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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바람이 울던 날.

by 2021S 2012. 4. 6.

남자의 눈물.

최근.. 세 남자의 눈물을 보았다. 윤석민·슈바·이종범.

스포츠계에 화제가 됐던 눈물. 공교롭게도 현장에서 그 눈물을 직접 봤다.

마음고생 심했던 윤석민의 눈물. 사실 상을 받고 펑펑 울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름 꾹 참아냈다. 동생이라 그런지 찡하면서도 뭔가 뿌듯한 그런 눈물이었다면.

다 큰 슈바와 이종범의 눈물은 나를 울렸다.

서글서글 성격 좋은 슈바.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에 엎드려 눈물을 쏟는 모습. 온몸으로 눈물의 이유를 말하는 것 같아서 그냥 같이 마음이 울었다.

인터뷰실에서 다시 눈물이 터졌을 때도 코가 시큰했던.

그리고 맏형 .. 프로야구 최고참.. 바람의 아들.. 타이거즈의 심장.. 야구 천재.. 이종범의 눈물.

예상했던 눈물이었지만 내 마음은 예상하지 못했다. 고백하자면 나도 슬쩍 .. 눈물을 찍어냈다.

현장에 있던 많은 기자들 마음도 그랬을 것이다. 야구가 좋아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

이종범은 취재원이기도 하지만 기자들에게도 특별한 선수였을 것이다. 가슴 깊이 담긴 야구 향수.. 그 속에는 이종범이 있기에.

애틋하고 가슴 포근해지는 추억이.. 역사로 사라진다는 아쉬움.

이사 가기 싫어서.. 정들었던 친구들.. 동네.. 그곳을 떠나기 싫어서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떠나왔던 옛날 그 기분이라고 할까. 그랬다. 괜한 서글픔.

기자회견 시작 전에는 사실 기자들 이런저런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그 섭섭함이 싫어서 더 웃고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종범에 대한 얘기를 쓰려면 오늘 밤을 새도 부족할 것 같다.

이제는 진짜 오라버니로 편하게 불러도 될 것 같다.

오라버니도 눈치 안보고 편하게 “가시내야 시집가야~”라고 할 수 있겠다.

최고의 자리에도 서보고. 바닥으로도 떨어져보기도 하고. 스타 중의 스타였던 선수였다.

뒤에서야 동생 대하듯 장난도 치고 구박도 하고 그랬지만. 일로 얘기를 하고 접할 때는 확실한 프로.

엄하면서도 큰형같이 자상했던 선배였고, 아들, 딸 얘기를 하면 입이 귀에 걸리는 아버지였다.

애처가이기도 하고 ㅎ.

오늘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등장했던 오라버니. 앞으로 양복 입을 일도 많을 것인데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언니가 사줬다고 자랑을 하셨다. ^^

은퇴사를 읽으면서는 눈물을 꾹 참았는데.. 가족 얘기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면서 쑥스러워하던 오라버니. 눈물을 보이기는 했지만 내려오는 동안에는 옛날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면서 많이 웃으셨다. 쓰지 마야~라는 협박도 하면서.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전화와 문자. 김상훈에게는 ‘타이거즈 정신’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후배를 다독다독.

...

2012.04.05. 바람이 울던 날. 그렇게 프로야구의 전설이 .. 전설로 남게 됐다.

엊그제 은퇴 뉴스가 나오고 나서 엄마도 “종범이 야구 그만 한다고 하니까 괜히 섭섭해야”라고 한마디 하셨다.

사람들의 마음이 비슷한 것 같다.

영웅의 퇴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 아니 뺏겨버린 것 같은 허전함. 영원할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변화 앞에서 느끼는 어색함. 나도 황금 밀밭 같이 풍요로웠던.. 시간 뒤로 밀려나 버린 기분이다.

노트북을 열기는 했는데..

이종범이라는 이름에 담긴 것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 횡설수설.. 아무것도 풀어내지 못하겠다.

선수 이종범의.. 마지막 겨울 사진들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스프링캠프 출발날. 

 

 

 

 

 

 

 

.. 방망이 들고 있는 사진이 없네.. 공을 던지는 사진만 있고.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괜한 기대와 환상으로 그려지는 게 투수 이종범.

은퇴경기는 열리지 않을 테지만. 은퇴식에서라도 마운드에 한번 오르고 갔으면.

은퇴식날 이종범이 시구를 하고.. 지금 가장 마음이 애잔할 후배 김상훈과 찡한 포옹..

오늘은 기자가 아니라 그냥 야구팬으로 주저리주저리다.

이종범. 과연 앞으로 이종범 같은 선수가 나올 수 있을까?

그의 시대를 살았고, 그와 함께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아니,  오라버니가 농담으로 하던 말처럼.. ‘영광이었습니다’

이종범 버전으로 ...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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