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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곽정철의 봄을 기다리며.

by 2021S 2014. 2. 7.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힘내라는 말도 이제는 못하겠다.


“괜찮냐?”고 물어보기가 미안할 정도다. 그런데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곽정철에게 이번에도 괜찮냐고 물었다.


당연히 괜찮지가 않다.

 

 

 

괌 캠프에 앞서..  함평에서 재활을 하던 곽정철과 모처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3년이 넘게 떠나있었던 곽정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내의 시간. 그동안 곽정철은 자신의 야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야구는 난로같다는 말을 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데어버리기 때문에 적당한 선을 유지해야 하는 것. 그동안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불구덩이에 들어가서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잘하려고 너무 다가가면 오히려 다치기 때문에 이번에는 난로를 대하듯 그렇게 야구를 대하겠다고 했다.

 

당장이라도 공을 던질 수 있는데 오히려 공을 놓고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있다고도 했다.

 

따뜻한 곳에서 야구를 할 생각에 설렌다던 곽정철. 괌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면 비로소 “아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에 감격스러울 것 같다고 환하게 웃던 곽정철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던 곽정철이 울음을 삼키면서 비행기에 올랐다.

 

곽정철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전화를 걸었다. 괜찮냐는 얘기에 마음이 아프단다.

 

이제는 정말 못하겠다는 넋두리에 전화를 건 것이 미안해졌다.

 

 

엊그제 다시 목소리를 들었다. 마음도 마음이지만 몸도 아프단다. 무릎이 퉁퉁 부어있다면서..

 

“형들이 제트 스키 타러 가자고 할 때도 혹시라도 다칠까봐 가지 않았다”고 말을 하는데 찡하다.

 

아플까봐 다칠까봐 .. 쉬는 날도 조심조심했는데 다시 또 아프다. 이럴 땐 정말 해줄 말이 없다.

 

그동안은 힘들다는 얘기도 잘 하지 않고, 하지 못하더니. 힘들단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인데 시련이 많은 선수다.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라도 하라며, 위로가 되질 않을 위로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곽정철은 보기와 같이 독하다. 그리고 보기와 달리 섬세하고 따뜻하다.

 

광주일고 김선섭 감독이 애들에게 한 번씩 하는 얘기가 있다. 정철이처럼 독하게 해보라고.

 

학창시절에 러닝을 시켰는데 애들 하나 둘 떨어져 나가도 죽어라 달리던 곽정철. 마지막에 들어와서는 피를 토해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단다.


 
책 많이 읽는 거야 유명하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그래서 가끔 덕아웃에서 먹을 것을 건네도 말린감 이런 걸 주곤 했다.

 

예전에 대구구장에서도 크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선수들과 얘기를 하는데.. 곽정철이 라커룸에서 컵을 들고나오더니 마시라고 건넸다. 커피라고 생각하고 받았더니 미숫가루가 한가득.

 

배려심도 많은 선수다.

 

스프링캠프 취재가 끝나고 귀국하는 날이 마침 선수단 휴식일이라서 얼굴들 못보고 공항으로 향한 적이 있는데...

 

전날 귀국 시간을 물어보던 곽정철, 늦잠을 자도 될 시간인데.. 고생했다고 조심히 들어가라고 전화를 하던 선수.

 

안 좋은 일은 챙기는 거라며 조용히 병문안을 다녀가기도 하고.

 

한일챔피언십에서의 곽정철도 잊지 못한다.

 

들어가는 비행기에서 끙끙 힘들어하던 사스 환자 곽정철. 팀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빨리 나아야 한다며 오렌지 주스를 계속해서 마셨다.

 

일정이 끝나고 온천으로 넘어간 선수들과 달리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같이 먼저 귀국을 했는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구석에서 혼자 밥을 먹던 선수다.

 

 

힘들 것이다. 위로도 미안하다. 위로의 말 대신 .. 곽정철이 지난 번에 했던 얘기로 글 마무리..  

 

“어떤 책에 이런 말이 있었더라고요. 사람은 저마다 피는 시기가 정해져 있대요. 은은하게 피는 꽃도 있고 벚꽃처럼 확 피었다가 지는 꽃도 있고. 자기만의 시기가 있으니까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활짝 필 수 있다는 거죠. 꽃이 피려면 항상 기다리고 준비해야 하잖아요. 인내심을 가지고..”

 

고통의 시간을 인내한.. 곽정철의 꽃도 활짝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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