고. 오늘 무슨 말을 하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다. 

그래도 행복한 기자다. 선배랑 통화하는데 고생하고 왔겠다면서도 네가 참 부럽다고 하신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게 답답하다며.

어떻게든 현장에 나가려고 기를 쓰고 다니는데 .. 순간순간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앞으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이 자리에 남아있을지 그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기약도 자신도 없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남기자들과는 달리 여기저기 현장 다니는 게 부담스러울 것도 같고.

예전에 여자 선배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결혼을 하면 지금의 일을 못할 것 같다고. 아니 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고. 현장에 없는, 현장의 모습을 보고 듣지 않는 기자 그렇게 쓴 기사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매일 그래서 나는 요즘 감사하는 마음으로 또 설레는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찾는다.

나도 트리플 A형이라서 처음에는 어색어색하기만 했고 지금도 겁도 많고 생각도 많지만 내게 가장 익숙한 곳 중의 하나. 그라운드. 늘 있었던 곳이지만 역시 포스트 시즌에 보는 그라운드는 달리 보인다.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설레는 감회가 남다른 무대.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선수들의 기분은 더욱 그럴 것이다.

어디어디 누가 처음 왔나 했는데.

이성우 임준혁 심동섭 김선빈 홍재호 신종길이 처음이다.

가을 그라운드 뒤늦게 올라본 선수들 반응이 더 격하다(?).

이성우는 이 자리에 서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면서 곧 죽어도 그라운드에서 죽겠단다.

임준혁도 떨린다면서 로페즈보고 청심환을 사다주라고 그랬다. ㅎ

한기주랑 토닥토닥 장난도 치고 있더니만 아~ 경기시간 다가오니까 떨린다면서 어색해 하던 임준혁.

군복무도 마치고 온 만큼 임준혁 공 하나하나에 느끼는 기분이 예전과 다를 것이다. 겁없던 시절보다는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을 것이고.

처음 밟아본 가을 잔치 ... 친구 생각이 났는지.. “우석이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건데”

고우석이 내려가면 임준혁이 올라오고 임준혁이 내려오면 고우석이 올라가고. 비슷한 스타일이라 .. 임준혁과 고우석 엇갈린 우정이다.


팀의 주전 유격수로 쑥쑥 자란 김선빈이지만 .. 2009년 마지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이번이 첫 포스트시즌.

심하게 긴장하고 있었다는 것 8일 경기 1회 초에 온몸으로 보여줬고. ㅎ  욕심 많고 빠른 선수라 하루 만에 포스트시즌 적응 완료했다.

홍재호도 얼굴 허옇게 떠서 잠을 못 잤어요. 아 떨려~ 떨려~.. 이러면서 가슴을 붙잡았고.

신종길은 .. 흠. 평소 같다. 딱 신종길이다. 어디서나 여유있는 한결같은 4차원 표정.

형님들이 떨리다고 하소연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막내 심동섭은 잠은 잘 잤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왜요?’라는 표정이다. 아무 생각없이 푹 잤다는 심동섭.

어제 한 기자가 심동섭 변태(?)스럽더라면서 얘기를 한다.

심동섭에게 어떤 상황에서 등판하고 싶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아주 자신있게 주자 3루. 무조건 3루라고 얘기를 했단다. 1·2루도 아니고 3루에 있을 때 가장 편하다는 심동섭. 남다른 선수다.

오히려 2차전 앞두고는 잠을 못 자서 얼굴이 까칠했다.

긴장하고 그러면 밥도 잘 안 들어가고 그럴 건데 1차전 끝나고 엄청 많이 먹어서 배가 아팠단다. 그래서 잠을 설쳤지. 심동섭에게 ‘긴장감이란?? 먹는 건가요?’다.

SK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 때 불안불안했는데. 그렇게 마운드 올라가고 싶다고 하더니 뭐가 문제였냐고 물었더니.. 포크가 요즘 말을 안 듣는다고 열심히 설명을 한다. 직구는 괜찮은데 포크가 안 먹힌다고 이게 뭡니까라는 표정.

그래도 잃었던 포크 찾아왔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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