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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이야기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by 2021S 2010. 8. 26.

온갖 말들과 상처가 오가는 이번 사건을 두고 솔직히 어리둥절하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기자로서도 그렇고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팬으로서도 그렇고.

무엇이 이렇게 많은 이들을 아프게 했을까.

그라운드 위의 문제와 그라운드 밖의 문제가 뒤섞이면서 본질이 흐려졌다. 

그라운드에서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한 선수가 공에 맞아 쓰러졌다. 공교롭게도 하필 그게 또 롯데의 주축 선수였고 그 공을 던진 선수가 또 윤석민이었다.

하지만 처음 상황도 그렇고 두 번째 상황도 그렇고 고의성은 없었다. 억지로 공을 던질 이유도 없었고, 그러지도 않았다. 이런 건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라 안에서 부딪히는 선수들이 더 잘 안다.

빈볼은 아니다. 실수를 범한 것에 대한 질책은 있을 수 있지만 비난받을 행위는 아니다. 여기까지는 안타까운 일이고 .. 실수를 범한 사람이 자책감을 가지게 되는 상황이다. 고의였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 윤석민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딱 여기까지다. 그라운드위의 문제. 여기까지는 프로야구 무대에서 함께 뛰고 살아가는 이들의 문제고 여기에서 뭔가 일이 발생했다면 그들이 풀면 되는 것이다.

어찌 됐든 경기 중 발생한 일에 대해 윤석민은 모자를 벗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당시 최대한 할 수 있는 능력 범위에서 팬들에게 사과를 했다.

경기의 일부였기 때문에 피해자 가해자는 없다. 큰 실수가 있었고 조성환 선수는 정말 안타까운 부상을 당한 것이다. 그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겠지만. 그 어떤 사람도 조성환 선수의 부상을 안타까워하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타석에 다시 서는 것,  모든 야구팬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라운드 밖의 문제는 따로 봐야 한다.

마치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아찔한 그리고 안타까운 사구가 나왔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쓰러져 있는데 속이 타고 화가 나지 않은 팬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타까움을 넘어 부끄러운 광경이 나왔다. 경기장에 쓰레기들이 쏟아졌다. 경기가 진행될 수 없을 정도로. 플레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페트병이 날아들었다. 선수들의 부상까지 발생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유리병까지 날아 들어와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선수도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부상에 흥분했다는 이유로 다른 선수들까지 부상의 위험 지역에 놓아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리고 문제의 시발점이 된.. 장본인이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지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쏟아지던 맥주를 피해서 페트병을 피해서 도망치듯 버스에 올라타야 했던 선수들. 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는가? 말도 안 되는 선수 폭행도 이뤄졌다. 김선빈이 일격을 당했다. 작고 어린 후배가 맞는 장면을 본 최희섭이 이를 제지하려는 행동을 했다.

그 장면이 어떻게 비쳤을지 모르겠고.. 나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후배를 지키려는 모습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사전에 아무 일없이 그런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면 최희섭의 행동은 문제가 됐을 것이다. (선수들 이동할 때는 스파이크를 신지 않는다. 운동화를 신고 움직인다.)

수요일 경기장에 갔더니 출근하는 선수들마다 최희섭 보고 괜찮냐고 물어들 본다. 최희섭 그 와중에 무언가에 발을 찍혔다. 발톱이 빠지려고 할 정도로 심했던 모양이다. 발을 절면서도 끝까지 뛰겠다고 하면서 어제 경기에 나갔다. 누구 편을 드네 마네하는 오해가 있을까 봐 언급 안 했었지만 최희섭도 다쳤다.

사직이 아니라 무등, 문학, 잠실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면 그 장면을 연출한 팬들은 비난 받아야 했을 것이다. 사직이라서 롯데라서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팬들의 잘못을 꼬집고 비난하는 거지 롯데팬들을 몰아붙이는 게 아니다.

특정팀을 출입한다고 해서 그 기자가 그 구단의 대변인은 아니다. 그저 출입하지 않는 다른팀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내부 사정을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아는 것뿐이다. 많이 알고 있기에 오히려 더 아픈 기사도 나오고 쓴소리도 가능하다.

 

피해자 가해자 운운하는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굳이 피해자 가해자를 따지자면

일방통행으로 내지르기만 하는 일부 팬들이 가해자고.. 그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괜한 미움을 그리고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두 선수가 피해자다.

이제 그만들 좀 하시죠. 왜.. 상처들을 주고 받고 있습니까? 

저의 글이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도 없고, 또 모두를 만족시켜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진짜 야구를 사랑하고 인간미 넘치는.. 다른 이를 배려를 할 줄 아는 상식이 통하는 야구팬들을 위해 글을 쓰고 얘기 듣겠습니다.


여기까지는 기자 김여울로 쓴 글입니다.


그리고...

선수 윤석민이 감수해야 하고 감당해야 하는 만큼의 쓴소리만 하세요. 인간 윤석민에 대한 억지스러운 비난은 제발 접어두세요.

올 시즌 내내 조마조마 윤석민을 지켜봤던 인간 김여울로서 무서울 만큼 걱정되고 안쓰러워서 하는 부탁입니다.

남들에게 퍼붓는 것들이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역지사지의 자세로 자신의 인격을 지키세요.

윤석민을 조금 더 잘 아는 누나로 부탁드립니다.


... 조성환. 윤석민 두 선수의 밝은 모습과 플레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보탬말.

몰상식한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양 팀 팬들 발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그런 사람이 있나 보다... 하지.. 그게 전체 팬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겠죠? 

진심으로 조성환 선수 걱정하는 KIA 팬이 더 많고, 윤석민 선수를 걱정하는 롯데팬도.. 그렇지 않은 팬보다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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