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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찬바람이 불면

by 2021S 2019. 9. 30.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이라고 했던가. 

늘 작별을 생각하면서 시즌을 시작하지만, 슬픈 날은 정말 불현듯 찾아온다. 

예전에 시즌 끝난 다음 날을 '헤어진 다음 날'로 표현한 적이 있다.

자다깨서 아 이별했구나를 깨닫는 기분이라고 할까. 불현듯 이별을 인지하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 

 

캠프 시작하면 시즌 시작이고, 시즌 시작하면 끝이다.그라운드의 시계는 빨리 돌아간다. 

올 시즌 유난했다. 하늘도 남의 편이었다. 

조금 쉬어가도 될 것 같은 타이밍에도 하늘은 KIA를 외면했다. 

몇 차례 태풍이 지나갔지만 야구 시간을 절묘하게 피해갔다. 

결국 성적은 아래에서 헤맸지만 시즌은 1등으로 끝냈다. 약속된 144경기가 모두 끝났다. 

 

 

가장 일찍 찾아온 슬픈 날이 아닌가 싶다. 

시즌 최종전은 나름 그 분위기가 있다. 가을바람이 한껏 불어주면서 "봐 계절이 바뀌었잖아"라고 속삭이는 것 같은 날 시즌이 끝나곤 했다. 

정말 '끝'이라는 게 실감이 나서 몸도 마음도 쌀쌀하니, 기자실을 나서는 발걸음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

하지만 올해 마지막 출근날에는 "아니 이렇게 따뜻한데 야구를 그만한다는 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마지막 인터뷰를 하러 덕아웃에 내려가서도 그냥 보통 날, 일상적인 인터뷰 같았다. 

오늘도 밥을 먹으면서 땀을 흘렸다. 그래서 아직 더 시즌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태풍이 지나가고 가을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면. 정말 야구가 없다는 걸 알게 될까. 

화요일 오후 6시 30분 TV 리모콘을 들다가 실감을 하게 될까. 

 

올해는 마무리 캠프도 국내에서 치러지는 만큼 시즌이 끝났다는 게 낯설 게 느껴질 것도 같다. 

10월 14일부터 시작되는 마무리 캠프.  함평과 광주가 무대. 

"캠프 가요?"라는 질문이 뭔가 어색 이상하기는 했지만. 선수들에게 물었다. 

투수들 다시 전쟁이 시작된다고 한다. 열심히 공을 던지고, 살아남은 자들이 스프링캠프에 가게 될 것이라고. 

 

예전에는 마무리캠프 명단에 빠지는 경우는 두 가지였다.

아프거나, 주전 대접을 받거나.

아프면 당연히 못 가는 것이고, 시즌 동안 고생했으니 차분히 몸 관리를 하라는 의미로 기분 좋게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캠프에 가지 않는 게 나름 인정을 받는 것이기도 했는데. 

멀리 바다 건너 캠프를 차렸을 때와 달리 함평과 광주에서 훈련이 진행되는 만큼. 캠프의 경계도 애매해졌다. 

명단이고 뭐고 알아서들 나와서 할 분위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변화. 또 이렇게 시즌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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