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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30년, 타이거즈 30년

트레이드 파문이어 김응용 감독 삼성행 - 프로야구 30년 타이거즈 30년

by 2021S 2011. 8. 20.
<40>  암울했던 2000시즌

2000시즌의 해태 타이거즈는 팔려고 내놓은 집처럼 어수선했고, 문제는 산재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옳을지 모르는 황망함이 처처에 묻어있었다.

해태는 안 되는 집안은 뭘 해도 안 된다는 말처럼 전 시즌부터 시행해 오던 양대 리그제의 조 편성을 재조정했는데, 드림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군인 현대·두산·삼성 등과 한조로 편성되는 불운을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 종합 승률에서 현대·두산·삼성 순으로 귀결되었고, 매직리그 1위인 LG의 승률(0.515)이 드림리그 3위인 삼성의 승률(0.539)보다 처졌으니 최약체의 전력으로 평가되던 해태의 고전은 명약관화했던 것이다.

해태는 소속된 드림리그 팀들 간의 전적에서는 현대(2승17패)·두산(6승13패)·삼성(7승1무11패)에는 철저히 짓밟힌 반면, 소속과 다른 매직리그 팀들 간의 전적에서는 SK(13승6패)·롯데(11승1무7패)·LG(10승1무7패)·한화(8승1무10패)에는 거의 우위를 점했으니, 줄만 잘 섰어도 가을잔치에 초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초상집 분위기인 해태와 타이거즈 팬들의 쓰라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발생했으니 이른바 ‘손혁 트레이드 거부사태’가 그것이었다.

이 사건의 발단은 1년 전 임창용-양준혁 트레이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입단 때부터 ‘삼성맨’이 되기 위해 지명구단(쌍방울)의 입단을 거부하고 방위복무를 자청한 다음 시효가 지난 후 삼성에 입단했던 ‘파란 피’가 흐르는 양준혁이 해태에 그것도 돈까지 묶여 트레이드되자 이적을 거부했고, 김응용 감독이 1년만 뛰면 타구단에 재트레이드해준다는 약속을 지켜 LG와 손혁+5억원의 트레이드를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손혁이 이적을 거부했고, 손혁은 우여곡절 끝에 다음 시즌에서야 ‘마음은 LG에 두고 몸만 해태에’ 합류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2시즌 동안 12게임에 출장, 2승1패의 성적만을 남기고 두산으로 재트레이드되고 말았다.

반면 양준혁은 LG에서 2시즌 이후 또다시 원하는 삼성으로 컴백해 9시즌의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타거포의 상징이 되었다.

해태는 쓸 만한 재목은 일치감치 다 베어 팔아버리고 5년차 장성호만 유일하게 12연타석 출루 신기록을 작성하며 출루율 1위(0.436)로 고군분투했을 뿐이다.

그리고 해태의 영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점을 찍은 이는 김응용 감독이었다. 미국 유학시절 유일하게 불러준 박건배구단주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한 우물을 파며 원년부터 해태의 상징으로 독야청청하던 ‘코끼리’ 김응용 감독 마저 삼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사자의 등을 타고 무등산을 떠나버렸다.

<김재요 조선이공대 교수·한국야구기록연구회장>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31341680044361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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