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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누구냐. 너희는.

by 2021S 2014. 6. 12.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오늘 봤던 그들이, 내일에는 없다. 어제 봤던 그들이 오늘은 보이지 않고.


매일 그들과 이별하고 낯선 혹은 새로운 그들을 만나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KIA 타이거즈다.

 

누구냐. 너희는. 

 

 

 

 

#이순철


“살아들 있었네.”


관중석에 앉아서 툭툭 한마디씩 던지고 계시던 분. 이순철 해설위원이었다.


3루 덕아웃을 보고도 다들 멀쩡하네. 1루 덕아웃을 보고도 살아들 있네.

길고도 길었던 9회 핵전쟁. 그 여파로 한화는 오늘 평소보다 늦게 출근했다.


이순철 위원의 등장에 1·3루 덕아웃에서 부지런히 관중석으로 발걸음을 한 두 사람. 한화의 조인성과 KIA의 나지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던 조인성. 모든 시간, 누구에게나 모두까기 버전은 아니라며 잠시 칭찬의 시간을.


스승과 제자 시절에도 수석코치님을 들었나 놓던 넉살 좋은 나지완. 요즘은 더 각별하다.

KBO 기술위원님 앞에서 청순가련, 측은지심, 우격다짐.. 주로 착한 눈빛이기는 하다. 오늘도 재롱도 부리고 애원도 하고.


“너만 살려고 그러냐. 치사한 놈아. 니 동생은!”


요즘 양현종하고 짜고 승선작업 중이라면서 이 위원이 웃었다. 얼마 전 양현종 인터뷰하면서 자꾸 나지완을 언급하더라며. ㅎ

그리고 앞에서 방망이를 치고 있던 안치홍을 가리키셨다. 동생도 끼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조용히 글러브로 입을 가린 나지완 “제가 좀 급해서요.”


안치홍도 웃고. 나도 웃고. 조인성도 웃고. 나지완도 웃고. 이 위원님도 웃고.

 

 

재주부리는 .. 나지완.

 

 

#박기남


넉살은 박기남도 빠지지 않는다.


어제 처절한 싸움을 했지만 오늘 선수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서로 툭툭 장난도 치고 응원도 하고. 지난해와 다른 점이라면 그런 분위기인 것 같다.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축 쳐져 있는 것보다는 평소같이 둥글둥글 하루를 시작하는 게 더 좋아보이기는 하다.


어제 9회 챔피언스필드 가장 깊숙한 곳으로 공을 보냈던 박기남. 잘 맞았는데 비거리가 살짝 부족했다.


사람들 대화 주제 중에 하나가 박기남의 타구였다. 그게 넘어갔어도 고민이었을 것이라는 대화. 연장승부를 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사람들이 박기남에게 플라이 타구에 대해서 얘기를 했더니,

박기남 진지한 표정으로 “제가 마지막에 힘 2% 뺐어요. 넘어갈까봐. 그거 넘어가면 어휴 누가 10회에 공을 던져요. 야수들이 던질까요?”


박기남 재주 중에 하나가 농담을 진지하게 하게 하는 것. 표정도 간절하게 말이다. ㅎ

 

 

#이범호


무슨 기사를 써야하나. 누굴 써야하나. 어제 고민을 안고 출근을 했는데. 이른 시간 누군가가 방망이를 들고 있다. 25번. 이범호다. 베테랑의 특타라. 고민 해결.


밀어보기도 하고 당겨보기도 하고. 이명수·홍세완 코치와 잠시 얘기도 하면서 그렇게 땀을 흘린 이범호. 특타의 이유는 물어보나마나지만 물었다.


“야구를 너무 못해서요.”


6월 기록을 찾아보니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닌데.  좋은 것도 아니었다. 결정적인 순간 아쉽게 돌아서던 이범호,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이범호.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몸이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연습 때와 경기 때와 느낌도 다르고. 중심 이동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툭툭 방망이를 가져다 맞추는 모습도 보이고. 자신의 스윙을 찾기 위해 몸으로 부딪히고 있다고 하더니. 어제 홈런, 오늘도 홈런.


이범호의 홈런을 보면서 “저게 넘어가네”하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손목힘으로 툭.

오늘은 그나마 몸을 쓰는 것 같았는데 본인은 아직도 멀었단다. 자기 몸이 자기 몸 같지 않다는 이범호. 그래도 꽃표정은 돌아왔다.

 

 

 

#임준섭


지나치다 싶게 포근(?)하게 잘 웃는 선수인데. 카메라만 들이대면 여권 사진 촬영모드가 된다. 잘 웃고 얘기하다가 나온 표정이 저 표정. 

특유의 억양으로 수다도 잘 떠는 선수.


지난번 삼성과의 경기에서 컨디션도 바닥이었고 야수들 컨디션도 같이 바닥을 헤매면서 땀을 쏙 뺐었다.

우여곡절 임준혁의 5년 만의 승리가 날아가고, 나지완이 뒤집고 뒤집어서 이긴 경기.


원래 야수 에러 신경 잘 안 쓰는데다 팀이 이겼으니 다행이라던 임준섭.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오히려 수비 신경 쓸 정신도 없었단다. 그러면서 이상하게 수비 에러 나오는 날은 패전이 안돼서 신기하다고 ㅋ를 한참 찍었다.


이기면 됐다면서도 그데 왜 자책이죠??? 그게 불만이다고  또 ㅋㅋ


오늘도 인터뷰를 하면서 ㅋㅋㅋ 모드다. 7회 버티겠다고 올라갔는데 7회를 마무리 하지 못해서 아쉽다며 잠시 멍한 표정이 되기는 했지만.


웨이트 많이 해서 스피드가 늘어난 것 같다고, 겨울에 열심히 웨이트를 했다며 또 ㅋㅋㅋ

 

 

 

 

#신종길


표정이 별로 없는 선수다. 기쁜 얘기 슬픈 얘기 화나는 얘기를 할 때도 똑같은 얼굴 똑같은 톤. 오늘 경기 끝나고 즐겁게 포즈를 취해주라고 했더니 나온 표정.


프로야구 최연소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 어제 오늘 사이클링에 하나가 부족했다. 어제는 2루타, 오늘은 홈런.


오늘은 3루타 치느라 살짝 무리를 했다. 그래서 과감히 홈런을 포기했다. ㅎ


언젠가 기회는 또 올 것이라고 그랬다. 운도 따라야 하는 기록, 운이 좋았다는 신종길이다.

 

 

내일은.. 어떤 선수들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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