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다.

계획은 그게 아니었다.

감기 기운이 있었던 터라 간단하게.. 인터뷰하고 일찍 사무실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경기장에 돌아오니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오늘부터 팀에 합류한 이용규도 무장을 한 채 걸어오고.. 김원섭, 안치홍.. 꼬꼬마 한승혁·정상교.. 한기주도 보이고.

여기가 아프고 저기가 아프고.. 그래서 여기에서 훈련하고 또 저기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한데 모여있다.

어딜 가는고 했더니 산행 나간단다.

사람들 반응이 1시간이면 그냥 갔다올 수 있는 산책로란다. 순간 욕심이 나서 복장 컨디션 생각 아니하고 나도 가겠노라고 외쳤다. 자리들이 부족하네 마네 하고 있던 선수들... 신종길이 빛의 속도로 차에 올라탄다. 그대로 정말.. 나도 산으로 향했다.(어깨가 안 좋은 신종길은 5일 밤.. 허리 부상병 조태수, 홍재호와 귀국했다)

광주체고 건너편 박물관 뒷산이 출발점.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는데 김원섭은 발가락 손가락 고개 까딱까딱하면서 소심한 스트레칭이다. 자기는 이미 몸 다풀었다면서 심드렁하게.

스트레칭이 마무리되자 신종길이 또 빛의 속도로 튀어나간다. 

바닥에 붙은 신발을 신고.. 카메라를 메고 겁없이 따라나선 나. 보나 마나 상황은 쀍.

산책로라더니...... 민폐를 끼치면 안되니까 빠득빠득 올라가는데 눈앞이 아찔아찔. 그래도 내 뒤에 이용규가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올라가다.. 전망대 지점에서 포기 선언을 했다.

선수들은 내리막길을 걸어 고려고 있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왕복 산행을 했다. 전망대 벤치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벌써 올리 없는 KIA 선수들이 멀리서 보인다. 보니 박상혁과 정성철. 광주에 잔류하고 있는 투수조가 재활군보다 30분 앞서 출발을 했다.

올라갔던 길 다시 내려와서 기다리는데 장세홍 트레이너가 가장 먼저 뛰어 내려온다. 선수들 러닝하고 산행할 때 늘 같이 뛰다보니 체력.. 선수들 못지않다. 아니 선수들 보다 더 좋다.

슬슬 선수들 오겠거니 하고 사진 촬영을 위해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데 ... 선수들은 아니 보인다. 한참 뒤 이용규가 가장 먼저 등장했다. 제일 뒤에서 트레이너에게 끌려가다시피 갔던 이용규... 중도에 돌아섰다고 실토를 한다.

그 뒤로 이성우·한기주 배터리조 등장.

다음으로는 외야수조. 신종길, 김원섭, 채종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사에 쓰기위해 사진을 찍겠노라고 하자 세 선수 걸음을 멈추고 정렬을 한다. 

무슨 기념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 그냥 걸어 내려오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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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렇게 서서 V를 만든다. 평균 연령 30대, 중고참 외야수조의 산행 기념사진.

잠시 후에는 두 사람이 정신없이 달려온다. 한승혁·정상교.. 막둥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내려오고 있다. 얼굴들을 보니.. 가장 열심히 정석으로 모든 코스 다 밟고 온 것 같다.. ^^

곧이어 누가 또 달린다. 카메라를 보더니 두 손을 번쩍 들고 하산하는 이는 안영명. 경추 쪽에 이상이 있어 오른팔이 불편한 상태. 

이제 누가 남았나... 생각해보고 있는데 .. 한참을 지나도 인기척이 없다.


기다리고 기다리다보니 저기 멀리서 보이는 두 사람. 김희걸과 안치홍이다. 

사진 속 안치홍.. 스트레칭하고 있는 것 아니다. 진지하게 취재 사진 찍고 있다고 해도 저렇게 뒤에서 하트를 만들면서 장난이다.  귀..엽..지 않냐..면서... 조금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 신문에 그냥 실어버렸다! ㅎ

중간에 길을 잃어서 등산객들에게 물어물어 다녀왔다는 안치홍은 결국 꼴찌.

출발점에 내려와보니 선수들 싣고 온 차들이 빠지고 없다. 남은 한 대 눈앞에서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그대로 가버린다.

하필 또 내 앞에서 차를 놓친 안치홍....  라면정식으로 나중에 차비 정산하기로 했다.



아무튼 오늘의 교훈은.. 산은 산이다!



보탬말.

실시간으로 컨디션 급 저하되고 있는 관계로 사진은 일부만 업데이트. 내일 나머지 업데이트 예정.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