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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이범호와 박찬호 그리고 김도영

by 2021S 2022. 1. 24.

2020년 11월 사진이다. 2020년이라고 쓰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고?

프랜차이즈보다 더 프랜차이즈 같은. 사실상 프랜차이즈. 

이범호가 KIA에 온다고?? 깜짝 놀랐던 영입 소식 중 하나였고. 그의 시간이 쌓일수록 은퇴식은 당연한 것이 됐다.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어려운 은퇴식을 두 번째 팀에서 하고 떠난 이범호 선수. 

퓨처스 총괄코치에서 1군 타격 코치로 자리를 바꿨다. 

"재미있을 것 같다"가 그의 이야기였다. 

넓게, 멀리보던 총괄코치 시절과 달리 '결과'가 중요한 '오늘'이 우선이 되는 1군 무대다. 여기에 구단의 투자와 노력을 보면 성적을 안 낼 수가 없는 분위기가 됐다. 어떻게든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시즌. 

"우리가 여기 있을 팀이 아니다. 예상보다 더 높게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는 수비, 주루에 조금 더 시선이 쏠려 있는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결과를 내는 것은 타격이 될 것이다. 

팀 안팎으로 마운드에 대한 평가는 좋다. 기대감도 크고. 여기에 타격이 역할을 해준다면 목표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타격도 플러스 요인이 많다. 나성범이 들어왔고. 지난 시즌 '경험'이라는 자산이 남았다. 과연 경험을 쌓았던 선수들이 그 경험을 결과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국가대표 3루수, 홈런타자였던 이범호 코치는 1군 타격 코치에 대한 역할을 말하면서 '기술'을 말하지 않았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멘탈이라고 했다.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타격폼을 바꾼다고 해서 짧은 시간에 극적으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선수들 결과가 안 좋으면 자꾸 기술적으로 뭔가를 바꾸려고 한다. 변화는 필요하지만 기술에만 비중을 두면 돌고 돌고 제자리인 경우가 많다. 기술은 긴 시간, 긴 호흡으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고. 

당장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멘탈'이라는 게 이범호 코치의 이야기다. 

혼자서 하는, 점수를 매기는 종목이 아니라 상대와 싸우는 스포츠니까. 얼마나 기술적으로 더 완벽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더 대담하게 현명하게 승부하느냐가 중요하다. 

내 장점으로 상대의 단점을 파고 들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단점에 집중하다가 상대의 장점에 당하지만. 

올 시즌 이래저래 주목을 많이 받는, 이 코치도 주목하고 있는 선수들은 박찬호와 김도영이다. 

박찬호는 해줘야 하는 선수. 앞서 체력 소모 많은 포지션에서 너무 하다 싶게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했다. 수비 이닝에 타격까지 더해진다면 최고의 선수지만. 박찬호도 주전으로 뛴 시간이 많지는 않다. 

성장할 듯 말 듯. 될 듯 말 듯. 

이범호 코치의 은퇴식날, 박찬호가 눈물을 보인 날이기도 했다. 

박찬호는 이날 이범호 코치의 25번 유니폼을 입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대표하는 번호를 물려준다는 것. 쉽게 결정할 것은 아니었다. 의미도 상당했고. 

그 의미를 알고 있기에 무게를 알고 있기에 박찬호는 은퇴식날 떠나는 선배 앞에서 눈물을 보였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잘한 부분도 있지만 아쉬움이 더 많았던 2년이었다. 

올해는 1번을 달고 뛰게 된다. 고민은 많았다. 그냥 번호가 아니라, 레전드 선배가 물려준 번호였기에.

다행히 이범호 코치도 박찬호에게 무거운 번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다. 

박찬호가 이범호 코치에게 전화를 해서 먼저 이야기를 했고, 번호 이동이 결정됐다. 

야구선수들에게 번호라는 것은 각별하다.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각 팀마다 번호에 대한 징크스가 있기도 하고. 그냥 숫자가 아니다. 선수들의 이미지와 잘 맞는 번호도 있기 마련. 

마른 박찬호에게는 무겁게 보였던 번호다. 팀에서의 25번이라는 무게감도 있고, 숫자 크기 자체도 박찬호의 체격과 비교해도 그렇다. ㅎ

대신 풍성한 이우성이 그 번호를 단다. 

이범호 코치가 평가하는 박찬호는 공 맞히는 능력은 있는 선수다. 수비 부담도 무시할 수는 없고, 타격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폼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타이밍, 볼카운트 싸움 이런 부분을 강조하려고 한다. 

김도영에 대해서는 '타고난 선수'라고 평가했다. 

몸 쪽이면 몸 쪽 바깥쪽이면 바깥쪽 대로 칠줄 알고. 가운데는 세게 칠 줄 안다는 게 이범호 코치의 이야기. 물론 프로의 차원이 다른 스피드와 변화구를 경험하면 조금 결과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놀라운 발이 있기 때문에 빗맞아도 안타를 만들 수 있는 재능이 있다. 그래서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걱정을 안 한다. 

걱정은 역시 수비다. 김도영의 수비 능력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신인 선수들이 겪는 수비에 대한 걱정이다. 

'아기 독수리' 시절 이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알 것이다. 여기 저기로 공을 던지던 이범호. 

자신도 경험했던 일. 최정, 오지환 이런 선수들의 이름도 이야기하면서 타격 보다는 수비에서 처음에 위축되면 성장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그랬다. 

아무리 타격이 좋은 선수라도 신인이라면 수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수비에서 실수를 하면 위축되고 이게 타석으로도 연결된다. 타석의 결과가 다시 수비로 이어지는 악순환. 

그리고 타격 보다는 수비에서의 실수가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인들에게는 수비가 더 부담일 수 있다. 

프로에서의 긴장감, 관중들 앞에서의 경기. 이 모든 부분에서 위축되지 않고 10경기, 20경기 그리고 100경기를 더하면서 선수는 성장하게 된다. 

올 시즌 나성범이 만들어 낼 시너지 효과와 함께 박찬호와 김도영 조합도 기대가 많이 된다. 공수주에서 중요한 선수들. 이범호 코치가 어떻게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마음껏 재능을 발휘하게 만들지도 궁금하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 좋은 코치는 어떻게 싸우고 생존하는지 방향을 알려주는 코치다. 좋은 이론과 기술을 말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구는 현실이니까.  이겨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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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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