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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바람의 추억을 담다.

by 2021S 2012. 4. 6.

나도 유난스럽다.

오늘 한 선배의 트윗을 보고 또 괜히 추억여행을 했다.

구수한 사투리로 조컷다. 허벌라게 아퍼야. 징허~다. 뭐던다고야. 기장이 짧아서 술도 얼마 안 들어가것어. 정후는 못 생긴 애들하고는 얘기 안해야.....

익숙한 목소리. 덕아웃에 가장 앞 자리에 자리하고 있던 7번의 물건들. 많이 많이 그립고.. 허전할 것 같다.

나이 들수록 추억과의 작별이 어렵다.

이제 누가.. 그리 반겨주고.. 일 하나 안 하나 감시를 할까.

오늘까지만 팬입장으로 추억놀이. 내일부터는 전쟁이다.

옛날 생각하면서 끄집어 왔다. 고맙고 간절하게 그리울 추억.

     

 

     

 

 

     

KIA 미야자키 이야기  

 

-2009.02.14-

 

수석코치께서 멀리서 급히 부르신다.

이종범 펑고 받는 것 어서 가서 보라며...

아니라 다를까... 이종범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 자세히 보니 조범현 감독이 방망이를 들었다.

250개. 공 하나하나에 조 감독이 기합과 격려 소리를 던진다.

이종범도 공 하나하나에 수고하십니다를 말한다.

관중석에서는 응원소리가 터진다. 주니치 시절부터 이종범의 팬이었다는 여성분이 며칠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숨은 거칠어지고, 발걸음이 무디어져도.. 이종범은 박스 하나에 가득한 공을 다 처리했다.

3년 만의 호된 훈련이었다고. 이종범은 약속대로 하루 훈련을 마무리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일찍 짐을 꾸린다.

숙소로 이동하는 차에 이종범도 동행했다. 차에 오르는 양손에는 귤이 들려있다. 먼 길 온 우리를 위한 선물이다.

 
이종범은 신(神)이었다. 

 
-2009.06.09-

 홈 6연전 치르고 났더니 내가 다 죽겠다.

이종범 어르신의 몸 상태가 딱 나 같지 않을까?

500도루, 1천득점 마침내 달성됐다.

한참 전에 도루와 득점 그래프 만들어놓고, 기사도 이미 써놨다가 매번 날짜만 바꾸곤 했는데.

마감 빠른 금요일 늦게 기록이 터져 나왔다. ㅠ.ㅠ

넋 놓고 하늘 보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무등경기장 야구장 취재석에서 궁둥이 떼지 못하던 수많은 사진기자분들도 넋 놓고 하늘들 보셨다.

하필. 그 대기록의 현장의 배경이 영 아니올시였다.

타이밍 상으로 세이프였는데. 친절한 진갑용 포수님 뛰시는 길 편하게 뛰시라고 그랬는지 집은 공 놓쳐주는 센스.

2루수 멀뚱히 있는데 이종범 홀로 슬라이딩을 하는 조금은 맥 빠지는 장면이 나왔다.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장면에. 극적인 요소가 살짝 부족했다.

설상가상 베이스를 머리 위로 치켜든 세리머니 장면. 1루 사진 취재석을 빼곡히 채우고 있던 기자분들 다시 한번 하늘 쳐다봤다.

대부분 사진들이 그랬다....... 조동찬 등판이 주연이 돼버렸고, 대기록의 주인공 이종범은 졸지에 조연이 되어버렸다.

며칠 동안 이종범에 눈을 떼지 못했던 사진기자들 한숨 소리가 1루 가득 울려 퍼졌던 날이었다.

대기록을 쓴 다음 날 유난히 수척한 모습의 종범신.

긴장이 풀려서 몸이 안 좋으시단다. 그래 놓고는 2타수1안타. 볼넷도 2개.

많이 힘들 것 같다.

타격은 물론 수비도 풀로 소화하고 있으니. 1박2일 경기한 날은 교체해 줄 선수도 없고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고 어르신 끙끙 앓는 소리 하신다.

기록 깨지기 힘들겠죠? 라는 물어보나 마나 하는 질문을 던지니. 당연히 반응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그러면서 “정후가 깨면 좋겠네요”했더니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종범신도 똑같은 아버지였다.

그러면서 “그놈은 목표가 더 커. 이치로를 목표로 하겠다고 하니”하면서 뿌듯.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기록을 넘어섰으면 좋겠다는 ‘야구천재’ 아버지의 심경이다.

그렇게 덕아웃 구석에서 얘기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뒤뚱뒤뚱 걸어온다.

뒤뚱뒤뚱 걸어온 나지완이 앉아계시는 종범신 앞에 서서 주먹을 쥐고 내민다.. 파이팅 하자는 얘기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손만 쑥 내민 나지완을 향해 종범신이 주먹을 내밀어 부딪혀준다.

다시 뒤뚱뒤뚱 덕아웃으로 향하는 나지완.

미야자키에서 사 온 부채를 주라고 졸라서 눈물을 머금고 내줬는데 기분이 좋았는지 ‘여울씨~ 큰 부채 좀 가지고 다녀~’이러면서 라커 쪽으로 사라진다. 나지완 막내 동생뻘이다. ㅡㅡ;;

종범신 누나한테 장난치네 그러면서도 우리 애들 귀엽지 않냐고 미소 가득이다.

요즘 KIA 덕아웃 분위기야 중계 틈틈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도 알겠지만 훈훈하다. 그런데 솔직히 이날 나지완과 이종범의 모습은 나에게도 파격적으로 느껴졌다.

전날에는 이종범의 호통에 최희섭까지 훈련 끝나고 공 줍는 일에 나서기도 했었다. 그래서 더 신선한 장면이었다.

외부에서 온 선수들도 한결같이 KIA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성적도 잘 나니.. 더 흥이 날 수밖에.

야구하느라 바쁜 종범신 요즘은 사인하느라 또 바쁘다.

여기저기 사인 요청이 쇄도해서 훈련 일정 마냥 공에 사인을 하고 사신다.

이날도 밀려드는 사인볼 민원에 사인펜을 쥐어 든 이종범 선수.. 신(神)급 임을 재확인시켜주는 한마디를 날린다.

“내가 사인할 때마다 백 원씩을 받았으면 재벌이 됐겄다.”

그라운드 뒷얘기

 

-2009.06.24-

◆대세는 이종범.

 YTN과의 인터뷰에 이어 주간 선수로 선정되는 등  물오른 종범신.

경기장에 조금 늦게 나오는 날이면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여자 선배의 번호가 뜨지만 전화기에서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구수한 종범신의 목소리다. 출석체크다. ㅡ.ㅡ 

1주일 동안 KIA 야구에 소홀했던 관계로 회사도 안 들리고 경기장으로 직행했다.

일찍 출석체크를 끝냈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무등기 대회는 잘 끝났냐고 묻는다.

야구 보기 징그러웠다고 하니, 뭘 그걸 열심히 보냐면서도 KIA 야구 보기 징했겠다고 하신다.

아니 그랬겠는가.

KIA 팬들에게는 고문 같은 경기의 연속이었으니.

그러면서 종국이 눈에 뭐가 개려버렸는가봐~ 하면서 나도 개려 버리기 전에 닦으러 가야겠다면 라커로 사라진다.

종범신만이 할 수 있는 포스 있는 한 마디. (한층 까칠하고 핼쑥해진 김종국 선수님 오늘 기자들 사이에서 인기(?) 좀 끄셨다)

타격 연습할 때도 포스가 넘쳤다. 펑펑 터지는 장타에 뒤에서 지켜보던 황병일 코치 ‘회춘했어’를 되뇌신다. 

2009.07.09

종범신 경기 전 분주했다.

양손 가득 상패와 꽃다발이 그득.

유영구 총재가 올스타전과 관련해 광주시와의 조인식을 위해 광주를 찾으면서 뒤늦게 500도루, 1천득점, 2천500루타에 관련한 기념상을 받았다. 
 

협약식 이런 것과 상관없이 이종범·김상훈의 기념식은 광주일고의 든든한 힘을 과시한 채 성대하게 마무리됐다.

그리고 시즌 전에 약속한 대로 이번에 받은 상금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이게 됐다.

경기전 종범신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종범신은 늘 그렇듯 팬들 얘기부터 한다. 팬들이 아니었다면 만들 수 없는 기록이었기에.

올 시즌 얘기 빠질 수 없다.

공·수·주에서 역할을 하느라 몸은 고되지만 그래도 팀 성적이 나와서 부담은 덜하다.

어찌 됐든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그 책임과 부담은 고스란히 고참급들의 몫이니까 말이다.

후배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냐고 물으니 안타까운 심정이 묻어나는 답변이 돌아온다.

요즘은 야구 여건이 예전보다 훨씬 좋기 때문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는 것이다.

나이 들어서 깨달으면 늦는다고 걱정을 한다.

그리고 김상훈에 대해 물으니 많은 것을 도와주려고는 하지만 많이 힘들 거라고 또 걱정이다.

안방마님에 주장.. 그리고 또 FA까지 해야 하니 정신없다며..

이종범 피규어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던 듯. 어찌 됐든 나중에 정후 크면 상패 물려주면서 700 도루하라고 명할 예정이라고.


이날 정후군 서석초 야구부 유니폼 입고 아버지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정후군 오늘 경기가 있었다. 박찬호배 야구대회라고 했는데.

종범신, 정후 경기 있었는데 졌다면서도 3타수 2안타를 쳤다고 아들 자랑을 빠뜨리지 않으셨다. 아버지 마음은 다 똑같을 터.

주장님은 시원하게 머리를 자르고 나왔다.

독박 쓰지 말고 대박 터트리라는 이종범의 말에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웃던 김상훈 주장님.

 

8월의 시작, 그라운드 뒷얘기

 -2009.08.02-

최고참과 주장으로 고군분투 중인 이종범과 김상훈.

이종범 포스트 진출 = 함께 대박으로 향해 가는 길이라며 김상훈을 다독인다.

팀의 포스트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만점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김상훈은 FA를 앞두고 있다.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골든글러브에 대한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골든 글러브 발 근처까지 와있지 않냐고 하니 아직 발에 차이지 않는다면서 발을 뻗는 액션을 취한다.

그걸 본 이종범 왜 잘 안돼냐면서 이번에 받으면 얼마 만에 받는 거냐고 묻는다. 10년, 데뷔 후 처음이다.
 

종범신에게 몇 개?라고 물으니.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7개라고 대답한다.

일본에 안 갔으면 더 받았을 것이라고 흐뭇한 미소.

 
다시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일본을 갈 것이냐는 질문의 답은. YES.

 
이제는 알 것 같다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단다.

그때는 너무 부상에 대한 겁이 없었다면서 일어나 홈플레이트에 바짝 선 채로 타격을 하는 시범까지 보여준다.

하루에 볼넷 6개까지 얻었었다며 신의 역사를 들려주시는 종범신.

그래 봤자 집에서 구박받고 사신다.

정후군 얼마 전에 열린 대회에서 11타수 8안타의 기염을 토했단다.

아들보다 못한 아버지라고 구박을 듣는다면서도 얼굴 표정은 말과 영~반대다.

 
“정후, 야구에 미쳤어!”

신의 한마디였다.

 

서울 유람기

-2009.09.14-

다들 피곤해했다.

나도 아침부터 서울 가느라 고생이 많았다.

박스기사 한 번 써볼 요량으로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언제 일어났어(요)?”를 물어본다.

당연히 돌아오는 답은 아 피곤해. 눈이 떠지지 않는다. 우리가 고등학생이냐 왜 낮에 경기를 하느냐. 일찍 자려고는 했는데 습관 바꾸기가 쉽냐 등등.

예상했던 반응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반응 두 가지.

이종범 선배의 알람시계가 된 양현종.

9시 30분에 일어났는데 이종범 선배님을 깨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바짝 긴장했다는 양현종.

대선배님의 엄명에 어제 잠도 일찍 잤단다.

 알람 소리도 가장 크게 해 놓고, 알람 명칭도 이종범 선배님 깨우기... 이 과정을 열광적으로 설명하던 양현종.

그리고 김종국.

언제 일어나셨어요? 피곤하시죠? ....피식 웃는다. 그 미소를 보니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피곤은 무슨. 2군 선수단 함평에서 훈련이라도 있으면 오전 8시 좀 넘어서 모인다.

 오전 11시에도 경기하고 오후 2시에도 경기한다. 2군의 하루는 오전 7시에 시작된다. 

나가사키에서의 12일.

 -2009.11.12-

오늘 묵묵히 마스크맨으로 돌아다닌 세 사람이 있었다.

감기 환자 양현종과 곽정철. 그리고 노장 이대진.

면세점 쇼핑 다닐 때도 단 한 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던 이대진. 뭐라고 하면 “애가 둘이여” .. 애들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는 아버님 이대진이다.

면세점 오면 뭔가를 사야 할 것 같은 .......... 충동이.

선수들 짝을 맞추어 부지런히 면세점을 오간다.

다정하게 쇼핑을 하는 빅초이와 나지완. 마주칠 때마다 짝꿍이 바뀌어 있는 차일목. 취재진들도 곳곳에 포진했다.

통 큰 쇼핑을 한 사람도 있고.. 어차피 이번 달 말 사이판 여행 갈 것 생각해서 아이쇼핑에 만족한 이들도 있다.

선수들이 가장 많이 목격된 곳은 ....... 화장품 코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판매원을 붙잡고 혹은 전화기를 붙잡은 채 화장품들을 산다. 물론 여자 화장품 코너다.

5천 원짜리 할인권 두 장을 들고 나타난 이종범, 김종국, 이대진.... 세 어르신은 만원어치 쏘겠다면서 신이 나셨다.

그 소리에 혹해 쇼핑 친구 이성우도 버리고 세 어르신을 따라나섰다.

만원 아래로 맘껏 골라보라던 세 사람 ㅎ.  감사  ^^ㅋ

종범신은 고생 많이 한 매니저에게도 선물을 안겨줬다.

 

우승 날의 덕아웃 이야기 

-2009.09.25-

일찍 광주를 출발해 도착한 군산월명구장.

특타조의 훈련이 진행 중이다. 잠시 후 나머지 선수들이 도착하면서 더아웃이 와글와글 꽉 들어찬다.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낸 이종범.

덕아웃에 들어서 마자 후배들에게 쀍!

“너네들 어떻게 나를 두고 갈 수가 있냐!”

이종범, 출발시간의 혼동으로 조금 늦게 나왔는데 그 사이 버스가 떠나버린 것이다.

텅 빈 주차장을 보면서 잠시 혼란에 빠졌던 이종범, 전력분석팀의 차를 얻어 타고 경기장에 나타난 것이다.

사투리 가득한 호통 소리에.. 덕아웃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게 평소에 잘하지 그랬냐, 노인 양반 똑바로 안 모시냐.. 등등 프런트들의 농담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특타조도 편성되고, 미팅까지 있어서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대표로 주장님이 질책(?)을 당했다. 

-2009.09.26- 

종범신 오늘 선물을 받고 신이 났다.

아주아주 오랜 팬이 곱디고운 글씨로 편지를 써 보냈다. 그걸 하나하나 읽으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던 이종범. 이런 게 진짜 팬레터라고 한마디 한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정성 들여 하나하나 학을 접어서 보내기고 했는데 하면서... 선물 상자를 든다.

마침 선물을 보낸 팬이 3루 쪽에 앉아 계셨더란다. 박스를 머리 위로 들어 고맙다고 흔들어 보인 뒤 포장을 뜯는다.

하트 모양의 병에 학이 그득 담겨있다.

유리병에는 1993년에 접은 학인데 V10을 기원하며 보낸다고 적혀있다. 지나가던 안치홍에게 학이 뭔지는 아냐면서 ... 어서 기사들 쓰라고 성화다. 

 

10월6일의 덕아웃

-2009.10.06-

종범신 덕아웃에서 공의 신이 됐다.

김상훈이 축구는 시즌이 언제 끝나느냐고 물어본다. K-리그는 11월1일이 최종전이다.

왠지 축구는 못했을 거라고 한마디 했더니 골키퍼 자리가 있단다. 생각해보니 그럴듯하다.

마침 등장한 이종범.

김상훈의 찬사가 시작된다. 이종범 축구하는 걸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말란다. 공으로 하는 것은 모든지 신이라며 찬사가 쏟아진다.

“볼링은 해보셨어요? 잘하세요?” 라는 김상훈의 질문에

이종범은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표정이다.

스핀 따위는 필요 없다는.. 직구로 만드는 이종범의 스트라이크.  갑자기 덕아웃이 볼링장이 된다. 

 

미쳐야 산다.

 -2009.10.09-

일찍 경기장에 출근한 나, 밥상을 차리기 위해 ‘미친 선수’를 찾고 다녔다.

어제 오늘 고영민이 미친 것처럼 포스트시즌에는 누군가 ‘미친 선수’가 등장하기 마련.

김동재, 최태원, 장재중 코치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현곤을 지목했다.

타격 밸런스도 좋고, 열의도 대단하다며. 장 코치는 좀 잘해주기를 바라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이현곤을 꼽았다.

오늘 이현곤의 타격을 접한 기자실 분위기는 ‘어? 어...어..’ 였지만 수비할 때 움직임을 보니 컨디션은 좋아 보인다.

최희섭도 오른손 타자들이 잘해줄 거라면서 김상훈, 이현곤, 안치홍을 언급한다.

 ..... (중략)

이종범. 어린애들이 미쳐줘야지라고 하더니....... 어렸을 때 내가 미쳤었는데 하면서 신의 미소를 짓는다.

첫 타석, 윤석민의 초구에 멋지게 헛스윙을 한 뒤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끄덕이던 이종범. 이후 경쾌한 타격으로 4타수 3안타.

‘누가 미칠까요?’ 라는 질문에 ‘나?’라는 대답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승반지

-2010.0.10-

반지 받은 소감도 물어볼 겸 종범신께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안치홍에게 전화를 했다.

아직 제작 중이라 코칭스태프와 고참순으로 지급이 된 모양이다. 아직 반지를 받지 못했단다.

운동 끝나고 샤워 중이라던 이종범 선수.

반지가 집에 있단다.

그냥 정면 사진만 쓸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왕이면 좋은 사진을 싣고 싶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반지를 임대해주시겠단다.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동민.. 종범신의 집을 직접 방문을 했다.

영광인 줄 알아~라며  반기는 종범신.

반지만 받아서 나오려고 했는데 잠시 티타임이 열렸다.

언니가.. 정후에게 누군지 알아?라고 물어보자.. 정후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아이스크림’

블로그에도 몇 번 썼지만... 시크한 정후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할 때만 잠시 웃음을 보여준다.

우승 반지 처음 본 정후.. 사진을 찍겠다며 자신의 방으로 들고 간다.

집안 곳곳에 쌓인 트로피들 얘기하다가 옛날 우승반지 얘기가 나왔다.

종범신 옛날 반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그러자.. 언니.. 방으로 들어가셔서 잠시 후 금빛 우승반지를 들고 나오신다.

종범신도 미처 모르고 있던 반지. 1996년 우승반지다.

이종범의 우승반지라.. 그 가치가... 흠... 그동안 즐거웠다면서 .. 날 찾지 말라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귀한 반지 흔쾌히 빌려주셨는데.. 지면에는 2009년도 반지만 조그맣게 실렸다. 

웃자!  

-2010.04.29-

어제. 경기장에 출근하는데 덕아웃 한쪽에 이용규 나지완이 나란히 앉아있다.

훤한 머리에 사람들 웃음이 터졌다.

지난주 야구하다가 엄청 창피했다는 주장 김상훈도 짧은 머리. 

덕아웃에 출근한 대선배 이종범도 애들 좀 보라면서 어서 사진을 찍으란다.

카메라를 향해 웃음을 날리는 나지완을 보고 저게 사람이냐면서 우리 후배들은 왜 다들 왜 저렇게 기아스럽냐고 한탄이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는데 좌 상훈 우 희섭이다. 최희섭은 사람 좋은 미소로 허허거린다.

서울 출신들도 왜 그러냐면서 배팅 박스 쪽을 보는데 마침 4명이 서있다.

종범 어르신 서울고, 덕수고, 신일고, 배재학당...그러더니 한숨이다.

우리 팀 야구들도 못한다고 큰일이다면서 마실을 나가 관중석에 있는 학생들에게 몇 학년이라고 묻는다. 구수한 사투리로.

최희섭 이번에도 역시 사람 좋은 미소로 나를 보더니  ‘형님 참 구수하세요’

뭐지. 이 허전함은?

-2010.07.10-

큰 절이라도 하시지 그랬냐는 말에..

그럴 틈도 없었다는 주장님.

마지막 아웃카운트 나올 때까지 모두 다 같은 심정이지 않았을까?

정말 정말 힘겹게 연패를 끊었다.

16연승보다 더 어려울 16연패. ㅡㅡ;;

  ....(중략) 

수훈선수 인터뷰하는데 선수단 미팅 있다고 다들 부리나케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덕아웃에 양현종 안치홍 두 선수가 앉아있다.

양현종 오늘 풀 카운트 승부가 많았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고생을 했다고..

하지만 전광판에 이종범 선수의 2000안타를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보고... 가슴이 찡해졌단다.

내가 못하면 이대로 선배님의 대기록이 흘러가버리는구나 .. 이 생각에 마음을 다 잡았다는 양현종.

다승 공동 1위 복귀 축하드리고... 앞으로 볼은 좀 자제.. 를... ㅎ

 

덕아웃 배회하던 김원섭.

잠시 쉬고 있던 홍세완의 방망이가 좋아 보인다며 몇 차례 스윙을 해보더니, 덕아웃에 있는 배트 가방에서 방망이들을 하나하나 꺼내서 휘둘러 본다.

그러고는 이종범에게 방망이를 하나 주란다.

1군에도 안 올라온 놈이 방망이 주라고 그런다고 구박이 돌아오자 방망이 받으러 빨리 오겠단다

 ....

두 어르신은 어르신.

최고참 이종범 어르신. 사람은 아니 보이고 덕아웃에 글러브와 옷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널브러져 있는 장비들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또 다른 어르신 이대진은 점퍼까지 챙겨 입고 ‘아이고 추워’를 입에 달고 왔다 갔다. 

 ....

발을 절뚝이며 덕아웃으로 나오는 이종범에게 어디 불편하냐고 했더니 발목이 시큰거린다고 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비가 오려고 그래서 그러나.. 한마디 한다.

이때 무등경기장은 비가 올 듯이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비가 오려고 하면 우리 어머니들은 욱신거리는 허리를 붙잡고

 “빨래 걷어라”라고 하신다.

이럴 때 이종범은 “글러브 걷어라”라고 한다. 

...

연습을 마치고 들어오는 이재주를 향해 이종범  ‘인생 슬럼프는 있어도 배팅 슬럼프는 없다~’고 한마디 한다. 

경기할 때도 꼭 그렇게 쳐라고 당부를 하던 이종범, 옆에 앉아있는 김상훈에게 고개를 돌려....

“오늘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이겨야 된다 상훈아!”

하지만 오늘 경기는.... ㅎ.

타자들 컨디션이 안 좋다. 

 ....

이강철 코치와 이종범은 연습 때부터 검정 모자를 쓰고 다녔다. 검빨 유니폼의 산증인.

예전 얘기를 물어봤더니.. 바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면서.. 스파이크 얘기를 격하게들 하신다.

이종범은 스파이크가 검은색이라서 여름에는 발이 너무 뜨거워서 스파이크에 물을 뿌려가면서 경기했다고 상황 재연까지 한다.

이강철 코치도 어떻게 그걸 입고 완투까지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여름에 대구 경기 가면 .. 과학시간에 망원경으로 검정 종이 태우는 것 같이 바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증언했다.

땀이 흥건하게 바지를 적시면서 아예 땀이 흐르지 않았다나 어쨌다나.

그래도 두 사람은 예전의 그 모습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아주 자연스럽게 올드 유니폼을 소화해냈다

...

김주형은 오늘 심술 돼지가 됐다.

폭우에 연습 중단. 땀 뻘뻘 흘리면서 비를 피하고 있던 김주형. 얼굴이 심술궂다. ㅎ

야구 잘 안 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길래 괜히 쿡쿡 찔러봤다. 왜 이렇게 우울한 표정이십니까 수비요정님~하면서.

뭐라 딱히 반박하기도 그런 상황. ‘야구 못하면 수비라도 잘해야지요’ 라는 김주형과 구경꾼 이종범.

종범신 옆에서 한마디 거드신다.

우리 주형이 수비 기가 막히게 잘해. 라이트에서 보면 물 샐 틈도 없어. 완벽해!

그제야 김주형도 좀 웃는다.


잠깐 웃는가 싶더니 방망이를 툭툭 때리면서 이내 한숨. 방망이는 계속 새기만 한다면서.

투덜투덜 다시 훈련하러 걸어 나가는 커다란 김주형이 귀여운지 종범신 아빠 미소다.

 ....

이종범도 김선우 선발날이면 역시 선발 출장. 이현곤은 이용찬 선발날 선발출장.

스윙 궤적이라던가 타이밍이 맞는 투수들이 있는데 이종범에게는 김선우가 그런 케이스. 심리적인 면도 분명 작용하고.

그러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는?이라고 물어보니.

별 고민도 없이 .. 안병원을 외치신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만나기만 하면 피하는 피칭을 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면서 ㅎ.

 ....

이종범과 얘기하다가 연승 얘기가 나왔다.

종범신 왈
“예전에는 툭하면 연승이었지. 상진이나 대진이, 동렬이 강철이 형 뭐 나왔다고 하면 다 1점 내주고 막아버리는데... 5승하고 패, 4승하고 패. 그때는 오히려 지면 감독이 더 난리였다니까.”

투수왕국. 덜덜덜.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시던 이강철 코치.

내가 소싯적 백넘버 19번을 단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무릎 꿇고 경기를 봤다는 걸 아신 뒤로 종종 스타 놀이를 하신다.

덕아웃에 있던 어린 투수들을 보고 “김기자가 예전에 내 팬이었단다” 하시면서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러다 한기주를 보고 “넌 몇 살 때 봤냐?”하면서 묻는다. 나 1989년에 데뷔했다는 말과 함께.

한기주  “두 살입니다”

그러면서 한기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 열린 이종범 어린이교실 인가 뭔가에 참가했었단다. 그때 이종범 선수 주니치에서 뛰고 있을 때. 

 ....

이종범과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 팬이 허겁지겁 덕아웃으로 뛰어들어왔다. 선물을 품 안에 든 채.

선물을 들이밀며 이종범에게 뭔가를 얘기하려던 팬.

계속 더듬더듬 말을 잇지 못하자.. 이종범, 팬을 진정시키면 얘기를 해보라고 한다.

......... "이거 용..용규 오빠 전해주세요."

 ....

7차전 경기가 그대로 SK의 승리로 끝났다면 이용규 4주 군사훈련 들어가서 그냥 거기서 말뚝 박았을 것 같다 ㅎ.

야구를 하면서 그렇게나 안 풀린 경기 없었단다.

하긴 그날 좀 심하기는 했다. ㅡㅡ;; 어떻게 기회마다 이용규가 걸리고, 또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곤 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덕아웃에 앉아있지를 못했다.

선수들 얼굴도 차마 쳐다볼 수도 없었고. 자리에도 못 앉고 뒤에서 괴로워하는 걸... 부상으로 중간에 교체된 이종범이 본 것이다.

경기 중이라서 뭐라고 말도 못 해주던 대선배... 경기가 끝난 후 이용규를 먼저 찾아 꼭 안아줬다. 

울컥한 마음에 눈물 좀 흘렸던 이용규.

 ....

KIA를 대표해 미디어 데이에 참가했던 안치홍.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고민하던 안치홍.

명문구단 KIA에 입단해 기쁘다며 팀의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는 짜인 듯한 (?)얘기를 했다.

이종범의 지도가 있었던 멘트다. ㅎ

...

한국시리즈 당시에도 (사인 훔치기를 두고) 말이 많자 이종범 우리 애들 센스 없어서 뭐 가르치기도 답답하다고, 저것들을 어떻게 가르치냐고 사람들 앞에서 농담을 한 적이 있다.

 ...

전지훈련도 59일.. “웬만하면 징하다라는 얘기를 안 하는데.. 정말 징하다” 라던 이종범.

시범경기는 2일턴이라.. 짐을 풀고 나면 바로 또 짐 싸서 이동... 짐 풀고.. 또 짐 싸고..


뭐 두고 온 건 아닌가 걱정하면서 원정을 다니셨단다. ㅎ

 .... 

고우석은 왜 이렇게 짐이 없지 라면서 고개를 갸우뚱. 이종범은 고우석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


지난해 마무리 캠프 때 없지 않았느냐면서 고우석에게 질문을 한 이종범.

고우석이 훈련 갔노라고 했더니 본 적이 없다면서 고개를 젓던 이종범.. 아 저번에는 내가 안 갔구나..라면서 손을 내젓고 간다.

 ....

심동섭.. 훈련 전 까마득한 광주일고 선배님에게 끌려 나오다시피 해서 덕아웃에 등장.

고우석의 옆구리와 팔 사이에 머리가 끼인 채로 등장을 했다.

낑낑거리면서 인사를 하는 심동섭. 머리까지 고등학생이라 사람들 웃음이 터졌다.

강아지처럼 낑낑거리고 있는 심동섭과 대선배 고우석. 그런데 그 앞에 고우석의 대선배 이종범이 섰다.

너네들 뭐하냐는 표정으로 두 후배들을 응시하면서 한마디 하던 이종범.

그런데 이종범은 “잠시 일본 다녀온 사이 도대체 너희 팀 성적은 이렇게 됐냐”는 대선배 이순철 위원 앞에서 차렷 자세가 됐다.

 .... 

'바람의 손자' 이용규가 어퍼컷을 날렸고,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홈런을 날렸다. 관중은 맥주캔을 날렸다.

이종범의 홈런, 맞는 순간 이번엔 진짜 넘어갔다!

일로 얘기할 때는 점잖게 말도 높여주지만 덕아웃 뒤에서 만나면 옆집 오라버니모드.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시집 좀 가라.. ㅎ

"아야 시집 좀 가야. 선수하고 있을 때 가야 축의금 내준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면서..

 ....

선수단 납회식도 있고.. 연말을 맞아 락커룸 대청소가 있는 모양이다.

이용규가 한 테이블에 앉아있던 이종범, 이대진 두 어르신께 대청소한다고 짐을 빼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


짐을 어디에 두라는 얘기냐. 박스에 다 담아가라는 얘기냐. 개보수냐 그냥 청소냐 등등 이용규에게 질문을 퍼붓던 두 어르신.

결론은 .. 짐 옮기기 귀찮다. 그냥 애들 풀어서 청소시키자. 알아서 한다고 해라.

내일 납회식이니까 다들 모일 테고 애들 20명 정도 쫙 풀어서 청소하면 된단다. 인건비도 줄이고..

 

진흥중 볼보이.. 포동포동. 원투가 있다.

웨이트장에 왔다가 연습을 하고 있던 종범 어르신께 붙잡혔다.

이놈 배 좀 봐라 하면서 윗몸일으키기 50개를 명한다.

졸지에 웨이트를 하게 된 꼬꼬꼬꼬마 낑낑. 옆에서 이종범 이것 봐라 봐라봐라 하면서 배를 꼬집으면서 고문. 

이래서 뛰겠냐. 응 선빈이 형아나 용규 형아처럼 뛰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라고 외치며 포동 투도 불려 들어와서 윗몸일으키기 한마당 ㅎ.

 ....

제주도의 히어로.

경기전 여기저기 인터뷰해주느라 정신이 없었던 최고참.


 

하지만 하루 이틀 한두 번 해본 솜씨도 아니고 여유가 넘친다.

 

시범경기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이 없었던 이종범. 

 

경기 도중 한참 기록지 정리하고 있는데 경기장이 웅성웅성. 사람들 환호성이 터진다.

 

고개도 안 들고 ‘종범 어르신 대타로 나오구만’했다. 잠시 후 열렬한 환호 속에 이종범 타석에 들어섰다.


 

또 다른 에피소드.

 

배팅 연습을 하고 있던 이종범 덕아웃에 들어와 매직을 찾는다.

 

어인 일인고 했더니 들고 있던 흰색 배트에 쓱쓱 사인을 하기 시작한다.

 

배트 상태도 깔끔하니 좋아 보이는데 사람들 아깝게 왜 .. 하는 표정.

 

사인을 끝낸 이종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골절’이라면서 매니저에게 배트를 넘겼다.

 

매니저, 경기 진행에 많은 도움을 준 제주도 야구협회에 선물로 증정했다. ^^

 ....

경기 전 종범 어르신하고도 김선빈 얘기하면서 광대뼈 부상 얘기를 했었다.

어쩌다가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종범, 요즘 김선빈이 없어서 덕아웃에 먹을 것이 뜸해졌다고 농담을 했다.  

김선빈 팬들이 먹을 것 많이 보내온다면서..

간식 담당 김선빈. 그러다가 김선빈 코가 예쁘게 나왔다면서 껄껄 웃는다.

너 예뻐졌다면서 김선빈 놀렸는데 “민망한지 지도(표현 그대로) 그냥 웃어야~”라면서. 귄(표준어로 해석하자면 귀염성 정도?) 있어졌다고 웃던 이종범.

그러면서 내야수 하다 보면 얼굴 여기저기 다치고 골절되기도 한다면서..

그래도 본인은 금이 가는 정도였는데 김선빈은 여기 여기 부러졌으니 오죽하겠냐고 한마디.

그래도 멀쩡했던 선수 있잖아요. 안치홍 했더니.. 웃음보가 터진다. 맞아 그랬었지라면서...

 ....

정후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중학생 학부형이 된 종범 어르신.

모교는 충장중이다.

정후 친구들도 있고 ... 경기 끝나고 애들 돌아다니니까 부지런히 이름들을 부르면서 반가워한다. 우리 아들 친구야 .. ㅎㅎ 하면서.

충장중 꼬꼬마가 뭔가를 찾으러 다시 덕아웃에를 왔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뭐 두고 갔냐고 물어보는 어르신.

뭘 두고 갔다고 하니.

아빠 목소리로...  두고 간 거 찾아 버려야지. 뭘 잃어버렸을까~ 하면서 바닥을 두리번두리번.

....

밤 9시 넘어서 들어온 전화.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었는데.

 

어디에 계십니까. 집에는 안 가십니까. 결론은 승승장구 출연하니 얼른 집에 가서 TV보라.. ㅎ

 

전화 끊고 꺼억거리면서 웃었다.

 

1박2일 무한도전도 안 보고 사는 나인데. .모처럼 TV보면서 신나게 웃고.


 유쾌 발랄 어르신.

 

 

이종범이라는 야구선수와 같은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행복한 기자다.

...

 맞기 힘든 부위인데.

꼬리뼈에 공을 맞은 두 노장 선수님 마침 덕아웃에 있다.

괜찮냐고 묻기가 무섭게 두 선수님 악을 지른다. 아직도 아프시고.. 앉기도 힘들다면서. 액션의 대가 주장님은 바로 엉거주춤.

돌아가신 할머니까지 눈에 보였다는 어르신은 화가 날만큼 아팠단다. ㅎ

주장님은 나름대로 피했다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맞고 보니 꼬리뼈.

맞은 뒤 정신 좀 차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여....... 라면서 배트를 들고 연습을 위해 나가신 어르신. 오늘 각성모드의 선두주자가 됐다. 

 ....

훈련 끝나고 락커로 향하던 종범 어르신. 너 닮은 선배는 만나서 인사는 했냐. 아야 눈은 뜨고 던져라!면서 사라진다.

무슨 소린가 해서 봤더니 웨이트실을 향해 하는 소리.. 그 안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누군가 있다.

원정팀 선발들 웨이트장에서 미리 몸을 풀기도 하는데.. 아마 한화 선발 김혁민에게 한 얘기인가 보다. 

....

지난해 김상훈의 모자 안쪽에는 캡틴, 주장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걸 본 어르신은 주장 안 시켜줬으면 어쩌려고 그랬냐면서 구박 아닌 구박을 했다. 

....

1600출장을 앞두고 있는 종범 어르신.

목요일 철민이 등판인데.. 옛날 방법 함 동원해볼까 하면서 웃는다. 고생한다고 불러서 술이나 먹여야겠어.. 라면서..

 .... 

어제 시크한 도시 남자 정후군이 경기장에 왔다.

서석 유니폼을 차려입고 나온 정후. 덕아웃에서 7번이 써진 장갑과 방망이를 들고 LG 선수들이 몸 푸는 것을 보고 있다.

엊그제 시합도 뛰었던 정후. 스윙 한 번 보고 싶다고.. 해보라고 했더니. 어.. 부끄러워한다.

눈웃음을 지으면서.. 나중에 크면 보여줄게요.. 란다. 그러면서 앉아서 몇 번 배트를 돌려본다. 뉘 집 자식인지 광채가 덕아웃을 뒤덮는다.

나중에 프로무대에서 만나게 될 이정후라는 선수는 어떤 모습일지. 

 ....

경기전 어르신 주재한 미팅에서 서로 할 수 있다.  내가 못해도 다른 동료들이 해줄 거라는 생각으로 잘해보자고 의기투합했는데...

편하게 자기 스윙 가져갈 수 있었다고.

끝나고는 야수들 회식이 소집됐다.

마침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르신 쓱 지나가신다.

괜찮냐는 질문에.. 나 건들지 마. 제정신 아니니까라면서 휙 사라진다. 꼬리뼈 부상 완치도 전에 머리 부상이다.

 ....

차는 사는 게 아니라 받는 것이다.

종범신의 얘기다.

옛날 얘기가 나왔다.

신인시절 무등경기장에 샤워시설이 없어서 경기 끝나면 근처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좌석버스를 타고 퇴근했단다.

그때는 차가 없어서 버스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고, 선배들 눈치 보느라 후배들 차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차는 언제 샀어요?

차를 왜 사?

차는 받는 것이라며 손을 꼽는다. 93년 한국시리즈 MVP, 94년 MVP, 97년 한국시리즈 MVP, 2002년 올스타 MVP.

그중 본인이 타고 다녔던 차는 포텐샤.

 ....

경기전에 야구장에 커다란 피자가 잔뜩 배달이 되어 왔다. 김상현이 100호 홈런 턱으로 쏜 피자다.

덕아웃에서 선배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종범신 피자 먹었냐고 물어본다.

못 먹었다고 하니까 기다리라더니 ... 안에서 피자 한판을 들고 나오셨다.

한판을 다 들고 나왔느냐면서 놀라니까  ‘나니까 괜찮아~’라면서 피자를 건넨다.

아~하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데.. 잠깐 기다리란다. 콜라 오고 있다고.

고개를 돌렸더니 곱게 점퍼 차려입은 신종길이 두 손으로 페트병을 들고 오고 있다.그 모습이 어찌나 다소곳한지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엌 하고 웃었더니 본인도 엌 하고 웃으면서 돌아간다.

 ....

회춘에 접어든 어르신에게. 기분 좋은 문자를 보냈더니 ....... 감사의 인사가 들어온다.

최고참 어르신답지 않게 아주 발랄하게.

‘고맙다구-’

 ....

외야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이도 있고.. 덕아웃에는 프로야구 최고참 어르신이 앉아계신다.

 

점심 먹은 것 체했다면서.. 얼굴이 안 좋다..

 

오랜만에 만나니 오누이 모드. 일 얘기는 아니하고 앉아서 쑥덕쑥덕. 


유쾌하게 수다 수다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복도에서 툭 튀어나온다. 나지완이다. 

 

어쩐지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라면서 아장아장 운동을 하러 나가는 나지완.

 

그런 나지완을 뒤로하고, 어 하면서 어르신과 나 둘이 마주 보고 고개를 갸우뚱. 여자 목소리? 여자 사람? 내가 여자사람? 니가 여자사람? 이런 분위기.

 

오누이의 대화가 아니라 형제의 대화였군.

 

덕아웃 생활 4년 만에 성 정체성을 상실한 김기자.

주말 비예보가 있다는 말에 .. 뭐야 비가 온다고. 경기 다 끝나니까! 라며 급흥분모드의 어르신.

 

이내 평온해지신다. 그래 봤자. 우리니까~ KIA니까 비 안 오겠지라면서.

 

...

이날 이종범의 타점만큼이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종범의 방망이였다. 전지훈련 중 이종범은 “안타를 쳐 방망이를 부러뜨려라”며 19살이나 어린 야무진 후배 김선빈에게 자신의 방망이를 주었다. 2일 경기에 선발 출전한 신인 김선빈은 하늘 같은 선배 이종범의 방망이를 들고 2타수 2안타 1득점 1타점 1 도루를 기록하며 화려한 프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종범의 바람대로 김선빈은 5회 말 2루타를 터트리며 방망이를 부러뜨렸다. 

 김선빈 (2008년)

 “지난해 모교인 화순고가 무등기에 참가하면서 무등경기장에서 경기를 했었습니다. 그때 언제 이곳에서 이종범 선수와 함께 야구를 해보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처음에는 이종범·서재응 같은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어쩔 줄 몰라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랬어요. 선배들이 잘못한 것 있으면 혼내기도 하고, 많이 아껴주셔서 지금은 편하게 선배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홍재호(2010년)

“꿈인 프로선수가 돼서 영광이고 꼭 우승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프로 선배들과 실력이 많이 차이가 나고 경쟁자들이 뛰어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시합할 때 파이팅이 좋지만 수비가 부족해서 그 부분에 대한 보완을 해야겠다. 야구를 하게 된 계기가 이종범 선배다. 이종범 선배를 보면서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정후가 되고 싶은 이정후

-2010.08.16-

밖에서 만난 정후 ... 더 늠름하고 씩씩했다.

서석초 야구부 주장으로 전국체전 금메달.

비 때문에 결승전을 치르지 못해서 공동우승이다. 하지만 역대 최강 멤버를 보유했다는..

이런 선수들 구성해서 야구하기 쉽지 않다고 감탄하는 양윤희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력으로도 금메달 가능하지 않았을까?

결승 선발이 바로 정후였다. 아빠와 통화하면서 경기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경기를 안 했다고 속상해했던 모양이다.

체전기간 이종범도 대전에 있었다. 청주에서 경기를 했지만 숙소는 대전.

아들의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이지만 경기장에는 발걸음을 못했다.

16강 경기 끝나고 정후와 잠깐 인터뷰를 했다.

동료들 앞에서는 싱글싱글 잘 웃는데.. 카메라 앞에 세우니 또 .. 차도남이 된다.

아빠는 봤어?라는 질문에 정후 눈이 동그래진다.

대전에 와서 아빠 만났냐는 질문인데.. 본인은 아버지가 와서 경기를 봤다는 걸로 이해를 한 것이다.

나중에 상황을 보니.. 정후가 눈이 커진 이유가 있었다.

정후는 이날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타점이나 득점 같은 것은 기록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에는 그날 경기를 못해서 속이 상했던 것이다. 아버지가 그 모습을 봤을까 봐 걱정을 한 정후.

감독님 말로는 이날 엄마가 지켜보고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긴장을 많이 하더란다.

엄마에게 아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단다. ㅎ 물론.. 엄마는 아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다 아빠에게 전했다. ^^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본인 나름대로 이종범의 아들로 사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아빠를 누구보다 사랑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집중되는 게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부담스러워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 앞에서는 초등학생같이 잘 웃으면서도 기자들 앞에서는 얼굴이 굳는다.


 야구인 2세들 어렵게 힘들게 야구를 한다. 당장 정후가 조금 성적이 안 좋다 싶으면 감독님도 전화를 받는단다.


이종범 아들 야구 못한다면서?이런 내용의 전화.


 그냥 야구인도 아니고 천하의 이종범이니... 큰 복과 그만큼의 짐을 안고 야구를 해야 한다.

올 시즌에는 투수로도 맹활약하고 있는 정후.

아버지의 야구 센스를 그대로 물려받아서 유격수로도 훌륭하고 타격도 좋고.

그래서 투수 역할까지 맡기는 것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는 하지만 투수를 하면서 송구 동작도 많이 좋아졌단다.

 올 시즌 서석초 최다승 투수님이시다.

훈련할 때 보면 무척 독하단다. 예를 들어 러닝을 하면서 기록을 재면 자신의 기록을 단축하려고 뛰고 또 뛴단다.

감독님이 걱정을 할 정도로 독하게 운동을 한단다.

하지만 성실하지 않기도(?) 하다. 감독님이 어떤 얘기를 하면 .. 쟤 내 얘기 듣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단다.

그냥 건성건성 듣는 것 같아서 혼도 많이 내기도 했는데.. 슬쩍 지나가는 얘기라도... 그걸 그새 적용하거나 지적받은 부분을 고친다고 한다.

손시헌을 좋아한다는 정후. 아버지는 쿨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으실 거라는 정후.

이정후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정후.

좋은 야구 선수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한발 물러나서 이정후를 지켜봐 줘야 할 것 같다. 어차피 정후는 나를 아이스크림 사주는 누나로만 알고 있다. ㅎ

  

거역할 수 없는 이름 이종범

-2009.05.20-

외야에서 러닝하느라 바쁜 이종범. 덕아웃에 오더니 바로 배트를 든다. 그리고 다시 글러브.

어린 선수들 괴롭히면서 덕아웃에 늘어져 있은지 한 참 뒤에야 면담(?)이 시작됐다.

그냥 사담을 나눌 때는 살갑게 오라버니~ 와 여울이~ 이지만.

인터뷰를 시작하니 역시 백전노장 프로 선수답게 ‘선수’로 돌아가 높임말로 답변을 해준다.

나도 바로 이 선수님이다. ㅎ

문제의 슬라이딩 전에 이종범은 박재홍을 한 번 흘끔 쳐다봤다.

그게 궁금했었다.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사에 쓴 것처럼 ‘이러다 아웃이겠구나’였다.  그리고 ‘슬라이딩하면 살 수 있겠구나’였다.

뭐 그 장면은 KIA 팬들이라면 외우고도 남았을 테고.

당시 문학구장 기자실 분위기도 “뭐야?” 이거였다.

그리고 일제히 TV로 향하던 시선.

억울하게도 이종범이니까 아웃인 것이었다.

오심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면서 슬라이딩하다 다친 왼쪽 허벅지를 툭툭 두드린다. 팔에도 상처가 남았다. 몸 날리고, 아웃됐고.

그렇게 아파서 걱정이시라더니 오늘 또 2타점 적시타.. 역시 신인가? 

(정후 온 날은 왜? 갑자기 딴 소리... 썩소가 매력적인 유격수 정후군은 다리가 길다. 잘생긴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저번에 정후 경기장에 온 날.. 용큐가 성큼성큼 아니 다리가 아프니 뒤뚱뒤뚱 정후에게 다가가 “야구가 안되면 나중에 아빠한테 모델한다고 그래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한 마디 더했다. “키 커야 하니까 많이 먹고….” 용큐 지못미.)

올 시즌 시작 전부터 ‘은퇴 논란’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이 신.

그런데 좀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시끄러울 문제가 아니었는데 흠.. 어쩌다 괜히 일이 커졌다. 아무튼 좀 그랬다.

하지만 팬들의 환호는 여전하다.

기록지 적느라 아니면 딴짓하느라 경기장 안 보고 있을 때. 갑자기 경기장이 소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고개를 들면 100% 이종범이 대타로 나오는 순간이다.

평범한 플라이 수비 하나만 해도 ‘이종범. 이종범’이다.

그 얘기를 했더니 본인도 멋쩍은 지 웃는다.

그러면서도 “팬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을 잇는다.

기사에는 자세히 쓰지 못했지만, 팬들 덕분에 유니폼을 벗지 않을 수 있었다는 표현을 하면서 이렇게 그라운드에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내년에도?라고 묻자.

아직은 모르지만 때가 되면, 내가 아니라고 느끼면 그땐 과감하게 옷을 벗겠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무등경기장에 방치되다시피 살았고, 야구와의 특별한 인연 속에 살았던 나. 내게도 특별한 선수일 수밖에 없다.

너무 어린 선수들은 이종범이 어떤 존재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신인 안치홍이 7살일 때 이 신은 일본으로 떠났다.) 후배 선수들에게도 이종범은 특별한 선수다.

뛰어난 내야수들이 나올 때면 으레 이종범이라는 이름도 같이 나온다. 이종범의 뒤를 잇는.. 이종범급의..등등이라는 표현으로.

하지만 오랜 시간 야구를 한 코칭스태프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제2의 이종범은 없다고.

언젠가는 제2의 이종범이 탄생하겠지만. (혹시 정후가??)

우리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경기장에서 이종범을 연호했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워할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 찾아올 그 날. 이 신이 베이스에 마지막 작별 키스를 하는 그 날. 왠지 눈물이 살짝 나올지도 모르겠다.

................

 

어쩔 수 없는 그날이 찾아왔다.  늘 이별을 준비했지만 이별은 역시 .. 그냥 슬픈거다.

선수 이종범의 기록과 추억은 여기에서 끝났다.

지도자 이종범의 기록과 추억을  언젠가 담을 수 있기를 바라며

 

바람 불어 좋은 날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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