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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기다리다, 윤석민

by 2021S 2010. 9. 1.

기자들 흔히 쓰는 표현으로 ‘물 먹다’가 있다. 낙종했다는 말인데.. 사회부 있을 때 재미 중의 하나가 물먹고 물 먹이기. 물론 스포츠부에도 독종, 낙종의 개념은 있다.

낙종이야 어떤 경우든 속이 상하지만 이상하게도 톱기사보다 단신에서 물 먹을 때가 아프다고들 한다. 나도 그랬고..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작은 고추가 맵다고.


오늘도 박스 하나에 단신 하나 썼는데. 작은 기사지만 이 단신 기사가 KIA 팬들에게는 어떤 기사보다 더 반가울 것 같다.

단신으로 쓴 윤석민과 전태현의 합류.

올 시즌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팬들을 조련하고 있는 윤석민, 그리고 윤석민의 오른팔 전태현. 재활치료에서 재활운동으로의 전환이다.

윤석민은 내일부터 전태현은 목요일부터.

올 시즌 악재가 계속 된터라 걱정을 했는데. 장난스러운 얘기도 하고 .. 윤석민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이겨나가는 게 더 좋은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몸과 말로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윤석민은 후자 쪽이다.

윤석민은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절제해서 감정을 표출하는 편이다. 마운드 위에서 모습도 그렇고. (사진기자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선수라고나 할까. 극적인 플레이 사진을 만들기 어려운 취재원이다.)

말과 행동을 하기에 앞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시즌 4승을 채웠던 날 윤석민의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었다.

전날 위장약까지 먹었던 윤석민은 단상 인터뷰를 마치고 펄쩍펄쩍 날아오르기라고 할 것처럼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기자들을 상대로 장난도 치면서.. 징크스라면서 어떤 목표가 있어도 머릿속으로만 담아두는 윤석민, 이날은 남은 등판에서 잘하면 10승도 넘지 않겠냐면서 목표까지 입밖에 냈었다.
 
소풍을 앞둔 어린애처럼 눈을 반짝반짝 거리며 들떠있던 모습을 보면서.. 윤석민도 이런 모습이 있었네 하면서 살짝 놀랬던 기억이 있다.

윤석민 1차 재활군 생활하고 있을 때 동네에서 차 한잔 마신 적이 있다. 기자를 떠나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나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고 윤석민은 재잘재잘 얘기를 했다.

그날 집에 돌아와 .. 개인 홈피에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다. 눈을 보면.. 그 마음이 읽혀진다’ 라는 글을 남겼었다.

생각 많고 영리한 윤석민은 눈을 통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

손에 깁스를 한 채.. 이런저런 얘기를 쏟던 윤석민. 이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을 정도로 윤석민은 눈으로도 많은 것을 얘기했었다.

오지랖 넓게.. 이 여린 선수를 보면서 노심초사했던 이유다.


원래 투수는 외로운 자리다. 에이스라는 이름도 생각보다 무거운 이름이다.

2010년 윤석민은 많은 것을 잃었지만, WBC 마운드에서 얻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프로답지 못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도 안겨줬고 안타까움으로 팬들을 울리기도 했다. 미움과 애정. 팬들을 웃고 울렸던 윤석민. 이제 모든 싸움의 결과는 윤석민의 몫이다.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팬들의 역할은 끝났다.


윤석민의 오른팔 전태현도 목요일부터 재활훈련에 들어간다.

오늘 경기장에 갔는데 복도에서 누군가 두 손을 번쩍 들고 반가워한다. 전태현이다.


 사진 찍을 때 눈감는 것 아니야..

지난번 군산에서 봤을 때는 보조기 착용한 채 풀이 죽어있었는데.. 오늘 보니 얼굴은 좋다. 수술 흉터 자국도 보여주면서.. ㅎ

오른쪽 팔꿈치에 크게 흉터나 남아있고.. 왼쪽 손목에도 흉터가 있다. 왼쪽 손목 쪽에서 인대를 빼어다가(?)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했다. 인조인간 ㅡㅡ;;

윤석민 2군 내려갔을 때 석민이 형은 괜찮냐면서 걱정을 하던 전태현. 본인이 석민이 형 오른팔이고.. 양현종이 왼팔이라고 하더니.

오늘 왼팔, 오른팔이 나란히 경기장을 활보했다.

내일은 몸통도 경기장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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