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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SNS

똥은 피하는 것인가? 치우는 것인가?

by 2021S 2020. 4. 24.

고민이 생겼다. 아니 생긴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해결이 안 된 것에 대한 선택의 문제.

그리고 고민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가벼울 정도로, 많은 것이 걸린 선택. 

사람이라는 게 신기하다. 아니 독하다. 죽을 것 같던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 잊어야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순간 남의 일처럼 보이는 시점이 온다. 마음의 '탄력성'도 좋아져서. 어떤 충격으로 쑥 들어가던 마음이 어느 순간에는 금방 다시 채워진다. 

인생은 즐거움을 찾는 여정이기보다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을 찾는 도전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아무튼 놀라운 일들의 연속 속에 해탈의 지경에 이르렀고. 힘들 때 웃는 일류가 됐다. 

하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못 내렸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똥은 피해야 하는 건가? 똥은 치워야 하는 건가? 이런 문제다. 

똥을 피할 경우. 일단은 편하다. 피했으니까. 그리고 똥이 있는 길을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면 다시는 고민할 게 없다. 

하지만 인생은 모른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 많은 길이 있고, 사람이 있고, 순간이 있지만. 다시 그 똥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  

다시 같은 고민을 할 거라면 지금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똥을 치우는 게 낫다.  물론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사실 정답은 없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는 할 것이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어느 선택을 해도 장단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후회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이성적이면서도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내가 만약 다른 이에게 조언자가 된다면, 아끼는 사람을 위해 "피하라"고 할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의 지난 삶과는 다른 길이라고 해도. 아끼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아팠으면, 더 좋은 길로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 좋은 이들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나를 아끼니까. "피하라"고. 

그 마음을 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가면 잊어버릴 일, 알아서 소멸할 똥일지도 모른다. 또 세상에는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가치 있는 일들이 더 많으니까. 

사는 대로 사는 것이라서. 굳이 내가 나쁜 에너지에 내 삶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도 할 것이니까. 

진짜 사랑은 이런 마음이다. 그 사람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작은 아픔을 줘도 미안하고 아프고. 그렇다고 무조건 사랑이 진짜 사랑은 아니다.  오히려 맹목적이고 무조건 적인 사랑은 진짜 사랑을 망치는 가장 나쁜 사랑이 되기도 한다. 

우리 조카들을 보면서 진짜 사랑을 많이 느낀다. 나에게 어떤 이득과 손해가 돌아올지 생각할 필요 없이 다 주고 싶고, 잘못된 행동에는 엄하게 대하게 되고. 미안함도 많아진다. 내가 너무 바빠서, 기분이 좋지 않아서 똥강아지에게 목소리를 높였던 순간이 아직도 미안하기도 하다. 최대한 웃으면서 사랑받으면서 존경받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  내가 더 힘들어도 되니까 우리 조카들의 삶은 덜 아프고, 덜 힘들면 좋겠다.  

이런 걸 알게 되면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 없음을'이라는 노래를 종종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지금 누군가를 사랑해서 아프다면 그건 사랑 아니라고. 그 사랑에서 도망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내 사람들.  다시 또 고민에 빠진 밤. 그래도 든든하다. 나를 아껴주고 믿어주고 또 내가 나답지 못할 때, 잘못된 길을 갈 때 붙잡아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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