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기자에게 필요한 것이자 당연한 기본은 팩트와 현장.
이 두 개가 빠지면 그냥 글쓰는 자 혹은 타자치는 자.
다양한 경로로 사실을 확인하고 각각의 입장을 듣고. 최대한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배웠고 당연한 것이니까.
그럼에도 실수도 하고 안일함에 빠지기도 한다. 어떤 실수를 했을 때는 최대한 솔직하게 인정하고 얘기를 하는 게 최고의 수습 방안인 것 같다.
그래서 고백합니다. 반성합니다.
엊그제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예비엔트리 소식을 접한 심동섭의 반응.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다 제껴블고 싶잖아요ㅋㅋㅋ” 음성자동지원이다. “결론은 못제낌(털석)”이지만 화이팅하겠다는 기분 좋은 에너지의 선수. ^^-
다음날 만난 심동섭. 뭐라뭐라 분주하게 설명을 한다. 한 줄 요약은 문자를 받았을 때 예비 엔트리에 내 이름이 있는 줄 몰랐다.
상황은 이랬다.
예상치도 못했던 심동섭의 이름. 오후에 심동섭에게 “아시안 게임 가버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어떻게 가냐고 웃던 심동섭에게 다 제껴버리라고 농담을 했다.
그래서 나온 심동섭의 답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다 제껴블고 싶잖아요ㅋㅋㅋ”
나는 당사자인 심동섭이 당연히 자신이 엔트리에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문자를 보냈던 것이고.
심동섭은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답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대화가 진행된 것이다.
화이팅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던 심동섭. 나중에야 친구들에게 연락이 와서 자신이 예비 엔트리에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본의 아니게 상황이.. 어찌 됐든 정확한 사실 전달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반성합니다. ㅠ.ㅠ
마운드에서는 가운데만 보고 던지는 돌직구 같은 선수지만.
밖에서는 표정 많고 유쾌한, 변화구 같은 선수다. ^^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된 오보가 있다.
예전에 필의 자전거라고 올렸던 사진. 죄송합니다. 필이 아니라 하세베 코치의 자전거입니다. 또 반성합니다.
이 부분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ㅎ
필이 자전거를 구입했다는 얘기를 한 다음날 선수단 통로에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필에게 “밖에 있는 빨간 자전거가 너의 것이 맞느냐?”라고 물었다.
필은 자전거 소리만 들었는지, 자신의 자전거가 맞다면서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오는지 설명을 했다.
내가 말한 자전거와 필이 생각한 자전거가 일치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r발음이 문제였을까. ㅠ.ㅠ
오늘 필의 ‘자전거’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붕대를 풀고 덕아웃에 등장한 필. 다음주 정도면 방망이를 쥘 수 있지 않을까라며 싱글벙글. 끝에 메이비를 몇 번 말하기는 했지만.
지난주 함평 챌린저스 필드에서 훈련을 했던 터, 오전에 함평에 다녀왔냐고 질문을 했다.
2군 선수단이 원정을 가서 함평에는 가질 않았다는 필. 함평이 멀다는 얘기도 했다.
그래서 함평에는 어떻게 가느냐고 물었더니.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노 바이크”라고 외쳤다.
표정과 억양까지. 한참을 웃었다. 필도 좋다고 웃는다.
손이 아파서 자전거 핸들도 못 쥐는 필은 트레이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간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 “아침 7시부터 축구를 봤냐?”고 묻는다.
아침부터 그걸 봤냐고 놀란 표정을 짓던 필은 새벽 4시에도 축구를 하지 않느냐. 여기서(챔필)에서 축구 응원한다고 하던데..라는 말까지 했다.
너무 세세하게 이곳 상황에 대해 말을 하던 필, 순간 그의 말이 한국말처럼 들렸다. 그가 마치 한국인인 것처럼.
필도 오늘 축구 잠깐 봤단다. 에브리바디가 축구를 보고 있어서.
어제 내가 박준표와 강한울의 몸무게를 공개했다.
올해 웨이트로 많이 하고 몸을 불린 박준표. 7㎏ 정도가 늘었다.
69㎏까지 나갔던 강한울은 공식 프로필상 66㎏를 찍으며 올 시즌 프로야구 최경량 선수. 신인들 여름나기 힘든데.. 여름 접어들면서 몸무게가 3㎏더 줄었다.
한명은 빼야 한다고 고민, 다른 하나는 말랐다고 고민. 그래서 둘을 묶어서 간단히 읽을거리로 썼다.
오늘 박준표가.. 슬쩍 눈치를 보더니 90㎏ 육박이 아닌데... 라면서 말을 흐린다. 어제는 89㎏라더니 오늘은 88㎏란다. 그게 그것 아니냐고 웃었는데 무척 수줍어했다. 미안합니다.
강한울은 사실 키를 속였다. 둘 다 프로필 상으로는 181㎝.
강한울이 먼저 당당하게 진짜 키는 180㎝라고 당당하게 고백을 했다.
강한울식 계산으로는 속이는 것이 아니라서 괜찮단다.
설명을 하자면, 179㎝가 180㎝라고 하는 것은 속이는 것이고 180㎝이 181㎝ 하는 것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이론이었다. 묘한 설득력을 가진 강한울식 계산.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많은 선수들의 프로필에는 덤이 들어간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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