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함평. 오후엔 무등경기장.
차를 경기장에 두고 함평에 다녀와서.. 사무실 들어가기 전에 슬쩍 덕아웃을 찾았다.
지난주 화요일 넥센 경기 이후 처음 만나는 선수님들.
KIA 경기 없어서 덕분에 요 며칠 저녁 인간답게 여유롭게 지내기는 했다.
외야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이도 있고.. 덕아웃에는 프로야구 최고참 어르신이 앉아계신다.
점심 먹은 것 체했다면서.. 얼굴이 안 좋다..
오랜만에 만나니 오누이 모드. 일 얘기는 아니하고 앉아서 쑥덕쑥덕.
쑥덕쑥덕하고 있는 어르신과 나.. 김상현이 카메라 만지작만지작하고 있더니. ㅎ
유쾌하게 수다수다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복도에서 툭 튀어나온다. 나지완이다. (엊그제 휴식일날 저녁에도 길거리에서 만났다. 아니.. 내가 가는 길 앞으로 나지완이 툭 튀어나왔다)
어쩐지 여자목소리가 들리더라면서 아장아장 운동을 하러 나가는 나지완.
그런 나지완을 뒤로 하고, 어 하면서 어르신과 나 둘이 마주보고 고개를 갸우뚱. 여자목소리? 여자사람? 내가 여자사람? 니가 여자사람? 이런 분위기.
오누이의 대화가 아니라 형제의 대화였군.
덕아웃 생활 4년 만에 성 정체성을 상실한 김기자.
주말 비예보가 있다는 말에 .. 뭐야 비가 온다고. 경기 다 끝나니까! 라며 급흥분모드의 어르신. 이내 평온해지신다. 그래봤자. 우리니까~ KIA니까 비 안오겠지라면서.
지금도 뻥뻥 넘긴다는 홍세완 코치.
2군 있을 때도 훈련 끝나면 남아서 야구 경기를 보고 가던 홍 코치. 경기 잘 안 풀리는 날이면 .. 홍코치님이 가서 직접 치시지요.. 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플레잉코치라서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ㅎ
반가운 얼굴 이범호. 간단히 캐치볼을 한 뒤 재활군 트레이너와 개인훈련을 하기 위해 사라졌다.
막간을 이용해 투수놀이 중인 김선빈.
투수 심동섭 뒤에서 역시 막간을 이용해 (언더)투수 놀이 중인 안치홍. 응?
다리보면 심동섭 뒤에 있는 선수 안치홍 맞다.
수비 훈련중인 목소리 가장 큰~ 선수님. 후배님들 엉성한 플레이 나오면 “뭐하냐. 시합때 그렇게 하면 진다!”고 외치기도 하면서..
맨 오른쪽에 있는 선수. 로페즈만큼 까만 피부. 그리고 후덕한 배를 보니 아진애비다.
뛰어난 각선미의 소유자.
내가 가장 행복해 하는 순간 중 하나가 고요한 덕아웃에 앉아서 공소리를 듣는 순간.
전지훈련 취재 가도 1주일 내내 똑같이 반복되는 비슷한 모습을 보고 오는데도.. 그 훈련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이다.
오늘 고요한 덕아웃에 앉아 전지훈련에서 하는 수비훈련 모습을 보니 캠프에 온 기분이 들었다.
치열한 경쟁의 무대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하지만 그나마의 여유와 미소가 있는 시간. 희망이 더 많은 시간. 땀의 결실을 믿게 되는 시간.
그런데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엊그제 핸드폰 뒤적뒤적 하다가 물끄러미 보고 있었던 동영상. 올 전지훈련 모습이다. 퀄리티는 형편없다.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게 아쉬움이 많아서 그러나 보다. 기분아 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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