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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5월29일의 흔적

by 2021S 2014. 5. 30.

요즘은 하루하루가 더 빨리 가는 것 같고. 아쉽고 그런다.


기약없는 내년 시즌이라 그런지 하루하루가 아깝다. 눈에 머리에 꼭꼭 담으려 하고 있다.


여기저기 자꾸 글을 쓰게 되는 것도.. 흔적을 남기려는 마음인 것 같다.

 

 

 

이럴 땐 그냥 보통 사람. 보통 사람보다 더 유쾌발랄 어른이들. 스트레칭 하러 가기 전 카메라 앞에 몰려서 카메라맨 놀이를 하고 있다. ㅎ

 

 

#이대형

가장 먼저 덕아웃에 나와서 준비를 하는 선수. 경기 전이나 훈련 전이나 가장 먼저 덕아웃에 등장한다. 

나오면 덕아웃서 방망이를 몇 번 휘둘러보고 의자에 앉아 볼보이 애들과 얘기도 하고 잠시 휴식. 그런 이대형에게 요즈음 새로운 일과가 생겼다.

안타 칠 타자 고르기.

시작은 “오늘 안타치십니까? 못 칩니까?” .. 이 질문이었다.

홈런 타자에게(전날 홈런을 쳤다) 홈런을 치느냐 마느냐를 물어야 하지 않느냐며 큰소리를 치던 이대형. 셀프 추천을 했다. 직접 확인 버튼까지 눌러주며.
 
다음 날, 약속을 지켰노라며 봄날 햇살 같은 얼굴을 하고 등장한 이대형. 셀프 추천 날은 100%. 같이 언급하는 선수들도 100%다.

다른 선수들도 그렇다. 나지완도 아 몰라몰라 하면서 마무리말은 찍어. 안치홍도 찍어봐. 그러면 100%다.
 
화요일 경기. 이날은 감독님과 얘기를 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안치홍을 얼굴을 보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봤더니 얼굴만 보고도 안치홍의 컨디션이 읽힌다.

그래서. .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던 표정의 이대형의 조언 없이 선택한 안치홍.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
 

다음날, 이대형의 첫 인사가 “어제는 어떻게 됐느냐 묻지도 않더라.”

이만저만하여 안치홍을 선택했노라 했더니 “이제는 도움이 필요 없는 거냐”며 허허.

보아하니 컨디션도 좋아보이고.. 이대형을 찍으면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됐습니다. 오늘은 볼넷으로만 나갈 겁니다”며 다시 또 허허.

물론 이대형을 선택했고, 이대형은 오늘도 흐뭇한 미소와 함께 약속을 지키는 이대형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셀프 추천은 하지 않았다. 많이 피곤하다며. 대신 다른 구장 정보를 물어본 뒤 ‘모창민’ 으로 노래를 불렀다. 첫 타석 초구에 안타를 만든 모창민.
 


말로는 20콤보는 찍어놨을 기세지만. 필에서 두 번 끊겼다. 나성범이 대주자로 교체될 줄 몰랐다. 오늘로 5콤보.


 

 

#김다원


김주찬이 챔피언스필드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수비훈련까지 했던 28일.

홍세완 타격 코치가 한대화 수석코치를 부르더니..  “다원이가 유희관 공 잘 칠 수 있다는데요!”
 
옆에서 김다원은 그냥마냥 웃고만 있다. 경찰청 시절, 라이벌 상무와의 경기에서 자주 만났던 상대다. 유희관·오현택이 원투펀치로 나와서 승부를 많이 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김다원은 배팅 게이지에서 뻥뻥 장타를 날렸다. 좌측 담장으로 공도 3~4개 보냈다.
 
 

오늘.. 훈련 시간에 쳤다하면 2루타라고 했더니 “멀티히트를 해야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약속의 김다원이다. 홈런 하나 더한 멀티히트.
 
소심한 셀프 추천 적중. (백용환은 홈런 예고를 했는데 성공 같은 실패. “스타팅?”이라는 얘기에 주먹을 쥐어보이고 '이예~'를 외치던 백용환. 손가락으로 우측 담장을 가리켰다. 이종환이 옆에서 “차가 필요하대요“라며 한마디 거든다. 비슷하게 그쪽으로 공이 날아가기는 했다. 1타점 2루타)
 
 
김다원, 어제는 친구 김주형의 교육으로 번트도 성공시켰다.
 
번트 상황에서 삼진을 당했던 김다원. 박기남과 김주형이 다음 날 껄껄 웃으며 “타석에 있을 때부터 방망이 까딱까닥하니 번트 못 댈 줄 알았다”고 놀렸다. 
 
그러면서 직접 김주형이 방망이를 들고 포즈를 취한다. “자세가 틀렸어. 이렇게 방망이는 앞으로, 헤드가 뒤에 가있는 순간 번트는 끝난 거야. 자 이렇게 방망이를 들고 톡.”
 
번트 마스터의 번트 강의.

 

#홀튼

선발투수들은 등판 다음 날 러닝으로 훈련을 대신한다.

열심히 경기장을 돌던 홀튼. 타자들의 훈련이 끝날 때쯤에나 덕아웃으로 걸음을 옮겼다.

타자 막내조들의 중요한 임무 공줍기. 공을 줍던 백용환과 홀튼의 눈이 마주쳤다. (KIA 외국인 선수들 강한울·백용환·이종환 같은 막내급 선수들하고 투닥투닥 잘 지낸다.)

백용환이 장난으로 공을 던지는 척을 했더니 홀튼이 팔을 붙이고 허수아비처럼 자리에 선다. 어디 한번 맞춰 봐라는 의미. 공은 빗나갔고 홀튼의 웃음이 터졌다.


어제 눈 앞에 승리를 두고 날려버린 홀튼. 유난히 홈에서 사연이 많다. 실점도 많고.

괜찮냐는 질문에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표정을 짓더니. “No problem!” 그리고 바로 한국말로 “괜찮아요.” 경기를 하다 보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며. 별일 아니라는 홀튼.


어제 홀튼 가족이 경기장을 찾았다. 2남 1녀. 막내가 7개월이라는데.. 가족들을 위해 스카이 박스를 구입했다.


가족들이 와서 좋다던 홀튼.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여느 날과 똑같은, 유쾌한 29일을 보냈다.

 

#박성호


선발 같은 하루를 보낸 박성호.

오랜 만에 보니 머리가 짧아졌다. 군대라도 갈 기세다.

 “머리가 짧네. 군대라고 가려는 거냐?”고 농담을 했더니 뭔가 잘 안 되는지 “군대라도 다시 가고 싶다”고 한숨이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심동섭에게 “너 대신 내가 갈게”란다.

심동섭은 망설임 없다. “콜”을 외쳤고 두 선수는 주먹으로 화이팅을 외치며 다정하게 라커룸으로 향했다.

 

#나지완


라커룸을 바쁘게 오간 나지완.

올해 들어 가장 더웠던 오늘. 캐치볼 하러 나가면서 혀를 내두르더니. 땀을 뻘뻘 흘리고 덕아웃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라커룸으로 이동. 타격 훈련을 위해 헬멧과 장갑 등을 챙겨 나오는가 싶더니.

한숨을 내쉬며 다시 라커룸으로 간다. “방망이를 안 가져왔네”라면서.

방망이 없이 타격 훈련을 하러 나온 나지완. 저번에는 오른쪽 장갑만 두 쪽을 챙겨나와서 자학을 하며 다시 라커룸으로 가기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자. 뷰.

공의 움직임에 넋이 빠지게 된다.

참..저기 오른쪽의 두산 전력분석팀. KIA에도 잠시 있었던 박종섭. 잠깐 잠깐이지만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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