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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야구가 뭐라고.

by 2021S 2019. 8. 24.

정말 오랜만에 야구 이야기를 쓴다. 

글쟁이가 게을러지면 안 되는데. 부지런하면서도 게을렀던 것 같다. 

정리 정돈을 잘 못 한다. 많은 것들을 취재하고 담았는데. 어디에 뒀을까. 

오늘 영상 정리하면서 아찔했다. 내 머릿속에는 기억이 나는데. 그 순간의 모습과 소리 분위기. 그런데 막상 자료들이 없다. 

어디엔가 저장해뒀는데 기억을 못 하거나, 나의 덤벙거림으로 저장을 잘못했거나. 

그래서 차근차근 다시 기억을 쌓기로 했다. 나의 그라운드 시간도 점점 줄어드는 기분이기도 하고. 

일단 2019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기분이다. 

경기도 많이 남지 않았고. 가을잔치 가능성도.. 뭐. 

 

오늘 경기도 그랬다. 가족들하고 외식을 하면서 틈틈이 경기를 살펴봤다. 

안치홍의 홈런 이후 잠잠하니. 중계를 켜면 SK의 공격이었다. 

온 가족이 야구팬, 특히 KIA팬이라. 동생이 SK만 공격하는 거냐면서 웃었다. 

 

집에 와서 보니 9회초 무사 1루. 3점 차. 

냉정하게 3-4패 패배를 예상했다. 경기가 끝난 후 가족들은 반응은 "정말이네"

야구는 누가 잘하느냐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누가 실수, 실패를 덜 하느냐의 싸움이기도 하다. 

매 경기 매 이닝에 수많은 실수와 실패가 나온다. 공 하나, 아웃카운트 하나에도. 

그리고 같은 실수, 실패를 최대한 반복하지 않는 팀이 강팀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KIA의 모습은 약팀이다. 시즌 내내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지만. 

 

예상되는 과정으로 경기가 실패로 끝나고 있다. 

양현종이 8이닝 무실점을 한 날에도 흐름을 보면서 패배를 생각했다. 

오늘 경기도 추격은 하지만 뒤집지 못할 것으로 봤다. 

패배의 패턴이 생겨버린 모습이다. 예상이 가능한 패배라는 점에서 벤치는 많은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야구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패가 반복될 경우는 변화를 줘야 한다. 한 마디로 구슬을 제대로 못 꿰고 있다. 

야구는 상대와의 싸움인데. 자기와 싸움을 하는 KIA다. 

올해는 너무 일찍 허무하게 나의 시즌이 끝날 것 같아서 섭섭하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말이다. 

너무한 시즌에도 관중석은 여전히 뜨겁다. 난 늘 말하지만.. 존경스럽다. 

마지막까지 관중석을 보면서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 

 

그래서 박찬호의 특별함이 좋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순간도 있고, 얼굴이 벌게져서 어쩔 줄 몰라하는 순간도 있다. 

사람들 안 보이는 뒤에서 한번 글러브를 던지기도 했다. 

이걸 좋다 나쁘다 딱 잘라서 말은 못 하겠다. 

 

일단 박찬호 스스로는 좋지 않게는 생각한다. 감정을 노출한다는 부분을. 

그런데 그 순간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승부욕이 발동된다. 

글러브도 던졌냐면서 웃었더니. 부끄러워하면서 그래서 뒤에서 안 보이게 던졌다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라운드에서는 선후배가 없고,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라서. 어린 선수라도 정도가 지나치지 않으면... 

 

그라운드에서는 포커페이스가 필요하지만. 이글거리고 그렁그렁한 눈빛. 나는 괜찮다고 본다. 

물론 필요 이상의 오버페이스나 상대를 자극할 만한 액션은 조심해야 한다. 

 

박찬호에게 마음에 드는 부분은 뻔뻔함이다. 

야구를 잘하면 잘한다, 자신 있는 것은 자신 있다. 치열한 경쟁의 무대, 매일이 전쟁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뻔뻔함도 필요하다. 

자만심이 아닌 자존심? 자부심?

그리고 그런 성향의 사람들은 그 자존심과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하게 된다. 고민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그렇기 때문에 KIA에는 없던 캐릭터 박찬호가 좋다. 

물론 사람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라. 또 이곳에서는 빛이 너무 강한 곳이라서. 

자부심의 본질이 변질되기 쉬운 곳이기는 하다. 

그래서 나와 홍보팀 직원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초심' 챙겼냐고 묻는다. 

초심을 생각하세요 초심 초심. 

"제가 거만해 보여요?" "네"

순간 박찬호가 멈칫했지만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서 ㅎ

그리고 그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선수라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자만과 자부심 사이에서 오가면서 성장을 하고 또 흔들리고 또 성장하고 이러면서 큰 선수가 만들어져 간다. 

그나마 우울한 KIA의 2019시즌 팬들을 강제로 야구장으로 TV 앞으로 끌고 오는 선수. 

 

 

https://youtu.be/crRC-gWtv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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