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광주 기자실 눈길이 잠시 딴 곳으로 향했다. 찰리의 일구일구에 감탄사가 쏟아지던 순간이 있었다.
노히트노런의 현장이라...
대기록은 아니어도 특별한 순간, 기록이 있다.
‘시작점’
어떤 기록도 시작이 있기에 끝이 있는 것이다.
팀이 오늘 우중충하게 지면서 표정관리가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준태의 기록이 시작됐다.
프로 두 번째 타석에서 때린 안타.
특타조에서 방망이 치고, 수비 훈련하고, 기다렸다가 공 줍고. 얼굴에 땀방울이 송송 맺혀서 덕아웃과 그라운드를 오가던 박준태.
프로 처음 타석에 선 소감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지난 주말 두산전에서 한 타석 들어갔던 박준태. 긴장은 하지 않았는데 공 스피드에 놀랐단다.
생각했던 타이밍보다 훨씬 빠르게 공이 사라져서 당황한 박준태.
“바로 손가락 세 개 정도 방망이를 짧게 잡았다”고 웃었다.
1군 무대이기도 했고, 야간 경기 첫 타석이라서 더 체감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다. 주간에 뛰다가 야간 경기 하면 공이 더 빠르게 보인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김다원.
누구보다 오래 낮 경기를 뛰었던 선수라 잘 안다.
“낮에 뛰다가 야간 경기하러 오면 어렵죠.”
김다원 특유의 걸쭉한 억양과 목소리로.
박준태, 그동안 많이 홀쭉해졌다. 4㎏정도 빠졌다. 얼굴도 많이 탔고.
그런데 사진은.. 볼 빵빵하니 뽀얗게 나왔다. 웃으면 동글동글해지는 박준태다.
이건 야무지고 욕심 있고 어깨 좋기로 소문났었던... 스프링캠프에서의 사진.
또 다른 기록. 안치홍의 홈런 그래프. 10호 홈런. 2009년 신인 시절 이후 첫 두 자릿수 홈런.
잠실에서 나왔던 홈런. 플라이가 될 줄 알았는데 담장을 슬쩍 넘어갔다. 본인은 제대로 맞았단다.
뭐랄까.. 요즘 안치홍의 홈런을 보면 중간에 불필요한 단계 거치지 않고 바로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비웠다고 하더니. 2009년 겁없이, 복잡한 생각 없이 휘두르던 것처럼.
보이는 대로 스윙이 나가고 홈런이 나오는 것 같다.
내일의 선발. 첫 에이스 해를 보내고 있는 양현종.
괜찮지 않다는 허벅지. 선수들 공 맞은 것 보면 아찔하다. 그냥 멍이라고 표현하면 미안한, 커다란 피멍이 든다.
그리고 점점 퍼지고 내려온다.
허벅지가 불편 하다 보니 러닝을 많이 못했고, 그러다 보니 공을 던질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단다.
그래도 자기가 마운드를 지켜야 한다며 웨이트장에서 열심히 자전거를 타던 양현종.
땀범벅. 얼마나 땀이 나고, 열이 나는지 고글에 김이 서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웨이트장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글을 벗지 않고 있던 양현종.
라식은 했지만 고글은 벗지 못하는. 뽀로로와 같은 운명의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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