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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프로니까 (feat 2년 차 이의리)

by 2021S 2022. 9. 12.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시 시작된 직장인의 삶. 

묵혀두었던 이의리의 인터뷰 영상 편집을 했다. 올스타 휴가 뒤 7월 19일 시작된 훈련. 이의리를 만났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이의리는 야구 이야기를 했다.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안 되는 것도 많다고 웃던 이의리. 

해보고 싶은 게 뭐가 있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퍼펙트 게임을 이야기했다. 

아직 KBO리그에는 아직 없는 기록. 투수라면 누구나 꿈꿀 최고의 기록. 

너무 진지하고, 빠르게 퍼펙트 게임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솔직히 당황했다. 

일단.. 완투승,  완봉승 이런 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다. 이의리는 가장 하고 싶은 걸 먼저 이야기했다. 

남다른 이의리다. 투수하기 좋은 성격이기도 하다. 

언젠가 퍼펙트 게임이 달성된다면, 그 주인공이 이의리라면 너무 좋겠지만. 현실적인 질문을 해야 했다. 

이의리는 현실적인 목표로 꾸준하게 6이닝을 던지는 것을 말했다. 털리더라도 6이닝까지 버티기. 

머릿속에는 여러 장면들이 있었다. 

변화구를 70% 이상, 여기저기 던지면서 승부하는 모습. 

생각은 많고, 욕심은 많지만 아직은 힘이 들어간다던 이의리. 

골프 하는 사람들도 알겠지만 힘 빼는 게 제일 어렵다. 야구에서도 힘 빼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선수들이 흔히 하는 말이 

은퇴하려니 힘 빼는 법을 알게 되더라는. 

힘이 들어가는 게 당연하다. 그래야 할 것 같고. 하지만 그게 야구의 전부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힘도 빼고 완급 조절을 하면서 승부해야 한다. 힘 뺄 때는 빼더라도 압도적인 투수이고 싶은 이의리의 바람. 

2년 차 징크스라는 게 있다.  

이건 야구 선수 뿐만 아니라 모든 삶에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멋모르고 할 때가 가장 나답고, 위력적이기도 하다. 어느 조직이든, 신인이나 신입은 그런 존재다. 

패기로, 호기심으로.

기자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뭘 모르는 신입 기자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사명감과 패기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취재하는 게 제일 무섭다. (아쉽게도 최근에는 나를 긴장시키는 막내급 기자들이 없다) 

아무튼. 1년 이라는 시간은 짧으려면 짧지만 한편으로는 긴 시간이기도 하다. 

그라운드의 1년은 더 그렇다. 어느 순간 시즌이 가버린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압축된 긴 시간이기도 하다. 

1년 동안 온통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다. 어느 순간 쑥 실력이 성장해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은 더 커지고, 어느 정도 대충은 이 바닥이 돌아가는 것을 아니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생각이 많아지다보면 실천력은 떨어지고 겁도 나고 오히려 결과가 안 좋게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들은 그만큼 분석을 하고 또 다른 만남을 기다리게 된다. 

2년 차의 이의리는 퐁당퐁당 하면서도 묵직한 책임감 속에서도 이의리답게 자신의 무대를 넓혀가고 있는 것 같다. 스타성은 워낙에 타고난 선수라. 주목 받는 순간, 주인공이 된다. 

욕심 가득한 이야기를 하는 이의리에게 "아직 2년 차 선수인데"라는 말을 했다 

이의리는 2년 차 선수지만 2년 차 타자들을 상대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빨리 배워야 한다고. 

17년 차 기자는 이렇게 또 배웠다. 배움에는 나이와 자리, 경험은 의미가 없다. 

연차의 무게가 점점 무겁다. 어느새 이렇게나 왔는지. 그라운드에서 보낸 시간만 15년. 나는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딱히 답을 못하겠다. 그래서 이의리가 부럽다. 어린 선수지만 존경스럽고. 

부상 없이 남은 시즌, 자신이 구상하는 것들을 잘 맞춰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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