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경기 끝나고 .. 문득 생각이 나서 곽정철에게 전화를 했었다.
늘 그렇듯 반갑게 또 소녀같이 전화를 받는 곽정철.
동네 운동장을 돌고 있는 중이라고 그랬다.
퓨처스리그 중계볼 때 얼굴 헬쓱하기에 안 쓰러웠는데 아니나다를까 처음에는 맘 고생하느라 살이 좀 빠졌단다. 마음 다잡고 잘 지내고 있다던 곽정철.
단순하게 또 독해져서 돌아오라고 얘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었다.
곽정철은 자신이 독하다고 했다. 곽정철 독하다. 그 어려운 재활도 세 차례 견뎌냈고, 연습도 독하게 한다. 내가 말하는 독함이란 그런 독함이 아니다고 했고, 곽정철도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털털할 것 같은 외모와 달리 무척 섬세하고 또 생각도 많다. 너무 많은 생각은 그라운드에서 득보다 실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사를 작성할 때 분량을 늘리는 것보다 필요없는 것을 빼고 압축해서 쓰는게 더 어렵다. 기사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뭔가를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비워야 채워진다.
비우고.. 그래서 채워서 돌아오겠다던 곽정철 일단 오늘 등판은 성공적이었다.
누나 저 성공하고 싶어요.
곽정철과 진지한 대화를 할 때 최종적으로 나오는 얘기다.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은 갖추었지만 그 자질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 그걸 배우는 게 곽정철에게 주어진 큰 숙제가 아닐까?
소박한 인간미가 있어서 정이 가는 곽정철.
쓴 맛을 많이 겪어봐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많이 숙성됐다. ㅎ
어린 나이에 많은 돈과 인기를 얻으면서 받는 것에만 익숙해지기 쉬운데.. 작은 것이든 나누고 싶어하고 사람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참 예쁜 선수다. 반듯반듯한 모습도 좋고.
하지만 인생사 그렇듯 야구에서도 착하고, 반듯하고.. 성실하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게 억울하고 답답하고 화가 날때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인생이고 야구인데.
나중에 성공하더라도 변하지는 말라고 했고, 곽정철도 큰소리는 쳤다.
곽정철의 야구 인생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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